메인화면으로
권력변동 소용돌이 동북아, 대화 국면은 '살얼음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권력변동 소용돌이 동북아, 대화 국면은 '살얼음판'

[한반도 브리핑] 이명박 정부에도 '마지막 기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가관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냉전 반세기의 단순구조가 무너진 이후 다양한 변수들이 더해지면서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봉쇄적 대응, 그리고 이로 인한 미중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신냉전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러한 논의에 대한 반대자나 지지자나 상관없이 과거로의 단순한 복귀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론적으로는 현실주의적 안보딜레마와 자유주의적 상호의존이 매우 배타적이지만, 실제에선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념이나 거시적 전략이익에 의해 지배되었던 과거에 비해 점점 개별 국가의 국내 상황이 대외정책을 규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8일 뉴욕 유엔본부 인근의 밀레니엄 호텔에서 북미 회담 장소인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 부상은 회담 전망에 대해 "잘되기 바란다"면서도 "바람과 진짜는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주 발리에서 남북한의 대표가 만나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합의했다. 곧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방문을 공식 언급했다. 장기 경색국면이 풀리고 대화국면이 열리는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다소 의외라고 할 만큼 속도감 있는 행보가 가져올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그러나 전망이 엇갈린다. 전례와 시행착오들을 감안하면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유관국들의 국내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좌초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관측된다.

'2012년'이 한반도 정세에 가지는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 무엇보다 6자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권력교체의 과도기를 동시에 맞는 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각국 국내정치의 손익계산에 따라 어렵게 열어 제친 돌파구가 닫힐 것을 우려한다.

미국, 모험 걸 이유는 없다

먼저 미국은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쌍둥이 적자로 인해 채무불이행, 곧 디폴트를 걱정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8월 2일 데드라인을 놓고 정부 지출 삭감과 채무한도 상향 조정을 놓고 워싱턴 정가는 요동치고 있다.

내년 대선에 관해서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재선과 낙선 가능성 중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도 커졌지만, 중간선거 승리 이후 국정의 책임을 함께 지게 된 공화당에 대한 불신도 못지않게 크다.

이런 시점에서 대중 및 대북정책의 변화가 가지는 함의는 상반된다. 오바마의 대선 가도에 결정적 도움을 줄만큼 가시적 성과를 맺을 수만 있다면 분명 투자할 만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애써 모험을 걸 이유는 없는 시점이다.

웬디 셔먼이 정무차관에 임명되는 등 최근 국무부의 한반도라인의 개편으로 오바마 정부 내 협상파의 입지는 다소 넓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임 부시 행정부 마지막 2년의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결정적 순간에 보수파의 역공을 받아 좌초한 일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협상 과정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린다면 언제든지 손을 떼고, 섣부른 개입으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두려할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비난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대외정책으로 인한 비판거리를 공화당에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휘발 가능성 중국…'외부의 적' 필요한 일본과 러시아

중국도 국내 상황이 편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제위기와는 다르지만, 성장제일주의의 부산물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중국을 단번에 흔들어버릴 수 있는 뇌관이다. 또한 시장자본주의를 수용하면서도 정치적으로 공산주의를 통해 권력을 독점하는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수년 전부터 통치이념을 민족주의로 대체하기 시작 시작했다.

내년 5세대로의 권력 이양은 곧 이런 중국의 의도가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본격 시험대이다. 공산당 내의 평화적 권력 이양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점증하는 민주화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친다. 티베트 등 소수민족 문제와 소득 불균형 심화 등 산적한 문제들도 뾰족한 해결책 없이 곪아가고 있다.

게다가 작년과 올해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소프트파워의 약점을 자극하는 '연성봉쇄(soft containment)'를 강화했다. 이는 역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더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막았던 것처럼 중미 양국은 원칙적으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고, 협상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선호한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중미관계의 갈등요소가 될 수도 있어 양날의 검이다.

일본은 대지진 후유증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도 그렇지만, 정치·경제·사회적 여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원전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력 생산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이를 두고 분열과 대립이 커지고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정권의 하차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다시 자민당 정권이 출범할 가능성이 있는데, 현 상황을 타개할 거라는 희망은 별로 없다.

국내적 위기나 분열에 직면한 정부는 대외적 위협을 강조하고, 강경한 접근을 함으로써 국민통합과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경향이 강한 법이다. 일본은 특히 그래왔다. 만약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면 우경화는 더욱 현실화될 것이다. 이미 중국 위협을 강조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그리고 독도를 놓고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내부적 지지를 모으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 역시 내년에 대선이 있다. 단순한 대선이 아니라 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연임이냐, 아니면 그의 멘토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대통령 복귀냐가 달려있다. 높은 인기와 야심에도 불구하고 3선 금지조항 때문에 메드베데프를 전면에 내세우고 4년을 기다렸던 푸틴이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동거가 삐걱거리고 있으며, 맞대결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어느 쪽으로 판가름이 나든 러시아의 실용주의적 민족주의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북아 다자체제의 열성적 지지자였지만, 냉전 이후 동북아에서 타자로 입지가 격하된 이후에는 북한과 중국의 편에 서서 한·미·일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 권력 독점과 권위주의에 대한 국내의 도전이 거세진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북한의 최우선 과제는 '정권유지'

남북한도 못지않은 과도기를 앞두고 있다. 먼저 북한에 2012년의 함의는 엄청난데,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70세, 그리고 전력을 쏟아온 '강성대국'의 원년이다. 김정일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후계승계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불씨는 살아있다.

현재 북한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그래서 대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북한 역시 한미 양국이 전제조건을 걸고 나오거나 자존심을 건드릴 경우 언제든 문을 다시 닫아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에 정권 유지가 관계 개선보다 절대적 우선이라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도 대선을 앞두고 국내정치판도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의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린 진의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대북정책의 실패에 대한 역사적 책임 논란을 벗기 위해, 미국의 압박에 의해, 또는 레임덕의 가속화를 막기 위한 의도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확고한 노선 변경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기에, 어느 시점에서 북한에게 선(先)핵폐기론과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들이댈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화 국면이 이어진다 해도 보수 세력의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이다. 남북대화의 진전을 통한 새로운 지지층의 확보보다 기존 보수 세력의 이탈이 심각해진다고 판단하는 순간 유턴할 수 있다.

이러한 각국의 속사정들을 감안하면 일단은 비관적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정권의 전환기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대외정책은 강경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러한 장애물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비함으로써 어렵게 온 기회를 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말 이번에는 정권의 이익이라는 단견에서 벗어나 민족과 역사, 그리고 평화라는 거시적 안목을 우선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는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후퇴시킨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해온 그 '진정성'을 이제 자신이 보여줄 차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