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민주화 시위 지도자들에게 중형을 내린 페르시아만의 왕국 바레인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마틴 니저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반 총장의 이같은 입장을 전하면서 "바레인은 국제적인 인권 보호 의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민주화 지도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반 총장이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날 바레인 법정이 민주화 시위 지도자 21명을 대상으로 열린 재판에서 8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등 무거운 수위의 형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반 총장은 또 다음달 시작될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과 국민과의 대화는 모든 바레인 국민의 정당한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니저키 대변인이 전했다.
바레인은 산유국들로 둘러싸인 페르시아만에 떠있는 섬나라로 원유 운송의 길목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미군은 바레인에 해군 5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에 영향을 받아 지난 2월부터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바레인 왕정은 처음에는 시위를 허용했으나, 2월 17일 새벽 기습적으로 유혈 진압을 시작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새사냥용 산탄총과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바레인 왕정은 자국의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군대와 경찰을 지원받았으며, 무력진압에 성공한 3월 이후 야당 의원과 시위대 간부 등 시위 주동자 처벌에 박차를 가해 왔다. 야권은 시위와 관련해 기소된 이들이 400명에 이르며 이중 50명은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2월 이후 최소 30명 이상의 시위대가 정부의 진압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상자 규모도 수천 명에 달한다. 또 당국에 체포·구금된 수백 명의 시위대들 중 4명이 숨졌으며 일부에서는 사체에서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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