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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도박'…"아프간 철군, 이제는 국내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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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도박'…"아프간 철군, 이제는 국내 재건"

<뉴욕타임스> "전쟁 승리 어렵다는 결론 시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상보다 신속하고 큰 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밤(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연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1만 명을, 내년 여름까지 2만3000명을 추가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간에 증파한 병력 전부에 해당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이제 국내 재건에 초점을 맞출 때"라며 "나라빚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던 지난 십 년 동안 우리는 수십 조 원을 전쟁에 쏟아부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자원인 우리 국민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는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알카에다는 9.11 테러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알카에다의 지도력을 반 이상 제거했다"며 '테러와의 전쟁'의 전과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정보 전문가들과 특수부대의 노력으로 알카에다의 알려진 유일한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이번 철군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해가려는 우리 노력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오는 2014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나머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내년 여름까지 철수를 앞둔 3만3000명을 제외하고도 6만8000명 규모의 미군이 더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 말까지 모든 전투병력을 철수하고 아프간 정부에 치안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오바마는 "우리는 아프간을 완벽한 장소로 만들려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정 없이 아프간의 산악 지역을 정찰하거나 길거리를 순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아프간 정부의 책임이며, 아프간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강화해야 하고 전시경제를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 22일 밤(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여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3만3000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역시 '문제는 경제?'

이날 오바마가 발표한 철군안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시기와 규모 면에서 '대담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철군안에 대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으며, 특히 군에서는 이보다 훨씬 느슨한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내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은 지속적으로 철군을 강조해 왔으나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 등 군 지도부는 연말까지 5000명, 내년 상반기 중으로 5000명 규모의 철수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퍼트레이어스 등은 내년 여름의 '전투 시즌'까지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이같이 건의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국내 재건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한 것에서 드러나듯, 아프간 전쟁에 소요되는 올 한해 비용만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나날이 증가하는 국가재정 적자, 실업‧교육‧복지 등 국내 문제, 지난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갈등 등이 2012년 재선을 앞둔 오바마에게 이같은 결단을 강요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증파' 병력 전부를 다음해 여름까지 철수시키는 것은 아프간에서 미군의 작전 수행 방식에 현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면서 오바마의 결정은 아프간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또 오바마가 아프간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아프간 군대는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치안 책임을 아프간군에 넘기려는 노력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미군의 군사작전이 아프간을 치안권 이양에 보다 적합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책임감을 발휘할 동기(initiative)에 대해서는 이들도 입을 닫았다"고 꼬집었다.

영국 <가디언>은 관련기사 제목을 '아프간 철군에 관한 오바마의 도박'이라고 달았다. 신문은 "미국과 나토(NATO)의 군 지도자들은 조속하고 막대한 철군 규모를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도박'에 두려워하고 있다"며 "(오바마의 결정은) 수천 명 규모 이상의 철군은 지난 겨울 탈레반과의 전투로 얻은 전과를 위협할 것이라는 나토‧미군 지도자들의 충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만약 앞으로 군사적 패배(setback)가 일어난다면, 오바마는 지나치게 서둘렀으며 안보보다 정치를 우선했다는 비난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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