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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바다도 '악마의 재' 검출...전방위적 '스트론튬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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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바다도 '악마의 재' 검출...전방위적 '스트론튬 오염'

[분석]멜트다운 넘어 멜트스루…무대책 정부, 도쿄전력 뒤에 숨어

스트론튬은 인체에 흡수되면 칼슘처럼 뼈에 축적돼 '죽음의 재'로 불리는 세슘보다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특히 스트론튬- 90은 반감기가 18년으로 사실상 죽을 때까지 골수암과 백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스트론튬이 지난 4월12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부근 토양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한 지 두 달만인 12일 "후쿠시마 원전 지하수와 주변 바다 5곳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도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주목되는 것은 두달 전에는 문부과학성이라는 정부 부처가 공식 발표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이 발표했다는 점이다.

두 달 사이에 일본 정부는 아예 후쿠시마 원전 문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도쿄전력을 앞세우고 뒤에 숨어 '복지부동'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 지난 4일 후쿠시마 주민들이 방사능 방호복을 입은 채 집단 이동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일대 토양은 물론, 지하수와 바닷물에서 '악마의 재'라는 스트론튬까지 검출됐다. ⓒAP=연합
스트론튬의 전방위적 검출…심각한 멜트다운 시사

도쿄전력 측은 스트론튬이 법적 최대 허용치보다 수십배~수백배 검출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론튬이 전방위적으로 검출됐다는 사실이 당장의 검출량보다 의미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론튬은 핵연료의 멜트다운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며, 스트론튬이 공중에 흩어졌다가 땅에 떨어져 토양을 오염시키는 정도를 넘어 직접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지하수가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3일 <아사히 신문>과 <교토통신> 등 일본의 현지 언론들도 "지하수에서 검출된 스트론튬의 경우 가동이 멈춘 원자로 냉각 파이프라인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시작된 지난 3월 11일에서 불과 나흘 안에 제1원전 1,2,3호기 원자로에서 모두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진행됐음에도 두 달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7일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멜트다운의 정도가 '멜트스루'의 양상까지 진행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는 멜트다운이 일어난 1~3호기에서 멜트스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다"면서 "이는 녹은 핵연료 일부가 원자로 압력용기의 바닥을 손상시켰고, 격납용기의 바닥에 떨어져 쌓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어 9일 원전 정책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고위관계자로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틀림없이 인재(人災)"라고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위원장은 이날 중의원 부흥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그동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고수해온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쓰나미로 인한 천재(天災)"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마다라메 위원장은 "원자력 시설은 몇 겹의 방어 수단으로 보호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쓰나미가 상정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제2, 제3의 방호 수단이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이 상정한 쓰나미의 높이보다 더 강력한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정부 연구소의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무시했으며, 상정 범위를 벗어난 쓰나미가 올 경우에 대한 대책 권고도 등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로 수냉 포기 후 더 어려운 냉각방식 채택, 말로만?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정부는 만만한 도쿄전력을 앞세운 채 점점 책임 회피에 몰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6~9개월 내에 원전의 방사성 물질 방출과 방사성 오염수 처리를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상황이 가시적으로 악화될 때까지, 뭔가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말 제1원전 1호기부터 원자로를 물로 채워 냉각시키겠다는 '수관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멜트다운으로 압력용기가 손상된 것을 뒤늦게 인정한 뒤 한 달만에 이 계획을 포기했다. 원자로 냉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수관작업'을 위해 주입된 냉각수가 '밑빠진 독' 같은 원자로에서 그대로 빠져나와 고농도 오염수가 처치곤란할 정도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지난달 17일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순환주수(循環注水)'에 의한 냉각방식으로 예정된 시한내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개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멜트다운 상태의 원자로'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처음부터 전문가들로부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냉각은커녕 오염수 처리도 못하는 상황

실제로 13일 도쿄전력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오염된 물을 정화하려고 새로 설치한 시설을 시운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염수를 냉각수로 순환시키겠다는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늘어나는 오염수 처리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전국적으로 장마철에 접어들고 있고, 날씨가 후덥지근해지고 있어서 원전 복구작업과 오염수 증가 문제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은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으로서는 "당장 죽을 정도의 고농도 방사능이 아니라면, 나중에 죽어도 방사능 때문이라고 증명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숨으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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