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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애플에 화가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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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애플에 화가 났나?

[中國探究] 중국의 애플 길들이기 시작

우리 애플이 달라졌어요(?)

지난 4월 1일 애플의 CEO 팀 쿡은 자신의 이름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서한을 게시하여, 중국 고객들에게 홀대한 부분을 사과했다. 사과문을 게시한 날짜가 '만우절' 인 점이 묘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애플의 이와 같은 발 빠른 대응, 그리고 중국 관영매체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사과한 점은 사건의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도 다소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부질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이러한 사과는 아마 없었을 것이며, 그에 앞서 중국의 관영매체도 애플을 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잡스의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중국 수도 베이징 도심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로이터=뉴시스

필자가 이 화제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매스컴은 이 사건에 대한 보도와 평론에 있어서 자신의 시각만을 견지하고 있으며 팀 쿡의 사과에 있어서도 각자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의 매체들도 이를 '콧대 높던 애플의 굴복' 정도로 마무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신문들은 중국정부의 '음모'를 연일 들먹였다. 그러나 사건의 시작과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한 애프터서비스 약관문제는 아닐뿐더러, 이는 앞으로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어느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비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중국인의 체면 문제도 작용한다고 여겨진다.

살생부와 같은 3.15晩會(완회) 기업명단

이러한 사건이 '애플'을 상대로 일어난 일회성 소비자 고발이 아니라는 점을 일단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매년 3월 15일은 '국제 소비자 권익일'로써 중국의 관영매체 CCTV는 매년 중국의 부실기업의 부패상과 불량제품을 고발하고 진상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라이브로 방송하면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고 고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제품을 반년 이상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매년 3월 초가 되면 중국 인터넷의 게시판에는 올해는 어느 기업이 철퇴를 맞을 것인가? 올해부터는 또 무슨 먹거리를 못 먹게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과 예상의 답 글이 꼬리를 물곤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3.15의 대상은 중국기업이건 글로벌기업이건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품고 있는 독과점 기업들은 국유기업이므로 여기에 포함될 일이 없다.)

올해의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애플이었으며 애플의 애프터서비스에 소비자의 불만이 많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애플 때리기는 영국, 호주, 한국 등지의 특파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현지의 애프터서비스와 중국의 서비스를 비교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공분(公憤)을 산 것이다. 한국의 아이폰 유저들은 주지하듯이 아이폰은 보증기간 내에 기계적인 결함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기기 전체를 교환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아이폰의 후면 덮개를 제외한 부분을 교환해주고 있어서 새 기기교환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올해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5의 경우, 새로운 교환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전의 제품 아이폰4와 아이폰4s의 경우는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소비자의 주요 불만이라는 것이다. CCTV에서 여론몰이를 시작한 애플 때리기는 급기야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서 연일 단독 지면을 할애하면서 '오만하기 비할 바가 없는(無與倫比的傲慢)' 라는 제목을 달아 자극했다. 성난 소비자들이 아이폰의 특약서비스센터로 몰려가서 항의해도 아무런 대답을 얻지 못하고, 기자들이 상해에 위치한 애플 중국본부의 홍보담당을 찾아가도 본사와 연락해보겠다는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2주간 중국의 양대 관영매체의 십자포화를 맞은 애플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모두가 자못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팀 쿡의 발 빠른 사과문 게시와 애프터서비스 조항수정으로 다소 싱거운 결말을 맞았다.

입향순속(入鄕循俗)을 강요하는 중국

어느 곳에 가든 그곳의 풍습을 따르라는 입향순속(入鄕循俗)은 중국인이 현지 적응을 뜻하는 말로 쓰이지만, 정작 중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순속하는 것보다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풍습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뉘앙스를 풍기곤 한다. 중국에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삼포제도(三包制度)라는 것이 있다. 이는 세 가지를 보장(包)한다는 의미인데, 휴대전화 삼포제도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에 제품의 결함이 발견된 경우, 전액 환불(包退)해야 하며, 15일 이내의 경우 동일한 새 제품으로 교환(包換)할 것이며, 1년 이내의 경우 무상수리(包修)해야 한다는(단, 배터리는 6개월, 충전기와 이어폰 등은 3개월) 규정이다. 애플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바로 이 삼포규정을 왜 따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중국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면서 왜 중국의 규정을 따르지 않느냐는 이유인데, 주지하다시피 애플사는 그리 상냥하고 고분고분한 기업이 아니다. 애플의 '고집'은 제품과 정책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으며 그 고집을 꺾을 이는 아무도 없다고 '체념'하고 있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 생전의 애플은 중국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의 눈에 비친 중국은 조악한 짝퉁이나 생산해내는 '카피 캣'의 소굴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애플사의 차별적인 애프터서비스 정책 수립 이면에는 애플만의 고충도 있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이 해외에서 출시될 때마다 해외에서 구매된 많은 아이폰을 중국인들이 인편이나 우편으로 중국에 들여온다. 일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고 성미가 급한 얼리어댑터들에게 판매되지만, 일부는 완전히 분해되어 짝퉁 아이폰 생산의 표본이나 부품으로 변신한다. 정식으로 중국에서 발매한 제품과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 그리고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제품과 가짜제품까지 혼재해 있다 보니 애플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머리가 아픈 시장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이러한 제품이 교환을 통해 정식제품으로 둔갑하는 일을 염려한 애플은 애프터서비스에 있어서 중국을 차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충은 애플만 겪는 일이 아니므로 다소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통양상사에서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폰 미니의 모조품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설득력이 부족한 '중국정부 음모론'

미국의 언론들은 팀 쿡의 사과문을 놓고 이 기업의 시장관리 소통에 문제를 들어낸 것이 아니라 애플의 브랜드와 혁신부문의 능력이 약해지는 것이라는 것, 화웨이와 레노버 등의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어서 그랬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고, 팀 쿡이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아시아 관료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는 다르게 일각에서는 중국정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이 차세대 아이폰과의 계약에서 헤게모니를 잡게 하기 위해 애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설과 중국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국산 스마트폰 브랜드 聯想(Lenovo), 華爲(Huawei), 中興(ZTE)등을 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이폰 흠집 내기를 시도했다는 등의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음모론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차이나모바일 이외 두 업체인 차이나유니콤이나 차이나텔레콤 역시 중국정부가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는 점, 애플을 흠집 내어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려한다면 실제 수혜자는 현재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중국이 자체개발 표준을 부르짖었던 TD-SCDMA의 적용을 애플이 응하지 않을 것 같으니 먼저 소비자운동을 일으켜 애플에 겁을 주는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중국만큼 애플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 열광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현재도 3.15 아이폰 고발에 대한 화제를 다루는 인터넷의 논단에는 '소비자 민족주의자' 들과 소위 궈펀(果粉: 아이폰의 팬이라는 신조어로 한국의 '애플빠'라는 속어에 해당)들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으며, 한때 철없는 청소년들이 신장(腎臟)을 판 돈으로 샀다고 해서 '션지(腎機)'라는 별명으로도 아이폰을 지칭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2년 아이폰은 중국에서 2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16퍼센트에 해당한다.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이며, 중국의 조사기관들은 중국의 모바일이 2015년에 이르러서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교체될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중요한 시장에서의 마찰을 최단 기간 내에 해결한 애플은 어쩌면 '구글의 중국철수와 바이두(百度)의 눈부신 성장'이라는 지나간 한 장면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누가 네게 비료를 줬는지 잊지 마라.(別忘了誰給你施了肥)

근래 몇 년간의 소비자권익 운동을 보면 중국의 자잘한 불량제품에 대한 고발은 조연에 불과하고 매년 한두 글로벌 기업이 주연급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맥도날드의 유통기한 넘긴 식재료사용이 고발되어 시청자들의 공분(公憤)을 샀으며, 2011년에는 금호타이어의 고무배합비율 논란이 대두되면서 공개사과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적이 있다. 이번의 애플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지만 다음의 대상은 또 누구일까 상상한다면 누구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일례로 최근 중국의 CCTV 경제채널에서는 현대자동차의 플라스틱 유류통과 금속 유류통에 대한 외국과의 차별에 대한 점을 지적하면서 '누가 네게 비료를 줬는지 잊지 마라(別忘了誰給你施了肥)' 라는 클로징멘트를 내보낸 일이 있다. 역시 일종의 경고메시지였다. 과거 혼다자동차의 어코드가 중국에서 처음 출시될 때, 중국의 소비자를 과소평가해서 풀 옵션이 아닌 모델을 출시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던 사건이나, 도시바 노트북의 결함에 대해 중국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대응했던 것에 대한 중국소비자들의 분노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점을 상기한다면 중국이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글로벌기업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인의 특성상, 다른 계급의 차등 대우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사람보다 관대하지만 같은 계급의 차별대우는 참지 못한다. 만약 애플이 미국에서만 특별하게 애프터서비스를 적용하고 다른 지역을 모두 차별했다면, 혹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했다면 그들은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는 해외여행에서도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관광객임에도 불구하고 차등 대우를 받는 데 대한 분노와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위기 속에서 인민폐의 위력을 보여주며 소비대국으로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중국에 걸 맞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 같은 돈을 쓰면서도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체면을 세워달라는 것이며, 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경우 콧대 높은 애플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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