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손정의와 독일의 '목숨을 건' 선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손정의와 독일의 '목숨을 건' 선택"

[해외시각] "일본 원전 위험성, 도를 넘었다"

지난달 30일 독일 연정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후쿠시마(福島) 사태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다.

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 생산에 적극 발벗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손 사장은 일본 전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10곳 이상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손 사장과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靜岡)현 지사 등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광역 지방자치단체 19곳과 소프트뱅크가 '자연에너지협의회'를 설립해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정의 사장의 '결단'은 연간 3조 엔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손 사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단지 그 때문이 아니다. 일본의 원전 위험성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본 전역의 휴경지나 경작 포기지가 54만 헥타르(㏊)에 이른다며 이 중 20%만 태양광 발전에 사용해도 500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손 사장의 주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5000만㎾는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전기 공급 능력과 비슷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손정의 사장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연에너지 재단을 만들기로 하는 등 탈(脫)원전 주장을 강화하는 배경은 뭘까.

1981년 <도쿄에 원자력 발전소를!>이란 책을 펴낸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 히로세 다카시(廣瀨隆)의 글은 그같은 물음에 답을 제공한다. 히로세 다카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업계의 주장처럼 '예외적'인 것이 아니며, 일본의 다른 원자력 관련 시설들도 지진 앞에서 엄청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히로세 다카시의 글은 지난달 23일자로 발간된 <아시아-퍼시픽 저널>에 실렸으며, 영문 웹사이트 '재팬포커스'에도 게재됐다. 이 글을 영어로 번역한 평화운동가 더글러스 러미스 전 츠다(津田)대 교수는 번역자 주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인류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질 수 있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걸 실제로 생산할 만큼 멍청해질 수 있었는가?"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4000년에 달한다. '반감기'란 그 시간이 지나면 독성이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무엇이 반감기의 1/300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런 물질을 생산해 자손 대대로 물려주게 만들었을까?"라고 한탄했다. 다음은 히로세 씨의 글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원전 반대 시위에 나선 도쿄 (東京)시민. ⓒAP=연합뉴스

지진으로 인한 원전 파괴의 위험

일본의 원전은 이미 심각한 정도로 노후화되고 있다. 원자로는 마치 사이보그처럼 낡은 부품을 갈아 넣으면서 운전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지진 활동기에 접어든 일본에서 언제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 많은 일본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많은 지진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은, 일본이 약 50년 간 지진이 없던 시기를 지나 1995년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을 시작으로 지진 활동기에 들어섰다는데 동의한다. 2004년 주에쓰(中越) 대지진은 니이가타(新潟)현 야마코시(山古志) 마을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고, 2007년 주에쓰 지방 해안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카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이 큰 타격을 받았다.

2008년 이와테(岩手)와 미야기(宮城)현에 발생한 지진은 산 하나를 통째로 사라지게 했다. 2009년 스루가(駿河)만(灣)에서 발생한 지진은 시즈오카(靜岡)현의 하마오카(浜岡) 원전을 비상사태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번 3월에는 일본 동북부 해저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지진 활동이) 수십 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10년이나 15년은 '순식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시간이다.

판 구조론 상에서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지진이 전 세계적으로 연달아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그 예측대로, 2009년 스루가 만 지진 이후 세 개의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 해 9~10월 수마트라와 사모아, 바누아투 근해애서 발생한 규모 7.6~8.2의 지진들이다. 이는 [지난 1995년] 효고(兵庫)현 남부 지진보다 3~11배나 큰 규모다. 이들은 모두 태평양판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지진 발생지는 태평양판의 영향을 받는 판 경계에 있다.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도 카리브해판의 경계에서, 이 판이 태평양판과 코코스판에 밀리면서 일어났다. 다음달인 2월에는 칠레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구적 규모의 연속 지진이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태평양판의 움직임은 그치지 않았고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멜트다운을 초래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안전한가?

로카쇼무라(六ケ所村) 재처리 시설을 포함해 일본의 모든 원전은 규모 7~8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대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규모 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원전이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불행히도,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이다. 일본 전역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모이는 이 시설은 일본에 가장 큰 위험을 가하고 있는 태평양판이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위치에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원래 건립 당시에는 375gal[갈(gal) 또는 galileo. 지진에 의한 상하 좌우 흔들림을 가속도로 표현한 단위로 일본에서는 내진 설계 등을 측정할 때 주로 이 단위를 쓴다. 후쿠시마 원전은 400~500gal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에 견딜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내진 설계만이 돼 있었다. 현재는 450gal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되긴 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2000gal이 넘는 지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로카쇼무라가 위치한 시모키타(下北) 반도는 5000년 전 죠몽(繩文) 시대에 바닷속으로부터 솟아오른 이래 현재까지 특히 지질학적으로 취약하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모든 것이 한 번에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

로카쇼무라 시설은 일본 전역에서 수거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 및 우라늄과 나머지 고준위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분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이다.

로카쇼무라 시설 내에는 이미 240㎥에 달하는 고준위 방사성 액체 폐기물이 저장돼 있다. 이 폐기물을 적절히 관리하는데 실패한다면, 원자로의 멜트다운보다 심각한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액체 형태의 이 폐기물은 계속 스스로 붕괴하며 열을 내기 때문에 냉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배관이 파괴되거나, 전원 계통에 문제가 생겨 냉각이 중단되면 이 액체는 끓어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독일 원전 산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폭발이 일어날 경우 반경 100km내의 모든 주민이 치사량의 10배에서 100배에 달하는 방사능에 노출돼 즉사할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약 한 달 후인 지난달 7일, 큰 규모의 여진이 발생해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의 외부 전원이 차단됐다.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수조는 비상전원으로 간신히 냉각을 유지했다. 이는 일본이 파멸 직전까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본 매체들은 늘 그렇듯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히로세 씨는 지진이 판 구조론 상의 태평양판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재팬포커스 홈페이지(www.japanfocus.org) 화면캠쳐

하마오카 원전과 '치명적 지진'

시즈오카현 스루가만에 위치한 하마오카 원전은 규모 8의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위험한 줄타기와 같은 상황이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판의 배치를 보면, 필리핀판과 북미판, 유라시아판이 태평양판과 만나는 교차점에 일본이 있고, 시즈오카는 바로 그 한가운데다.

일본 동해와 남해에서는 거대한 지진이 100~250년 주기로 일어났다. 2011년, [무려 규모 8.4로 추정되는] 1854년의 안세이(安政) 대지진으로부터 157년이 지났다. 언제 다음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다.

믿기 어렵겠지만, 다음에 지진의 진앙지로 예측되는 곳은 하마오카 원전 바로 아래다.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지난 6일 향후 30년 내에 8.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87%에 달한다는 예측 때문에 하마오카 원전 가동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소나(음파탐지기) 신호를 분석하면, 30년 전부터 유라시아판은 크게 휘어져 있는 상태다. 이는 언젠가는 이 판이 다시 펴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