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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비밀전문 "경주에 핵 재처리 시설 건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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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비밀전문 "경주에 핵 재처리 시설 건설 추진"

獨 <슈피겔> '위키리크스 전문기자' 마르셀 로젠바흐 방한 간담회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 국무부 비밀전문(電文)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국 관련 내용이 26일 일부 밝혀졌다. 경북 경주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민감한 부분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공개 전문 내용이 알려진 것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자로 지난 수 년간 위키리크스를 취재해 왔으며 올해 초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1세기북스 펴냄)라는 책을 펴낸 마르셀 로젠바흐의 방한 기자간담회에서다.

로젠바흐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글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밝혔다. '21세기북스' 측은 이 글이 곧 발간될 이 책의 재판(再版)에 머리말로 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젠바흐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작성한 외교전문이 총 1980건에 달한다고 말했으나, 현재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울발 전문은 16건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위키리크스 발(發) 파문'이 최소 몇차례는 더 한국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날 로젠바흐가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는 모두 현재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는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다.

■ "경북 경주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건설 가능성"

2010년 2월 22일 작성된 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천영우 당시 외교통상부 2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달 17일 미국 당국자들을 만나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곧 한미관계에서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천 차관은 한국이 이제 세계 5대 핵에너지 생산국이며, 일본 같은 다른 핵에너지 생산국들은 재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문을 작성한 미 당국자는 "천 차관은 이 문제에서 한국이 일본과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한국의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천 차관의 말을 직접 인용한 전문 내용에 따르면, 재처리 시설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어차피 한국은 향후 20년 동안은 재처리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지만, 아마도 경주 근처에 재처리 시설의 건설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 당국자는 판단했다.

대사관 측은 천 차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 대해 높은 친화력을 지닌 유능하고 노련한 외교관이 보여준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도"라고 평가했다. 대사관은 한국인들이 '미국이 한국의 핵산업 발전을 방해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면 양국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옳으며 이 사안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 경주 방사성페기물 처리 시설 부지 내 '환경친화단지' 전경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 "한국, G20 앞두고 스스로 도취에 빠졌다"

미 대사관 측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 넓어졌다고 보았다. 전문은 2010년 초 이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강하다"고 평가했다. 2010년 1월 8일자 전문은 여론조사에서 상승하는 지지도와 이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와 한국의 의장국 수임 등이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 "정치적 배당금"을 선사할 것이며,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선도적 국가로서의 빛나는 역할'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 "행정도시 논란, MB와 한나라당에 위험"

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당국은 2010년 초 이 대통령에게 문제가 될 사안 중 하나로 행정도시를 둘러싼 논란을 꼽았다. 전문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비실용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태도가 "이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GNP)에게 큰 정치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 "노무현, 자살 이후 재임 당시보다 높은 지지 받아"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된 일련의 전문은 그의 자살 이후 한국민들이 보여준 지지는 대통령 재임 시절 누렸던 것보다 "훨씬 컸다"고 전했다. 다른 전문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궁극적으로 저항을 위한 자살과 유사한 목표들을 성취"했으며 "그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보여주고 정부에 저항하도록 지지자들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영결식의 특성과, 많은 한국인들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현 정권과 검찰의 책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반응 등을 본국에 자세히 보고했다.

로젠바흐 "미국의 한국 지원은 대가가 따르기 때문"

로젠바흐는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외교전문들은 미국이 한반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배후지원은 국제정치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친미정책을 위해 국내정치적인 문제들과 리스크들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일례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한국 시장을 다시 개방할 때 미국에 굴복했다는 야권으로부터의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언제나 미국과의 강력한 양자관계를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외교전문에 나타난 이른바 '북한 붕괴론'의 뿌리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미국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상황에 대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발언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의 실명을 직접 공개하며, 특히 현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말하는 등 '붕괴론'에 기반한 인식을 보였다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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