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litical Quandary of Barack Obama)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센 사람으로 여겨진다. 버락 오바마가 지금 알아가고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자신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힘이 있는데, 그것은 해로운 일을 할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오바마에게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힘은 거의 없다. 오바마는 지금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같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사실 오바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현재 오바마에게 가장 큰 우려 사항인 2차 아랍 봉기를 보자. 아랍 봉기는 오바마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다. 봉기가 시작됐을 때 오바마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놀랐을 것이다. 아랍 봉기에 대한 오바마의 즉각적인 반응은, 그 봉기가 그렇잖아도 요동치고 있는 중동 지정학에 엄청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정확한 것이었다.
미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동 지역 내에서의 위상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하려했다. [그러나] 미국이 그런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왔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상황은 매일매일 무질서하게 변했고, 미국의 통제 밖으로 벗어났다.
버락 오바마는 생각과 성격에 있어 진정한 중도주의자다. 언제나 '극단주의자'들 사이의 대화와 타협을 추구한다. 깊게 생각한 뒤 행동하고, 중요한 결정은 신중하게 내린다. 느리고 질서 있는 변화를 지지한다. 그가 미력한 일원이 아니라 중심적인 인물이자 가장 힘 있는 개인이 되도록 운명지워진 이 체제의 근간을 위협하지 않을 정도의 변화를 지지한다.
현재 오바마는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도록 사방에서 강요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계속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그는 분명 '대체 나는 뭘 할 수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과거 오바마에 종속적이었던 동맹 세력을 포함해)은 오바마를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있고, 뻔뻔스럽게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오바마의 힘은 더욱 줄어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위험하고 말도 안 되는 이기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지 워싱턴이 재림한 것처럼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에 앞서 오바마는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연설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의 경계선에 기초해 풀어야 한다'는 자신의 제안을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의 발언은 오바마의 뺨을 갈기는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아랍권에 현존하는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오바마가 '인권' 문제를 종종 언급하는 데에 화를 내고 있다. 또한 파키스탄 정부는 오바마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파키스탄의 신경을 거스르면 파키스탄은 중국과 더 친하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차원의 행동을 추구할 경우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안보리 표결에서도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고 2003년 부시가 추진한 2번째 이라크 결의안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에게 분명히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무인전투기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 오바미 미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미국의 약화가 중동에서만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테니, 시선을 온두라스로 돌려 보자. 미국은 2년 전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를 사실상 인정해왔다. 쿠데타 때문에 온두라스는 미주기구(OAS)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 후 미국은 온두라스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새 대통령이 뽑혔다는 이유를 들어 온두라스가 OAS 회원국으로 복귀하도록 온 힘을 쏟았다.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시도에 저항했다. 쿠데타 세력이 셀라야 전 대통령에게 억지로 들씌운 혐의가 벗겨지고, 망명했던 그가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됐나? 중남미에서 미국의 최고 우방인 콜롬비아와, 최고의 적국인 베네수엘라가 힘을 합쳐 현 온두라스 정부와 셀라야의 귀국 문제를 해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사실상 좌절된데 대해 허탈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끝으로, 오바마는 리비아 전쟁 문제와 관련해 의회와 갈등하고 있다.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르면, 오바마는 의회의 승인이 없는 상태에서도 60일 동안 리비아에 군대를 보낼 수 있다. 그 60일이 이제 지나갔지만, 오바마는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리비아 군사 행동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유엔의 개입 정도는 점차 확대될 수 있다. 그처럼 오바마는 해로운 일을 할 수는 있어도, 착한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는 재선 성공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목표는 쉽게 달성될 수 있을 것 같다. 공화당은 점점 더 오른쪽으로 가고 있고, 정치적으로 이미 선을 넘었다. 그러나 재선이 된 미국의 대통령은 초선 때보다 힘이 더 없어진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예측불가능한 수많은 행위자들이 활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대상은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6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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