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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안보 딜레마'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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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안보 딜레마'를 어찌할꼬?

[정욱식의 '오, 평화']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 절실

북한이 백령도에서 불과 50㎞ 떨어진 황해도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기지를 완공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공기부양정과 공기부양 전투함을 보관하는 격납고 형태의 콘크리트 계류장 68개 건설공사가 주변 시설 공사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들은 정부와 군 관계자를 인용해, 특수전 부대 침투용으로 이용되는 공기부양정 1척당 수용 인원은 50~60명 선이라며, 최대 3천명 안팎의 특수전 요원을 30∼50분 이내에 백령도에 침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기존 공기부양정 기지는 북방한계선(NLL) 직선거리로 약 200km 떨어져 있는 평안북도 철산반도에 있었다. 고암포 기지 신규 건설이 사실이라면, 공기부양정 부대를 약 150km 전진배치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신동아> 6월호는 "경비정이나 잠수정 등을 활용하는 해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왔던 북한이 서해5도나 인천 등에 특수부대를 기습 상륙시키는 작전형태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남측의 서해 5도 요새화에 대한 대응책?

북한이 이처럼 대규모의 공기부양정 전진기지 건설에 착수한 시점은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전후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된 시점에 기지 건설에 나선 것이 주목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연평도 포격전 직후 남한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것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한 국방부는 작년 11월 29일 NLL 수호와 서해 5개 섬 방어를 위해 육·해·공군 합동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서북 도서를 조기에 요새화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군당국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첨단 레이더와 자주포 등을 증강하는 한편, 5천명 규모의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을 추진해왔다. 이 사령부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뿐만 아니라 NLL 인근 해역까지 작전구역으로 삼고 있다. 이 사령부에는 해병대 병력은 물론이고, 500MD 공격헬기, K-9 자주포, 전술비행선 등 총 24종의 무기 및 장비가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철수하면서 약 2∼3조원을 투입해 미국으로부터 이 헬기의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해의 군사요새화는 북한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서북도서는 북한군의 목을 노리는 비수와 같은 전략적 요충지"라는 군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해가 남한의 군사요새가 될 경우 북한의 위협 인식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서해5도에 대한 상륙작전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고암포 기지 건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한의 군사 대응 논리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6월 중순에 창설될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작전구역을 고암포 기지 등 "북한 내륙의 위협세력을 체계적으로 타격할 수 있도록 황해도 내륙으로 넓힐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북한의 추가도발시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 지난 4월 11일 오후 연평도에서 열린 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에서 연평도 어민들이 꽃게잡이 어선을 타고 소원을 적은 띠를 묶은 배를 바다에 띄우는 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격화되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

이러한 서해상의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 고조는 지난 10여년간 격화되어온 '안보 딜레마'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99년 6월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에서 남북한 해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서해는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려오고 있다. 이 수역에서 3차례의 교전사태 및 천안함 침몰, 그리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근본적으로 1953년 8월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NLL을 '영해선'으로 간주해온 남한의 입장과 이를 '유령선'이라고 반박해온 북한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긴장이 높아져온 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세 차례의 서해교전과 천안함 침몰,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 및 그 이후 남북한의 대처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남북한 사이에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보 딜레마란 자신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취한 조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자신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1차 교전은 남쪽 함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쪽 함정을 차단 기동(박치기)으로 밀어내는 와중에 발생했고, 선체가 견고하지 못한 북쪽 함정은 큰 피해를 당했다. 그리고 3년 후 북쪽 함정은 바뀐 교전규칙으로 2차 교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차단 기동을 위해 접근하던 남쪽 함정에 선제사격을 가한 것이다.

큰 피해를 본 남쪽도 교전규칙 수정에 들어갔다. '경고 방송→시위 및 차단 기동→경고 사격→위협 사격→격파 사격'으로 나뉘어 있던 규칙을 '경고 방송→경고 사격→격파 사격'으로 대폭 간소화했고, 2009년 11월에 발생한 3차 교전은 철저하게 이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남한군은 NLL 이북으로 도주하던 북한 경비정에 무려 약 5천발의 포탄을 쏟아부었다. 승리한 남쪽은 교전규칙을 바꾸기를 잘했다고 승전가를 불렀지만, 그 후과는 안보 딜레마의 심화로 이어지고 말았다.

3차 교전에서 패퇴한 북한은 보복을 다짐하면서 해안포와 방사포, 그리고 지대함 미사일의 발사 태세를 강화했고, 2010년 초에는 NLL 인근 수역을 항해금지구역으로 선포하고는 대대적인 해안포 훈련 사격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남측 군당국은 북한이 유사시 이들 무기를 동원할 것으로 판단하고, 초계함의 작전 구역을 백령도 등 섬 인근까지 근접 기동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침몰 일주일 후인 4월 초 "북한이 세 차례의 서해해전을 통해 함정 대 함정 전투에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해상 도발뿐만 아니라 지상무기 공격 등 새로운 방법의 도발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북한이 방사포, 지대함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섬을 활용해 피할 수 있도록 백령도 뒤쪽으로 기동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측 군당국이 서해에서의 유사시 섬을 엄폐물로 삼고자 했던 것이고, 천안함 침몰은 이러한 조정된 기동 훈련 중에 발생했던 것이다. 이는 천안함 사태가 지난 세 차례의 서해교전을 거치면서 안보 딜레마가 격화되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도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린 남한 군당국은 서해에서 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연이어 실시하는 등 군사적 준비태세의 강화에 나섰다. 이러한 남한의 군사 태세 강화에 맞서 북한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사수하겠다며 위협적인 언행을 더욱 강화시켜나갔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불굴의 의지' 및 한국군의 서해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인 2010년 8월 9일에는 13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는데, 이 가운데 10여발이 NLL 이남에 떨어졌다.

그리고 11월 23일 북한은 남한의 호국훈련을 빌미로 연평도를 공격하는 고강도의 도발을 자행했다. 이러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 일환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었고 서북 도서 요새화를 위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에도 나섰다. 북한도 해안포와 방사포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인근 공군기지도 비상태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앞서 언급한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도 착수했다.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를 생각해야

이렇듯 작용과 반작용이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남북 상호간의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반문하게 된다. 한미동맹이 역사상 최고로 강하고 대북 군사태세 및 보복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는데 대한민국의 안보는 튼튼해지고 있느냐고.

북한의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한의 서해 5도 군사요새화가 가속화될수록 북한의 군사적 대응책도 강화되기 마련이다. 이는 무력 충돌 및 충돌시 확전의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해 5도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고, 군비지출이 늘어나면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의 낭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례로 아파치 헬기 도입 사업은 중고 구매시 1조8천억원이, 신형 무기 도입시 3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구매 비용의 2∼3배에 달하는 운영유지비까지 포함할 경우, 아파치 헬기 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1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처럼 서해상의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가 격화되면 '국가' 안보도 불안해지고 '인간' 안보도 위협받게 된다. 국가안보와 함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정부와 군 당국이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른 수단에 의한 안보의 출발점은 남북대화 재개이다.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천안함 침몰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희생자에 대한 애도 및 재발방지 노력에 합의하고, 연평도 포격전에 대해서는 북한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장지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고조를 완화하고 해소할 수 있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지난 2월에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이러한 세 가지 의제들을 논의하는데 동의했던 만큼, 남북한이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면 이러한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군사 태세를 포기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군사 일변도의 접근으로는 안보 딜레마만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대북 군사적 억제는 '적절하게' 유지·조정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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