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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4대 키워드…협력, 6자회담, 바통, 개혁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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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4대 키워드…협력, 6자회담, 바통, 개혁개방

기존 발언 되풀이 속 정책 변화 의지도 엿보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일부터 1주일간 중국을 방문하고 26일 오후 귀로에 올랐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관례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25일)을 비롯한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이날 저녁 보도했다.

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크게 △ 북중 경제협력 강화 △ 6자회담 재개 등 대외관계 진전 모색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목적으로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예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의 작년 5월, 8월 방북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각종 정책이 극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고무됐다는 말을 처음으로 하면서 경제 정책에서의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

▲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 장면 ⓒ뉴시스

■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확대"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양국 관계가 더욱 밀착될 것이라는 점이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북중 우의를 굳게 지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결코 변치않는 방침으로 삼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과 더불어 양국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유지·촉진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를 위해 고위층 교류 강화, 당·국가 관리 경험 교류,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확대, 문화·교육·체육 교류 심화, 국제 및 지역 정세와 중대 문제에 있어서 소통·협조 강화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후 주석께서 양국과 양당 사이의 관계 발전을 위해 한 제안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경제 분야에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별도로 가진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예로 들며 최근 북중 간 경제무역 협력이 많은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협력 수준을 새로운 높이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원 총리는 지방과 기업의 적극성을 더욱 이끌어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이자고 호응했다.

■ "6자회담 재개"

6자회담을 상징으로 하는 대외관계 전략은 기존의 입장이 되풀이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며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줄곧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매우 안정된 주변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온 점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언급했다.

후 주석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외부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관련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서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들로 볼 때,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가 생기기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후 주석에게 국면 전환을 위해 미국을 재차 설득해 보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은 있다.

■ "조중친선의 바통"

작년 방중 때에도 나왔던 "바통" 표현은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요청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북한 쪽에서 더 강조했다. 다만 두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 수행자 명단에 김정은은 빠져 있어 그가 이번 방중에 동행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들이 조중친선협조관계를 대를 이어 계승하고 공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공동의 성스러운 책임과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전통적인 중조친선의 바통을 굳건히 이어가는 데서 역사적 책임을 다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중 양국 인민의 우호관계는 귀중한 것"이라며 "우호의 바통을 대대로 전해내려가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인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북중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과 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물려준 중요한 유산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 개혁개방에 조선 인민 고무"

후 주석은 북한이 인민 생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김 위원장은 "중국 각지를 방문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놀랄 만한 변화들이 나를 감탄하게 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창춘, 양저우, 난징, 베이징 등지의 공업, 농업, 과학, 상업 시설들을 둘러 본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개혁개방 정책은 정확한 것으로 과학적 발전노선은 생명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 인민들은 이를 통해 고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는 (…)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비롯해 드넓은 중국대륙에서 이룩되고 있는 성과들에서 급속히 변모되고 있는 중화대지의 약동하는 발전상에 대해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며 김 위원장이 베이징 중관촌의 정보통신 서비스업체 선저우수마(神州數碼) 등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높게 평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2일 양저우(揚州)를 방문해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사실로 미뤄 볼 때 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버지 김일성이 정확히 20년 전 장쩌민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함께 양쩌우를 방문한 뒤 이른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그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특히 후 주석과 원 총리가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경제 개혁에 대한 사실상의 조언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행보가 주목된다. 원 총리는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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