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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찾은 양저우, '전략적 결단'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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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찾은 양저우, '전략적 결단' 재연되나

김정일-장쩌민 만남이 주목되는 까닭

20일부터 시작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은 또 한 차례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인가. 김정일 위원장의 작년 5월 방중은 천안함 이후의 정세에 대응하려는 정치적인 목적이 컸다. 작년 8월 중국 방문은 북중 경제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에 비해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정치와 경제가 결합된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22일 저녁 장 전 주석의 고향인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 도착했다. 23일 날이 밝자 현지 일정을 시작한 김정일 위원장은 장 전 주석과 5년 만에 재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 사람의 만남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김 위원장은 20년 전 아버지 김일성이 걸었던 길을 뒤따르는 셈이 된다. 김일성 주석은 1991년 10월 생애 마지막 방중 때 난징(南京)에서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장쩌민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진 후 그의 안내를 받아 양저우를 방문한 바 있다.

20년 전 김일성-장쩌민 회담은 통상적인 북중 정상회담이 아니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와 돈 오버도퍼의 <두개의 한국>에 따르면, 91년 방중을 계기로 김일성은 이른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중국의 경제특구를 돌아보며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자들로부터 세 가지 권고를 받은데 따른 것이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의 첫 번째 권고는 북한도 중국처럼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과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려면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니 당시 진행되던 남북협상을 조속히 타결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미국의 한반도 내 핵무기 철수(91년 9월 28일)를 계기로 북한의 핵개발 의혹도 해소하고 미국과 관계를 풀라고 강조했다.

김일성은 평양으로 돌아온 3일 후인 10월 16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에서 그는 남북협상의 타결과 비핵화 합의, 경제특구 설치에 관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이를 위해 핵문제를 협상카드로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말 남북기본합의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 채택되고, 북한이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러한 결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듬해 1월 김용순 노동당 국제부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일성의 당시 '결단'은 그 후 20년간 북한이 보여온 행보를 큰 틀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핵 문제에 관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북미수교 직전까지 갔던 2000년의 북한, 2005년 9.19 공동성명,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 2009년부터 본격화한 중국과의 경제협력 등이 그러하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김영삼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 조지 W. 대통령 시절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 등으로 뒷걸음질치긴 했지만 김일성과 장쩌민의 마지막 만남은 '21세기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북한의 전략을 수립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 김일성과 장쩌민의 회동 모습 ⓒ연합뉴스

20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북한 최고지도자와 장쩌민의 양저우 회동은 북한으로 하여금 어떤 결단을 이끌어 낼 것인가. 22일 일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발언 속에 힌트가 들어있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적극 돕겠다는 뜻이 담긴 발언으로, 20년 전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권고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북한 전문가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특히 북한보다는 중국 쪽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원자바오의 일본 발언을 보면 중국의 의도가 더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입장에서 북중 경협을 가속화해 북한이 조금 더 개혁지향적인 정책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걸 토대로 6자회담의 재개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문제에서도 20년 전의 결단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대화를 하려면 남북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놓고 있고, 남북대화는 '천안함·연평도 사과'에 막혀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없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은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 등에게 미국이 남북대화 우선 원칙을 변화시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중국이 외교력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연철 교수는 "중국이 긍정적인 측면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은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정치·경제적 힘을 가진 중국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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