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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 옥쇄', 패배로 가는 자기정당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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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 옥쇄', 패배로 가는 자기정당화일 뿐

[한반도 브리핑] '김정은 오보 사태' 진짜 배경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온통 소란스럽다. 행선지와 면담 인사 및 시찰지역을 놓고 연일 추측보도와 사후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의 동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그만큼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채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특별열차에 탄 사람이 김정은인지 김정일인지도 확인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영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남북관계가 파탄났을 때 북한 지도자의 방중 사실과 루트마저 확인 못하는 속수무책의 상황이야말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피동적 객체로 전락하고 만 이명박 정부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정일 위원장 방북이 확인해 준 사실들

김 위원장 방중의 의도와 목적, 결과에 대해 전망하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후 양국의 공식 발표를 본 후에야 사실에 기초해 이번 방중의 의미를 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미만큼은 명백히 알 수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이다. 최근 키높이 구두를 신고 왼손을 자유롭게 쓴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이번 방중을 통해 사흘 동안 3000km 여정을 열차에서 자면서 강행한 사실은 그의 건강이 회복 이후 가장 양호함을 반증하는 확실한 근거다.

예측과 달리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최근 그의 건강이 자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의 국방위원회 진입이 미뤄진 것도 당분간 김정일 위원장 주도의 확고한 국정 장악을 지속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체제유지가 불안하고 후계문제도 불안하기 때문에 서둘러 '세자책봉' 받으러 갈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희망적 사고'는 결국 김정은 방중이라는 희대의 오보를 낳았고, 역으로 이번 방중은 김정일의 건강과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회복과 자신감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 굴복론과 북한 붕괴 대망론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만 셈이다.

두 번째 이번 방중은 시종일관 북중연대의 공고함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동북 지역의 항일 유적지를 방문한 것은 김일성 가계의 정통성을 노린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동북항일연군으로 일제에 맞섰던 북중연대의 역사적 재확인을 의도한 것이었다. 수천km를 달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고향 양저우((揚州)을 방문한 것 역시 아버지 김일성과 장쩌민의 만남을 상기시키고 김 위원장과 장쩌민과의 오랜 우의를 확인하며, 동시에 상하이방과의 정치적 연대를 꾀한 것이다. 즉 북중연대가 현재의 권력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대를 이어 계승해온 과거 권력과 미래 권력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북중 협력과 보다 공고해진 북중연대는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대중 영향력 약화와 한반도 정세 개입력 약화를 역으로 입증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회담을 갖는 한편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중국 공산당 서열 1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회담을 갖게 되는 현실은 북중연대 강화와 한국의 소외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김 위원장 방중의 결과와 의미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년 반이 다 되도록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3단 논법'의 자신감에 근거하고 있었다. 남북관계 중단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면 결국 북한이 아파할 것이고, 그래서 도저히 못 견디고 굴복해 나올 것이며, 그렇지 않는다면 종국엔 북한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세 가지의 희망에 토대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의 확대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한을 관리해내며 장기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대북 관여정책(engagement)을 포기하고 관계 중단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고 버릇을 고치고 변화시키겠다는 대북 고립화 정책(isolation)을 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아파하지 않았고, 아프지 않기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상 최악의 긴장 고조와 군사적 도발을 강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는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북한의 붕괴 역시 가능하지 않게 되고 말았다. 또한 남북관계 중단을 북중관계 강화로 대체해내고 오히려 북중연대를 바탕으로 대남 강경책과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고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도 바라던 북한붕괴마저도 대중 의존을 통해 불가능한 일로 만들어가고 만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에 맞게 된 5.24 대북 조치 1년만 놓고 보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오히려 북이 아니라 남측의 기업이 줄도산하는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이 효과는커녕 애꿎은 피해만 가져오는 것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대북 제재 조치로 대북 교역업체와 임가공 기업만 망하고 정작 북한은 중국을 활용해 제재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3인방 중 한 사람이라는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 ⓒ연합뉴스

청와대 참모와 J일보 논설위원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조성된 남북 비핵화 회담 분위기마저도 천안함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못 박고 대화 진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북협상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는 미국에게도 이명박 정부는 못마땅한 표정이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마저 통일부가 나서서 훼방 놓는 형국이다.

대화 국면을 끝까지 거부하고 요지부동의 고집을 지속하는 이명박 대통령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이를 촉구하고 정당화하는 주위 참모와 자문 인사들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파탄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과 없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오기와 고집 심지어 옥쇄의 각오로 일관하고 있음을 본다.

얼마 전 정부 고위당국자로 보도된 청와대 고위 참모의 경우, 그의 인식은 지금의 남북관계 현실과 대북정책 평가가 너무나도 자의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대북정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너무나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5.24 조치로 북이 매년 3억 달러의 '벌금'을 물고 있다고 호기 있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방에게 벌금을 물리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남측 기업 피해와 한반도 정세 개입력 손실에 대해서는 도대체 왜 모른 척 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또한 '벌금'을 물게 해도 상대방이 그 벌금을 다른 데서 벌충해내고 오히려 벌금 이후에도 나쁜 행동을 자제하기는커녕 더 자주 더 많이 나쁜 행동을 지속한다면 결국은 벌금 자체로서의 효과가 없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그 고위 참모는 또 북한의 평화 공세가 우리 대북정책의 효과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지금은 우리가 대북정책 결정권과 한반도 평화 결정권을 확보했다는 자신감마저 보였다는 대목에서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뿐이다. 북의 대화 제의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남북대화에 성실히 임한다는 대미 생색용 성의 표시가 본질이고 이를 남측이 거부할 경우 북은 언제라도 거둬들인다는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역도의 망발'로 거부하고 적십자 실무 접촉과 백두산 화산 회담 및 동해표기 회담 등에 응하지 않는 북의 의도는 이번 방중과 맞물리면서 이제 대남 대화 제의를 포기하고 강경 기조로 선회하거나 혹은 서울을 우회한 채 워싱턴과 직접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핵심 측근은 여전히 북의 대화 제의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압박의 효과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압박하면 결국 북이 손을 들고 굴복해 나올 것이라는 하염없는 희망적 사고에 갇혀 있으니, 안타까움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지금의 상황이 우리가 북에 대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에서는 놀라움을 넘어 측은함까지 느끼게 한다. 북을 관리하지도 굴복시키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북의 도발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현실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것인지 놀라울 뿐이다.

행여 북의 대화 제의를 우리가 거절하는 것을 두고 결정권이 있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놀라움이 아닌 한심함의 수준이다. 대화를 거부해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면 결정권이 행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화 거부 이후 북의 도발을 막지 못하고 북의 굴복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정권이 아니라 오기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은 결코 관계 중단에서 행사되지 못한다. 현실에서 상대방에 대한 권력 행사는 관계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다. 힘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통해 행사하는 것이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영향력 행사의 관계를 끊는 것일 뿐이다.

청와대 모 비서관이 현실과 전혀 다른 구름위의 인식을 하고 있다면 최근 '박정희 찬양가'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J일보 모 논설위원은 끝까지 '버티기'로 일관해야 한다는 결연한 옥쇄의 각오를 주문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핵심 3인방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비서관을 지켜야 한다는 그 논설위원의 주장은 이제 와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사무라이의 옥쇄를 연상케 한다.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는 무시한 채, 오로지 북의 압력에 밀려 정책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만 집착해 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해 마지않는 원칙의 고수는 이제 와선 '북에 대한' 원칙이 아니라, 어차피 실패한 이상 원칙만이라도 지키겠다는 합리화 기제로서의 '자신에 대한' 원칙일 뿐이다. 무대책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고집만이라도 지켜냄으로써 자기독백적, 자기규율적 원칙을 스스로에게 정당화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고집과 오기는 상황 개선에 전혀 기여할 수 없고 결국은 속수무책의 외고집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옥쇄는 결국 패배를 전제한 자기 정당화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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