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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파키스탄의 빈 라덴 공방, 면피성 푸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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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파키스탄의 빈 라덴 공방, 면피성 푸닥거리

[월러스틴의 '논평'] 빈 라덴 죽었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빈 라덴 사망,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Osama is Dead: What Difference Does This Make?)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사살됐다. 미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미 해군 특수부대(SEAL)에 의해 이뤄졌다. 이 사실은 전 세계가 이를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 죽음이 어디에서 무엇을 바꿔 놓았나? 중요한 문제가 되나?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첫 번째 질문은 빈 라덴의 죽음이 알카에다의 종말을 의미하냐는 것이다. 오늘날의 알카에다는 단일한 조직이 아니라 일종의 '프랜차이즈'라는 점은 명확하다. 만약 빈 라덴이 직접적으로 어떤 그룹을 지휘하고 있었다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에 위치한 그룹이었을 것이다. 세계에는 스스로 알카에다를 자처하는, 자율적인 구조를 갖춘 것처럼 보이는 그룹들이 있다. 특히 이라크, 예멘, 북아프리카 지역의 그룹들이 유명하다. 이들은 빈 라덴에게 상징적인 존경(homage)을 보내고는 있었지만 작전 결정은 스스로 내렸다.

게다가 다양한 그룹들의 실질적인 전투력이나 정치력은 언젠가부터 이미 쇠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쇠퇴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해서가 아니라, [테러가 아닌] 정치적 방법으로 그들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이슬람주의 세력들이 깨달았다는데 있다. 빈 라덴의 사살은 즉각적으로 몇몇 알카에다 조직의 '복수' 시도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나, 이런 시도로도 국제무대에서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의 죽음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변화시킬 것인가? 파키스탄 정부는 이미 이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가 [빈 라덴에 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의심하는 여론이 파키스탄과 미국 모두에서 드높다. 파키스탄 정부의 공식 입장은 빈 라덴의 위치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빈 라덴이 지난 7년 동안, 그들의 군사학교 바로 옆에 있는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또한 파키스탄 정부는 미군의 작전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며, 이를 파키스탄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했다.

어떤 부분도 결코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빈 라덴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당연히 알았을 것이며, 최소한 몇몇 관리들이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미국 정부 또한 파키스탄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유지된 미국과 파키스탄의 어렵고 야심찬 '동맹' 관계의 실체다. 빈 라덴의 죽음이 이를 바꿔놓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두 동맹국은 아직 서로가 필요하다.

파키스탄이 미군의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대해 알고 있었나 하는 부분은 파키스탄 내에서도 누구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작전을 방해하거나 빈 라덴에게 알려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한테 미국이 비밀을 유지하고 싶어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고 아무도 몰랐을까? 이와 상반된 두 가지 정보가 이미 밝혀졌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01년, 파키스탄이 나중에 공식적으로는 항의할 것이라는 조건 하에서, 미군은 빈 라덴의 위치를 포착하는 즉시 언제든 일방적인 작전을 펼 수 있다는데 대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동의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빈 라덴 사살 이후 미국과 파키스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금 무샤라프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걸 누가 믿겠나?

더욱 설득력 있는 증거도 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빈 라덴의 사망 당일, 작전 두 시간 전부터 인근 지역의 전원이 차단됐다는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이는 곧 작전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파키스탄 당국에서밖에 취할 수 없는 조치다. 파키스탄 내에서 중국의 정보 능력은 거의 미국만큼이나 뛰어나다. 따라서 파키스탄 내에서도 어떤 당국은 작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다른 당국에서는 미국과 협력했을 가능성이 높다.

▲ 생전의 오사마 빈 라덴. ⓒAP=연합뉴스

미국의 몇몇 의원들은 빈 라덴의 아보타바드 은신을 파키스탄이 몰랐을 리 없다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거나 감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역효과만 낼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과 미국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지어 보면, 언젠가부터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빈 라덴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었음이 명백하다. 이는 그들이 [아프간의 정치]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서다. 빈 라덴의 죽음은 아프간 내에서 탈레반의 위상을 강화시켰으며,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계획을 더 앞당겼을 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군에는 매우 기쁜 일이다. 미국 내의 누군가는 이번 '승리'로 인해 탈레반과의 정치적 협상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처음부터 아프간 개입에 반대했던 쪽에서는, 이제 더 이상 미군이 이 지역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번 작전으로 증명됐다고 할 것이다.

파슈툰족(族)이 아닌 아프간 북부 사람들은 괴로운 신음을 뱉으며 위의 둘 중 어떤 이유로든 미군이 철수하는 데에는 반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북서쪽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러시아, 이란 등은 파슈툰족으로 구성된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에서 정권을 잡게 되면 아프간 내 북부·서부에 살고 있는 자국계 아프간 국민들이 탄압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빈 라덴의 죽음은 최소한 미국 내에서라도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건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커다란 정치적 위험을 무릅썼다. 특히 빈 라덴의 은신처를 폭격하지 않고 특수부대원들을 투입한 것은 큰 모험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작전이 잘못됐다면, 그는 정치적으로 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전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특히 군사적 사안에서) 유약한 지도자라는 공화당의 모든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이 돼버렸다. 분명 다음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논평가들이 지적하듯이,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여전히 경제다. 2012년 대선에서의 오바마 대통령 재선 여부와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전망은 경제 문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빈 라덴의 죽음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나? '조금.'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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