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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리비아 공습 '부메랑', '열린 국경'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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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리비아 공습 '부메랑', '열린 국경'은 옛말

난민 유입에 유럽 통합 위기…극우파 발호도 한몫

유럽연합(EU)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12일(현지시간) EU 내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보장한 '솅겐협정'을 일시적으로라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이는 그간의 유럽 통합 움직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며, 만약 현실화된다면 유럽은 16년 전 솅겐협정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솅겐협정은 EU 26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과, EU에 가입되지 않은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26개 나라에서 여권 검사 없는 국경 통과를 허용해 왔다. 유럽의 남서쪽 끝인 지브롤터 해협에서 북동쪽 끝 발트해(海)까지, 아이슬란드에서 그리스까지에 걸친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

그러나 이날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솅곈협정에 서명한 22개 EU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이 한시적으로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제한하는 방안을 지지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각국 내무장관들은 비록 제한적인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일시적 방편이기는 하지만, 국경 검문과 여권 검사의 부활에 동의했다. 이들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의 '재승인 협정'을 추진해 이민자들을 출신 국가로 돌려보내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리비아 개입 부메랑"

<가디언>은 이번 내무장관 회의의 결론에 대해 리비아 내전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난민 또는 이민자 유입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과 리비아 내전 등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와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내부의 '반(反) 이민 정서'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를 '신경질적인 반응'이라고 평했다.

EU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디언>에 "북아프리카에서는 수십만 명이 해안에 있다"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이를 '무기'로 활용한다면, 유럽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앞선 기사에서 카다피 정권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게 유럽으로의 출항 허가를 내주었다면서, 이것이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는 EU와 나토(NATO)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EU의 리비아 공습이 '부메랑'이 되어 유럽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번 EU 내무장관 회의의 결론을 주도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나토의 리비아 공습 작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난민들을 발생시켜 놓고, 그 뒷감당을 하느라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클로드 게앙 프랑스 내무장관(왼쪽)과 아네미 투르텔붐 벨기에 내무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내 극우파 발호의 영향

또 솅겐협정이 위기에 처한 것은 극우세력의 부상이라는 유럽의 정치적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그간 주로 극우 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추진돼 왔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내무장관 회의 전날 일방적으로 독일 및 스웨덴과 맞댄 국경에 상시 통제소를 설치하고 무작위 검문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덴마크의 이번 조처를 2007년 총선에서 극우세력이 무려 13.9%를 득표한 효과라고 보았다.

즉 덴마크 중도우파 자유-보수당이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인민당(DPP)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것이다. 인민당은 극단적인 반(反) 이민 성향을 보여 왔으며, 예산, 복지, 정년 관련 법안을 수단으로 연정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독일 정부는 "'열린 국경'이란 원칙이 국내정치적 이유에 희생되서는 안된다"며 덴마크를 비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덴마크 정부의 결정이 솅곈협정에 부합하는 것인지 정밀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 의회 내에서는 덴마크를 솅겐협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덴마크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여권 검사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며, 자신들의 조치는 솅겐 협정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덴마크의 이번 조치와 EU 내무장관 회의 결정은 유럽 통합에 반발하는 극우파 세력의 선거 승리가 정책으로 나타난 사례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내무장관 회의에서 결론을 주도한 것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에 의해 반(反)이민법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마로니 장관은 외국인 혐오 정서가 짙다고 알려진 극우정당 북부연맹(NL) 출신이다.

프랑스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사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약진에 대항하기 위한 사르코지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2012년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현직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사회당 후보와 르펜 대표에 이어 3위에 그친 적도 있다.

우파의 발호는 이미 몇몇 국가를 넘어 전 유럽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최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도 극우정당 '진짜 핀란드인'이 일약 제3정당으로 급부상했으며, 네덜란드도 극우정당에 의해 연정이 지탱되고 있다. 유럽 통합의 험난한 앞길이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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