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호텔체인 '홈인'(HOME INN. 중문명 如家酒店連鎖)의 쑨지앤(孫堅 48세) CEO는 재능과 시운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홈인은 중국 최대의 호텔그룹인 서우뚜그룹(首都旅游國際酒店集團)과 Ctrip(携程)여행사가 공동 출자해 2002년 설립한 신생 회사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윤 증가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고급 호텔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홈인이 중국 호텔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중저가 호텔 수요 폭증이란 시운에다 쑨지앤이라는 걸출한 재능을 가진 전문 경영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선 이코노미급 호텔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 업종이었다. 호텔 투숙객 대부분이 공무원이나 국영 기업인들이었다. 어차피 자기 돈 쓰지 않을 바에다 굳이 저렴한 호텔을 찾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수많은 민간 기업들이 생겨났고 개인 여행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비싼 호텔을 이용하기 보다는 예산을 절약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코노미급 호텔의 성장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거대한 호텔체인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CEO가 적기에 합류한 것도 홈인의 성공 배경이다.
중국 호텔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다
1964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쑨지앤은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1987년 상하이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의학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외국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의사생활을 하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결국 진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쑨지앤은 1989년 장학생 신분으로 호주 유학길에 올랐다. 마케팅 공부로 방향을 돌렸다. 당시 중국은 티앤안먼(天安門) 사태의 소용돌이 때문에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는 운이 좋았던 셈이다. 하지만 워낙 가진 게 없다보니 장학금을 받아도 유학생활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당시 호주는 물 값이 우유 값보다 비쌌다. 돈이 없어 우유를 물처럼 마셨는데 지금도 우유만 보면 속이 다 울렁거릴 정도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재능을 키웠고 가치관 자체가 바뀌게 됐다고 한다.
8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1997년 중국으로 돌아온 그를 맞은 것은 시운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소매유통업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국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고 들어왔지만 막상 경영 현장에서는 현지화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외국 경험을 갖춘 중국인 경영인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유학을 다녀온 중국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여러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정다이(正大)그룹이 경영하는 로터스의 마케팅 총괄로 첫 직장을 잡았다.
2000년엔 영국계 건자재 전문기업인 B&Q의 마케팅 부문 부총재로 자리를 옮겼고 2004년엔 B&Q 차이나의 화동지역 총재로 승진했다. 중국인이면서 서구의 선진 경영 마인드를 갖춘 그의 명성은 유통업계는 물론 중국 기업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2005년 1월 쑨지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대인 홈인호텔체인의 CEO로 자리를 옮긴다.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간섭 없이 자신의 전략과 처방대로 경영에 몰두했다. 사세가 폭발적인 신장세를 지속했다. 당시 50개에 불과했던 체인 규모는 3년 후 188개로 늘어났다. 중국 내 진출 도시도 10개에서 40개로 네 배나 커졌다. 모두가 쑨지앤의 타고난 경영수완 덕이었다.
2006년 10월 그는 마침내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호텔 체인업계는 홈인 외에도 진장즈싱(錦江之星), 신위즈싱(新宇之星), 모텔(莫泰) 등 여러 개가 있지만 중국 호텔체인점으로서는 최초의 해외 상장 기록을 세웠다. 홈인은 나스닥 상장으로 1억 200만 달러를 조달했고 현재 시가 총액은 8억 달러를 넘어서 있다.
체인점 성공은 복제기술에서 나온다
홈인은 2010년 한해에만 208개의 호텔체인을 늘려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818개를 체인을 거느리고 있다. 같은 시점에 대표적인 경쟁업체인 한팅(漢庭)과 세븐데이즈(7天)의 체인점이 각각 416개와 568개임을 감안하면 단연 업계 선두다. 홈인은 2011년에 200여 개를 다시 늘릴 계획이어서 1000호 체인점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쑨지앤은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경영인답게 이론적으로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는 호텔체인 업계의 경영관리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외부 5각, 내부 3각'이론을 만들어냈다. 그는 프랜차이징 경영의 요체를 복제(複製) 기술이라고 믿는다. 더 많은 점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모든 점포들이 마치 하나가 된 듯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철학이다. 모든 체인점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외부 5각이란 업종, 제품, 가격, 서비스, 마케팅 등 겉으로 드러나는 5가지 요소들이다. 내부 3각이란 인력자원, 관리시스템, 핵심경쟁력 등 내재된 요소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야만 프랜차이징 경영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KPI(핵심성과지표관리)를 도입했고 500만 위앤을 투입해 중앙관리시스템도 개발했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면 전국에 산재한 체인의 경영실적과 고객관련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체인별 코스트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월마트와 맥도날드의 사례를 인용한다. 이들이 세계 최대 유통업체가 된 것은 단순히 매장이 많아서가 아니라 최상의 공급사슬관리를 통해 가장 좋은 상품을 한곳에 모으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란 얘기다.
그의 경영 능력은 여러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중국 10대 풍운인물에 꼽혔고 그 해 12월에는 호텔업계 10대 인물에 선정됐다. 2006년엔 중국 10대 브랜드 기업가, 올해의 최고 CEO에 선정됐고 나스닥 상장 후에는 중국 10대 마케팅 인물로 떠올랐다. 이제 그는 외국 기업들에 맞서 중국 호텔업계를 짊어지고 나갈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도 꼽히고 있다.
▲ ⓒ프레시안 |
TTMC 전략으로 차별화하다
이코노미 호텔체인은 앞으로도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업종의 하나로 꼽힌다. 성급 고급 호텔의 평균 객실 투숙률이 70%대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홈인은 수년 째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새 호텔 하나 만드는 기간도 짧고 비용은 5분의 1,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 저비용에 높은 투숙률이면 당연히 경쟁도 심하기 마련. 중국 기업은 물론 프랑스계 이비스, 미국계 수퍼 8 등 외국 기업들도 가세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대책은 철저한 차별화로 집약된다. 쑨지앤 CEO는 차별화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TTMC(Think, Tranfer, Mix, Combine)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think) 중국에는 없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성공이 입증된 요소들을 옮겨와서(transfer), 혼합하고 결합시킨다(mix & combine)는 것이다. 서로 다른 요소를 융합한다는 점에서 그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통섭(通涉 consilience) 개념과도 맥이 닫는다.
그의 차별화 전략은 호텔 경영방식에서부터 다르게 나타난다. 프랜차이징 사업을 하다보면 수적으로 성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브랜드 관리와 경영규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바로 위험해지는 것이 프랜차이징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홈인은 프랜차이징을 하면서도 관리요원을 각 호텔에 직접 파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이코노미 호텔을 B&B라고 한다. 침대(bed)와 아침 식사(breakfast)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코노미 호텔들은 좀 다르다.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래방도 있고 사우나도 있고 가격도 100 위앤 대에서 3, 400위앤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홈인은 서양식도 아니고 기존의 중국식도 아닌 제3의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홈인에는 벨보이가 없다. 사우나도, 노래방도 없다. 하지만 투숙객들이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 2성급 호텔의 가격에 3성급의 비품과 4성급의 침대를 제공하고 있다.그의 차별화 전략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객실에는 물 컵과 수건, 칫솔 등이 두 가지 다른 색깔로 비치돼 있다. 두 사람이 함께 투숙했을 때 서로 섞이는 것을 방지해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이다.
쑨지앤은 앞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이 되면서 호텔업이 보다 큰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 아직은 중국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표현하지만 앞으로는 '컨슈밍 인 차이나'(Consuming in China) 시대가 반드시 열린다는 것이다. 그는 컨슈밍 인 차이나의 시대에 성공을 이어가지 위해 회사 주가에는 신경을 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노력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을 거머쥘 수 없다. 반대로 좋은 운을 맞았다고 해도 그 운을 활용하는 재능과 기술이 없다면 성공은 오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쑨지앤의 경험담은 뛰어난 경영수완과 다양한 관리기법으로 시운을 성공으로 연결한 전형이라 할 것이다.(이 글의 출처는 글쓴이의 공저『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2011.5)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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