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번안한 태국 노동운동가…'왕실모독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임을 위한 행진곡' 번안한 태국 노동운동가…'왕실모독죄?'

[아시아생각] "태국, '왕실모독' 빌미로 노동운동 탄압"

"솜욧이 또 잡혀갔어!!!"

국제전화를 통해 항의편지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친구의 목소리에는 긴박함이 묻어났다.

솜욧 프룩사카셈숙은 30년 가까이 태국의 노동 운동에 헌신했던 노동운동가이다. 태국의 가장 활동적인 노조 연맹 중 하나인 민주노조연대 (Alliance of Democratic Trade Unions)를 이끌었으며, 국제연대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국과도 매우 친숙한데, 임을 위한 행진곡의 태국어 버전인 '연대의 노래'(Solidarity)를 만들어 태국 노동운동의 대표곡으로 만든 것도 그였고 (2006년 9월 15일자 <경향신문> '태국서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 퍼지다' 참조), 민주노총이 파업을 할 때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 앞에서 민주노총을 지지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조직했던 것도 그였다. (☞관련기사 보기)

솜욧은 최근 태국의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인 '레드 셔츠' 진영의 영향력 있는 리더로 등장했고, 그 활동의 결과로 2010년 5월에는 태국 긴급상황 해결 센터(CRES)에 의해 군부대에 3주 가까이 억류되기도 했으나 무사히 석방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30일 그가 체포된 이후,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그의 죄목은 왕실모독죄이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이나 왕비, 황태자, 섭정에 대한 모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저 3년에서 최고 15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2007년에는 한 스위스 남성이 국왕 생일이라는 이유로 술을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거리에 있는 국왕의 사진에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에 처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은 '모독'의 규정에 대한 해석상의 모호함으로 정치적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예로 2008년 4월 초티삭 온숭 이라는 활동가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왕실모독죄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2007년 9월 극장에서 국왕 찬가가 연주될 때 일어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국의 극장에서는 모든 영화 상영 전에 국왕 찬가가 연주되며 관객들은 국왕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일어서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왕실모독죄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의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노동 운동을 억압하는데 응용(?)되기도 했다. 국제적인 속옷 회사인 트라이엄프의 태국 하청 공장의 노조 위원장 지트라 코차뎃은 한 TV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입고 나간 티셔츠가 문제가 되어 해고당했다. 그녀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는 초티삭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일어서지 않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라고 쓰여 있었는데 회사는 이 티셔츠가 왕실을 모독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녀를 해고했다.

솜욧이 체포되기 직전에 준비했던 것은 이 왕실모독죄 폐지를 위한 국회 청원을 위한 1만인 서명운동이었다. 왕실모독죄를 이유로 비판적인 활동가들이 기소되거나,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이 폐쇄당하고, 웹사이트가 막히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솜욧은 언제나 실천가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고, 항상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구속된 직후 외부로 보낸 편지에서 왕실모독죄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선택할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자유를 포기할 지라도 인간성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감옥에 갇혀 있는 태국 노동운동가 솜욧 프룩사카셈숙 ⓒ태국 웹사이트 '바트 스톱' http://www.baht-stop.com/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이 글을 준비하고 있는 중에 타마삿 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솜삭 잼티라사쿨이 왕실모독죄로 고발당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국제 연대를 통해 한국의 운동에 지지와 지원을 보내던 솜욧에게, 보다 넓게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태국의 민중들에게 이번에는 우리가 대답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아래에 태국의 친구들이 요청한 태국 총리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 샘플을 첨부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영문 편지를 참조해 (혹은 그냥 복사해도 무방하다) abhisit@abhisit.org 와 public@democrat.or.th 또는 publicchearing@opm.go.th, soc@soc.go.th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소하지만 이런 항의 서한 하나하나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항의서한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 귀하

저는 2011년 4월 30일 체포되어 방콕 클롱 쁘렘 센트럴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솜욧 프룩사카셈숙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우리는 솜욧의 국제 노동 운동에서의 활동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으며, 그가 언론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언론인으로 그리고 학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선량한 시민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솜욧이 왕실모독죄(형법 112조)로 체포되었으나 그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사전에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으며 체포에 저항할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들은 바로는 형사재판소가 특별조사부의 12일 동안의 추가적인 구금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는 솜욧의 인권을 침해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입니다. 부디 그를 조속히 석방해 솜욧 스스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방어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요청합니다.

Prime Minister Mr. Abhisit Vejjajiva
c/o Government House
Pitsanulok Road, Dusit District
Bangkok 10300
Thailand
Fax: + 662 282 8631/280 1589/629 8213
Tel. + 662 280 1404/3000

Your Excellency Prime Minister Abhisit Vejjajiva

I write to ask you for the immediate release of Somyot Pruksakasemsuk who was arrested on the 30th April 2011 and is currently being held at Klong Prem Central Prison, in Bangkok.

We know Somyot Pruksakasemsuk through his work for the international trade union movement and we have come to know him as a loyal Thai citizen who is strongly committed to Human Rights in his role as an independent journalist and academic promoting freedom of speech.

We understand that Somyot was arrested on a charge of defaming, insulting and threatening the King, Queen and heir apparent (Section112 of the Penal Code) a charge which he fully denies. He also was not aware that any arrest warrant had previously been issued and strongly denies any claim that he resisted arrest.

We further understand that the Criminal Court agreed with the Department of Special Investigation (DSI) to extend the detention of Somyot for another twelve days, something we believe to be an unacceptable abuse of Somyot's human rights. Please urgently respond to this request for the immediate release of Somyot to allow him to organize his response to the charges against hi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