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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은 '초법적 암살'…나치 전범도 '공정한 재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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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은 '초법적 암살'…나치 전범도 '공정한 재판' 받아"

궁지 몰린 미국, "불법적 처형일 뿐" 논란 가열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법적 정당성' 논란이, 미국 정부의 발표가 하룻만에 바뀌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당초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 존 브레넌은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무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현지시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빈 라덴이 비무장 상태에서 사살됐다고 정정하는 브리핑을 했다.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애틀랜틱와이어>는 4일 "백악관이 하룻만에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의 팩트에 대해 말을 바꿈으로써,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국의 행위가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의 기준에서 합법적이었느냐는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면서 여러 쟁점을 정리했다.

우선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을 사살한 작전은 합법적이라는 주장의 핵심 논거는 "미국은 알카에다와 전쟁 중이고 빈 라덴은 적의 전투원(enemy combatant)"이라는 규정이다.


▲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의해 '암살' 당했다는 분노가 이슬람권에서 퍼져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빈 라덴의 초상을 들고 성전을 외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AP=연합

미국 정부 "적 전투원 사살 작전은 정당"

네이비 실과 빈 라덴은 상호 적 전투원의 관계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법학자는 미국 외교협회(CFR)의 존 벨린저 선임연구원이다. 그는 2001년에 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에게는 9.11 테러와 관계된 어떠한 국가, 조직, 개인이건 '필요하고 적절한 힘'을 행사할 권한이 부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빈 라덴이 추가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네이비실의 작전은 '정당한 자기방어' 행사에 해당해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듀크법대의 스콧 실리먼 교수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도주하려고 할 때 사살했어도 무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 역시 " 빈 라덴을 사살한 것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라고 법적 논란을 일축했다.

"미국에 위험한 인물은 누구나 사살해도 좋다는 거냐"

반면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한 이번 작전이 합법적이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절차적 문제: 영국 켄트법대의 닉 그리프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작전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밞지 않은 초법적인 공격 행위"라면서 "나치 전범들도 '공정한 재판'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법무장관 마이클 맨스필드도 "보복 행위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복수가 '정당한 절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빈 라덴이 어떤 상황에서 '머리에 총탄을 맞게'됐는지 정확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빈 라덴의 혐의는 이미 입증됐는가: 빈 라덴이 9.11 테러 당시에는 알카에다의 리더로서 실질적인 범행을 주도했다고 해도, 지금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지 않을 수 있다. 독일 쾰른대 법대 교수 클라우스 크레스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빈 라덴은 더 이상 미국이 규정하듯 적 전투원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사주했다는 혐의 자체도 재판에서 입증된 것도 아니다. 이때문에 이슬람권에서는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국의 행위는 불법적 처형이고 복수일 뿐"이며 "국가가 저지른 암살"이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체포 노력도 없었다: 인권변호사 제프리 로버트슨은 "범인은 가능한 한 생포되어야 하며, 미군은 비무장한 빈 라덴을 압도할 무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판사를 역임한 일본 호세 대학 다야 지카코 교수는 "빈 라덴 사살이 합법이라면, 미국에 위험한 인물은 누구든 죽여도 좋은 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인권변호사 커티스 도블러는 빈 라덴을 사살하는 이번 작전은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면서, 이것은 한 국가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부 "이번 작전은, 승인되지 않은 일방적 행동"

매년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원조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침묵하다가 3일 성명을 통해 "미군 특수부대의 파키스탄 내 작전은 '승인되지 않은 일방의 행동'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는 "(해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런 작전은 때로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슬람권의 분노는 물론, 유럽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미군의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빈 라덴 사살은 아랍세계에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빈 라덴이 사살된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반미 정서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빈 라덴의 죽음을 '순교'로 추앙하면서 미국과의 '성전'을 결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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