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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후 보복 테러, 대부분 미국에서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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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후 보복 테러, 대부분 미국에서 일어날 것"

[해외발언대]"괴물과 싸우려던 미국, 스스로 괴물이 됐다"

다음은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중동 전문 특파원이자 진보웹사이트 <트루스딕(truthdig.com)>의 고정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 헤지스가 1일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글의 주요 내용이다.

'On Osama Bin Laden's Death'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헤지스가 알카에다와 빈 라덴에 대한 오랜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찰이 녹아있다.

헤지스는 이 글에서 빈 라덴의 죽음 이후 미국의 땅에서 보복적인 자폭 테러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은 9.11 테러에 대해 '제국적 민족주의'라는 질병에 걸려 '폭력의 언어'로 대응하는 바람에, 결국 괴물과 싸우다가 스스로가 괴물이 되는 비극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편집자>


▲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에 한 미국인 부부가 군복을 입고 군사적 응징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빈 라덴 사후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증가하고 있다. ⓒAP=연합

"중동에 널려있는 제국적 군사기지, 증오와 테러 유발"

나는 <뉴욕타임스>에 알카에다와 관련한 취재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와 동료 기자들은 이런 취재로 퓰리처상도 받았다. <뉴욕타임스>의 중동지국장으로 7년을 보내기도 했다. 아랍어도 할 줄 안다.

나는 알카에다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알카에다는 나를 공포에 떨게 하는 조직이다. 나는 알카에다에 대해 피부로 느낀다고 할 만큼 친숙하다.

하지만 미국이 무슬림 세계에 대해 가하고 있는 집단적 모욕에 대해서도 잘 안다. 9.11 사태 이후 아랍세계에 대한 군사적 점령이 확대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도하 등에 미국의 제국적인 군사기지가 산재해 있다. 이것은 오사마 빈 라덴이 주도한 어떤 것보다 증오와 테러를 유발하는 것이다.

알카에다에서 그동안 빈 라덴이 한 역할은 히틀러가 나치당에서 한 역할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한 것이다. 알카에다의 태동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제1차 걸프전쟁 당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빈 라덴이 사우디 정부에게 외세의 개입 없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미군이 진입해 무슬림 땅에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다.

"9.11 테러에 미국은 '민족주의'라는 음침한 묘약 들이마셨다"

9.11 사태 당시 두번째 비행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부디쳤을 때 나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있었다. 나는 <뉴욕타임스> 사무실에 가서 노트북을 챙겨나왔고, 4시간 뒤 그라운드제로에 서 있었다. 당시 나는 '미국 민족주의'라는 매우 음침한 묘약을 깊이 들어마신 나라를 보았다. 민족주의의 이면은 언제나 인종주의다. 그것은 자기도취이자,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를 뜻한다.

또한 미국은 테러리즘이라는 것이 하나의 전술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테러리즘은 예전부터 존재해온 것이다. 테러단체와 성공적으로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9.11 사태 이후 알카에다에 대해 취재하면서 무슬림 세계도 종교의 이름으로 저지른 사건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초 사망한 이집트의 최고 성직자 셰이크 탄타위는 9.11 사건을 인류에 대한 범죄로 비난했을 뿐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빈 라덴은 율법에 따른 결정이나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고, 종교적 정통성도 갖지 못하고 종교적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좀 더 대범한 태도로 이런 정서에 기반해 대응을 했다면 훨씬 안전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테러조직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들은 미국이 폭력의 언어로 말하길 원했다.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한 폭발과 수많은 죽음, 그것은 할리우드를 그대로 본뜬 것이다.

1965년 로버트 맥나라마가 북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지시했을 때,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내길 원했다.

테러단체들은 미국이 가르쳐준 방식으로 말하는 것을 배웠다. 미국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폭력의 언어, 점령의 언어다. 중동을 점령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알카에다가 조직원을 충원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을 선사한 것이다.

"미국은 죽음의 소용돌이에 갖히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은 것이 확실하다면 이 사건은 자폭 테러에 의한 보복을 촉발시킬 것이다. 나는 이런 테러 대부분이 미국 땅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중동의 비극은 미국이 제국의 야만적인 폭력 이외에는 다른 언어로 말할 능력이 없다는 데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제국은 투키디데스가 갈파했듯 일종의 질병이다. 투키디데스가 지적했듯 제국이라는 질병은 스스로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만다. 제국이라는 질병, 민족주의라는 질병은 테러조직들의 무정부적인 폭력에 반영돼, 끔직한 죽음의 소용돌이에 우리를 가둔다.

나는 절망하고 있다. 니체가 간파했듯, 미국은 괴물과 맞서 싸우려다가 그 자신이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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