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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비핵지대화,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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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비핵지대화,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생각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3호(2011년 5·6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3호는 '북핵 문제, 다시 보기'를 주제로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5월 첫째 주 동안 영문 논문을 제외하고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3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국제연대(GPPAC) 로고
'국가의 동북아'에서 몽골은 주요한 행위자가 아니다. 강대국도 문제국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6자회담 참여국가도 아니다. 강대국 정치를 국제정치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몽골은 논외의 대상이다. '자본의 동북아'에서도 몽골은 주변이다. 반면, 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북아를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동북아'에서 몽골은 주목의 대상이다.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 몽골은 1990년대에 국내법 제정과 유엔의 승인을 거쳐 비핵국가지위를 획득했다. 몽골은 동북아 유일의 비핵지대(nuclear-free zone) 국가다. 둘째,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있는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만들려 하고 있다. 즉 몽골의 외교정책은 양자주의가 지배적인 동북아에서 다자협력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셋째, 사회주의국가였던 몽골은 동북아 갈등의 한 축인 한반도의 남북한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동북아와 울란바토르의 연계는, 2001년 유엔 사무총장이던 코피 아난(Kofi Annan)의 제안으로 시작된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국제연대'(Global Partnership for the Prevention Armed Conflict, GPPAC)--시민사회단체, 정부, 지역기구, 유엔 등이 참여하는 '다중의 이해당사자 네트워크'(multi-stakeholder network)--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2월 GPPAC 동북아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일본의 도쿄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평양'이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징, 홍콩, 서울, 상하이, 타이베이, 도쿄, 교토, 울란바토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되었다. 전 세계 15개 지역 네트워크는 같은 해 7월, 유엔회의를 통해 지구적 의제를 채택했다. 핵심 비전은, 폭력적 갈등을 다룸에 있어 반응에서 예방으로의 인식전환과, 정의, 지속가능한 발전, 인간안보를 위해 사람과 정부가 무장갈등이 아닌 비폭력적 수단을 선택하는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원칙과 가치로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 다자주의, 지속가능성, 대화, 책임성과 투명성, 실천을 통한 학습 등이 제시되었다.

GPPAC 동북아는 2005년 도쿄 회의, 2006년 금강산 회의, 2007년 울란바토르 회의 등을 거치며, 세력균형과 군사동맹에 기초한 안보패러다임을 상호의존과 협력에 기초한 평화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본원칙으로, 평화적 갈등해결의 존중; 지역의 비핵화와 협력안보체제의 구축; 정의, 인권, 다양성의 인정에 기초한 갈등예방을 위한 제도의 수립;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건설; 갈등 예방을 위해 시민사회, 정부, 지역기구 및 유엔 사이에 새로운 파트너십 증진; 갈등예방을 위한 시민사회의 능력배양 등을 설정했다.

특히,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현안과 관련한 GPPAC의 문제의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GPPAC은 동북아 차원의 냉전체제 해체와 동북아 비핵지대화 건설의 맥락에서 한반도 핵문제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몽골의 비핵지대화는 비핵지대화의 실현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둘째, 남북한의 신뢰구축과 경제협력, 시민사회의 대화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 등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 군사동맹 없는 동북아에 대한 구상도 GPPAC의 행동의제에 담겨 있다. 넷째, 6자회담의 제도화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기구의 창설을 동북아 국가들에 요구하고 있다. 다섯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탈북 이주민들의 인권보호 등도 동북아 행동의제로 제기되었다.

몽골 외교부와의 협력 속에 진행된 2007년 울란바토르 회의에서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메커니즘으로서 6자회담을 지지하는 한편 이에 상응하는 시민사회의 6자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GPPAC 동북아 회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사회 6자회담은 불가능한 의제였다. 북한의 「조선반핵평화위원회」가 울란바토르 GPPAC 동북아 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또한 울란바토르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개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가 제시되었고, 핵공격과 핵무기의 이동 및 배치를 금지하는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다시금 강조되었다. 2011년 3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GPPAC 회의에는, 북한의 Korean National Peace Committee의 구성원이 참여하면서, GPPAC을 매개로 한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베이징 회의에서는 동북아의 또 다른 핵문제로 부상한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GPPAC 동북아의 활동은 우리에게 1970년대 유럽의 평화과정이었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상상하게 한다. 유럽의 변방이지만 냉전체제의 경계에 위치했던 핀란드의 헬싱키가 평화과정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동북아에서도 몽골의 울란바토르는 강대국 정치에서 어느 한편에 경도되지 않고 평화과정을 중재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다. 몽골이 비핵지대국가라는 점도 평화의 동북아를 설계하는데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몽골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GPPAC과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 하고 있다. 1996년부터 진행된 '동북아 제한적 비핵지대화 회의'(Limited Nuclear Weapons Free Zone for Northeast Asia, LNWFZ-NEA)에도 몽골은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몽골은 6자회담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2007년에는 북한과 일본의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가 몽골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6자회담의 장소를 울란바토르로 옮기고, 6자회담을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과정을 재정의하는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자.

헬싱키 프로세스의 의제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경제협력, 인도주의적 협력의 세 가지였다. 2003년부터 개최된 6자회담에서 주요 의제는 북한의 핵문제지만, 헬싱키 프로세스와 비슷한 의제들이 담겨 있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세 의제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특수성을 담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제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에서의 비핵화와 비핵지대화다. 또한 6자회담의 참여국이 전 세계 군사비의 70%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동북아 군축 및 군비통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본 원전사고, 중국과 베트남의 원전증설, 한국의 원전 밀집도, 북한의 경수로 개발과 요구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 차원의 원자력협력과 에너지협력도 의제로 상정되어야 한다. 인도주의적 협력도,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나타난 것처럼, 인권의 정의를 둘러싸고 논쟁이 제기되겠지만, 동북아 지역의 불균등 발전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의제다. 시민사회의 참여도 국제관계의 민주화와 아래로부터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태인 복합적(complex) 다자주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1) 이하에서는 핵심 의제인 동북아 비핵지대화에 관한 시민사회의 논의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동북아 시민사회의 핵무기에 관한 입장은, 핵억지력에 기초한 안보가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영구화한다는 것이다. 2010년 GPPAC에 참여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와 '핵감축을 위한 의원 네트워크'(Parliamentary Network for Nuclear Disarmament, PNND) 한일위원회는, 남북한과 일본이 비핵지대가 되고, 핵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하는 형태의 동북아 비핵지대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비핵지대화는 비핵화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핵무기가 완전히 부재하고 핵무기 사용이 금지된 지역을 지칭한다. 비핵지대화의 국제법적 근거는 NPT 7조와 1975년 유엔총회 결의안 3472B다. 비핵지대화의 정확한 의미는 비핵무기지대로 핵무기의 감축과 철폐를 지향하지만 그것을 전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지만 핵무기 없는 지역을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고려한 정책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존재하는 비핵지대 조약들은, 첫째, 비핵지대 내에서 핵무기 개발, 실험, 제조, 생산, 취득, 소유, 저장, 수송, 배치 등을 금지하고 둘째, 비핵지대에 대한 핵무기 공격과 공격위협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조약들은 비핵지대를 유지하기 위한 조약기구들도 두고 있다. 이 기구들은 지역수준에서 다자안보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2)

6자회담의 재개와 이 회담의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로의 승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위자들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일본 원전사고는 핵무기 및 핵발전이 야기할 수 있는 위협을 행위자들이 현실로 인식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동북아 국가와 시민사회가 각자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면, 결국 그 이익마저 감소되는 딜레마의 상황뿐만 아니라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동북아 차원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력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동북아 국가들, 국가와 시민사회, 시민사회들의 의사소통과 대화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협력의 길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6자회담이나 GPPAC 동북아는 그 의사소통과 대화의 장들이다. 몽골의 정체성은 동북아의 평화과정을 위한 의사소통의 주제를 제공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주석>

1) R. O'Brien, A. Goetz, J. Scholte and M. Williams, Contesting Global Governa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2)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비핵지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조약은 다음과 같다: 틀라텔룰코 조약과 중남미 비핵지대(1967년), 라로통가 조약과 남태평양 비핵지대(1985년), 방콕 조약과 동남아시아 비핵지대(1995년), 필린다바 조약과 아프리카 비핵지대(1996년), 파라친스트 조약과 중앙아시아 비핵지대(2006년). 그리고 개별국가로는 몽골과 뉴질랜드가 비핵지대를 선포한 상태다. 비핵지대의 정치학에 관한 글로는, A. Acharya and J. Boutin, "The Southeast Asia Nuclear Weapon-Free Zone Treaty," Security Dialogue, 29: 2 (1998); J. Redick, "The Tlatelolco Regime and Nonproliferation in Latin America," International Organization, 35: 1 (1981) 참조.

* 원제 -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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