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8일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정책과 관련된 인권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카터의 이 발언은 '1979년 미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는데, 현재 북한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눈 감고 있다는 한국과 미국 일각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과 관련해 바라는 바가 있지만, 우리가 통치를 직접 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의 식량 지원에 따른 분배 모니터링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그런 장애가 모두 사라졌다"며 이른바 '분배 투명성 문제'가 개선됐음을 언급했다.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전직 국가 수반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으로 카터와 함께 북한에 다녀온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도 거들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만성적인 북한 식량 문제는 북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미의 식량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에 더 나빠졌다"며 "한국 정부가 식량 지원 재개를 고려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이어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이 2~3월 북한 식량 실태를 조사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원활한 조사를 했다"며 "북한 정부는 식량 분배 상황에 대한 폭넓은 모니터링을 보장하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나아지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정부에도 촉구하겠지만, 여성·아동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다뤄야 하는 기본 권리임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알아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북한 주민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작년 8월 방북에 이어 이번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카터의 '효용성'을 낮게 보고 의도적으로 홀대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그러나 카터는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두 사람 다 만나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안 만난 게 문제라면, 북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은 국가의 수반이기 때문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남북의 안보와 핵 이슈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진전을 이루려면 모든 당사자가 이전보다 더 많은 융통성, 성실성,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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