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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친 남북관계, 차기정부 조기 정상회담 추진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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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닥친 남북관계, 차기정부 조기 정상회담 추진의 동력"

[인터뷰] '늦봄통일상' 받은 <민족21>의 정창현 대표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월간지 <민족21>이 6일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민족21>은 지난 1일 고(故) 문익환 목사의 뜻을 기리는 '늦봄통일상'을 받기도 했다. 창간 10주년에 뜻 깊은 상까지 받은 겹경사였다.

그러나 척박한 잡지 환경 속에서 대중적인 관심이 적은 '북한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6일 오전 마포구 신수동 사무실에서 정창현 대표를 만나 지난 10년간 <민족21>은 그 역경을 어떻게 헤쳐 왔는지 물었다. 최근 정세 얘기도 나눴다.


▲ 정창현 대표(왼쪽)가 지난 1일 늦봄통일상을 대표로 받고 있다. ⓒ민족21(김성헌)

프레시안 : 늦봄통일상을 받았다. 어떤 의미라고 보나.

정창현 : 개인적으로나 <민족21> 차원에서 다 좋은 소식이었다. 문익환 목사는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남북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민족21>은 남과 북 겨레의 마음을 이어보겠다는 취지로 창간됐기 때문에, 늦봄통일상은 다른 상보다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를 받았고, 앞으로도 남북관계 진전과 평화를 위해 정론지 역할을 더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레시안 : <민족21>이 지향하는 컨셉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정창현 : 1980년대 후반 북한 바로알기 운동이 있었다.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대북관을 교정하겠다는 차원의 운동이었는데, 그 운동 또한 이념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2000년 6.15 선언 이후 우리는 북한의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 그 역할을 우리 잡지가 했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

프레시안 : 그 컨셉에 맞는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

정창현 : 한국전쟁 시기 북으로 올라갔거나 납북됐다고 알려진 임시정부 요인 같은 분들이 평양의 특설 묘역 두 곳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2002년 단독으로 보도했던 게 가장 기억난다. 그 보도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북쪽은 얼마 후 두 묘역을 합쳐 재북 인사 묘역을 따로 조성했다. 또한 우리 잡지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쪽의 유족들이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유기홍 전 의원도 그 묘역에 할아버지가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 잡지를 통해 알게 되어 참배를 갔었다.

북에 올라간 민족주의 인사들이 나중에는 숙청당해서 묘지도 없이 쓸쓸하게 사라졌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우리 기사가 그런 인식이 잘못됐음을 알렸고, 가족 방문까지 성사시켰었다. 남북의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그 이후까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기사요 사례였다.

프레시안 : <민족21>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써 보낸 기사를 볼 수 있다.

정창현 : 2006년 3월 언론계에서 처음으로 북측과 기사 교류 및 취재 보장에 관한 공식 합의를 체결했다. <민족21>에는 2001년 창간 때부터 북측에서 써 온 기사가 실렸지만, 북측 내부의 공식 협의를 거쳐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만 5년이 걸렸다. 5년 동안 북측과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상호 신뢰가 형성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합의서가 마련된 후 남북 언론 단체나 언론사들의 기사 교류도 본격 논의되고 확대됐다. 6.15 언론본부나 기자협회의 기사 교류가 있었고, <한겨레>에 북쪽 <통일신보> 기사가 실리기도 했고, 인터넷 <통일뉴스>도 북쪽의 사진을 받았다. 물론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통일부에서 불허해 지금은 못하고 있다.

합의서 체결 전에는 북측의 <통일신보>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이템을 기사로 써서 우리한테 보내왔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는 우리가 특정 취재 아이템과 인터뷰 대상을 요구하면 거기에 맞춰 기사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북쪽이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지만, '평양 특파원'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2006년 3월 합의였다.

또한 그로부터 2년 후 취재 영역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도 했다. 어떤 장소에 가서 설명을 듣고 취재하는 형식이 아니라 거기에 오랫동안 있던 사람을 인터뷰해서 쓰는, 북쪽 일반인들의 사람 냄새가 나는 취재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받아들여졌다. 또, 평양을 탈피해 지방으로까지 취재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그 결과 원산, 칠보산 취재를 합의했는데 남쪽 정부가 바뀐 후 방북 승인이 안 나서 못 가고 있다.

프레시안 : 취재 아이템이 말랑말랑할 수밖에 없겠다.

정창현 : 처음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쪽에서 중요한 정책이 결정됐을 때 그에 관련된 당국자의 인터뷰를 하는 수준까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예컨대 화폐개혁을 했다면 중간 간부의 인터뷰를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우리가 매번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의 질문을 보내고 그에 대한 답을 듣는 방식으로 하는 게 목표다. 그렇게 하기로 포괄적인 합의를 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기사가 북한 매체에 실리지는 못한다.

▲ 중앙일보 북한전문기자 출신인 정창현 대표는 2005년부터 민족21에서 일하고 있다. ⓒ민족21(김성헌)

프레시안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정창현 : <민족21>이 10년을 걸어왔지만, 우리가 적극적으로 아젠다를 만들어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붙여 여론을 형성하는 측면은 부족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보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통일 교육을 좀 다르게 해보는 걸 생각하고 있다. 정세 중심의 기존 통일 교육은 오히려 '남북관계는 역시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앞으로 우리는 북한의 변화하는 생활상 같이 대중 친화적인 주제를 가지고 하는 통일 강좌에 주력하고 싶다.

둘째, 정권이 바뀌면 남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추진되는 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의 바닥을 쳤기 때문에, 전쟁을 걱정할 정도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상황까지 갔기 때문에,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조기 정상회담을 열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 평화체제 등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게 되면 10.4 선언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교류와 공존의 방안들이 상당수 실현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북연합의 틀로 조금씩 갈 수도 있다. 평화체제와 남북연합이 5~10년 만에 나타날 것이다. <민족21>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북쪽을 취재하고, 남쪽의 여론을 조성하고 싶다.

프레시안 : 잡지사 재정 마련이 쉽지 않을 텐데…

정창현 : 최근 몇 년간 독자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긴장되면서 북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생활 경제가 위축되다 보니 제일 먼저 끊는 게 잡지다. 이번에 창간 10주년을 맞이해 전국적으로 주요 인사들을 모셔서 후원회를 만들고 있다. 재정 후원과 전국적 차원에서 구독자를 늘리는 사업을 병행할 것이다. 지역별로 여러 분들이 흔쾌히 맡아주셔서 잘 될 거라고 본다.

북한 불교 문화재 도록(圖錄) 발간 사업도 앞두고 있다. '이제이컨설팅'이라는 남북 교류협력 업체를 발족해 북쪽과 여러 사업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비정치적이고 남쪽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뭘까 고민했다. 그 결과 북쪽에 있는 불교 문화재를 조사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고,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협력해 북 전역에 있는 59개 현존 사찰과 6개의 폐사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약 6500장의 사진을 입수했는데, 그걸 정리해 빠르면 다음 달 안으로 10권의 도록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분단 이후 북쪽 불교 문화재에 대한 최초의 종합보고서가 될 것이다. 북쪽의 주요한 불교 국보 유적을 다 찍었고, 해당 사찰의 모든 전각과 단청, 불화 일체를 보여주는 도록이다.

▲ 2008년 6월 방북 취재 당시 윤춘화 청산리협동농장 관리위원장(왼쪽)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민족21(김성헌)

프레시안 : 최근 한반도 정세 어떻게 보나?

정창현 : 북한에 대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 작년 하반기 뉴욕 북미 채널을 통해 여러 얘기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북측은 미국이 궁금해 하는 네 가지 사안에 대해 일정한 답을 내놨다.

첫째, 미국이 2002년 제기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느냐는 게 미국으로서 가장 궁금했던 점인데 북한이 작년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불러서 보여줬다. 헤커 박사는 상당히 첨단의 시설이라고 평가했는데, 그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UEP 수준을 정확히 알게 됐다.

둘째, 장거리 미사일 능력. 미 국방장관이 작년 하반기부터 '5년 내 미 본토 도달' 평가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정리했다는 뜻이다.

셋째, 후계 구도의 안정성. 북한의 후계 구도가 상당히 안정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얼마 전부터 미 고위 정보당국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북쪽이 작년에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개한 것은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겠지만 후계 승계 과정이 불안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미국은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후계 문제 때문에 북쪽 내부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그 문제가 클리어해지면서 미국 내 협상파들이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넷째, 후계자가 북을 어느 정도 개혁·개방하고 어느 정도 대화에 나설 것이냐는 정책 노선의 문제. 작년에 김정일 위원장이 두 차례 중국에 다녀오고 김정은 후계자도 다녀오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를 개방하고 특구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북·중 경협과 정치적 밀착은 미국의 동북아 헤게모니를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렇게 네 가지 부분에서 미국은 큰 틀의 인식 전환을 이뤘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이 전환돼야 하는데, 아직 명확한 결정은 내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그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재방북, 북한 외무성 리근 국장과 미국 전직 고위 당국자 사이의 독일 만남, 북한 민간 대표단의 방미, 식량 지원 논의 등이 그 과정이다.

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계속 소극적인 태도 보이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3~4월 6자회담 개최가 가능하단 전망도 있었지만, 남쪽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대외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레시안 : 남북관계는 어떤가?

정창현 :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의지가 조금 있긴 한 것 같은데 외교안보라인의 입장이 강경하고 손발도 안 맞는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년 상반기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다. 거의 50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큰 행사다. 이 대통령은 빅 이벤트로 생각하고 있고, 총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핵안보 정상회의의 분위기는 북핵이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핵 얘기는 안 하는 쪽으로 정리하는 대신 북측 인사를 초청하는 걸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고, 천안함·연평도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 관리 차원에서 대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북이 과연 받을지가 문제다. 북은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대화 재개 후 북미대화, 6자회담' 쪽으로 가려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그러나 남쪽은 핵안보 정상회의의 성공 차원에서 남북대화 수요가 있다. 서로 다른 목표가 있는 건데 어떤 접점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질지가 단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보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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