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리비아에서 빚어진 모든 충돌들, 즉 내전과 미국 주도의 반(反)카다피 군사행동 등은 인도주의를 위한 것도, 세계의 긴급한 석유 수요 때문도 아니다. 리비아 사태는 신중한 고려 끝에 나온 '주의 돌리기'(distraction)다. 이는 아랍 세계의 근본적 정치투쟁에서 모두의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카다피와 서방의 지도자들의 정치적 관점은 한 가지에서 일치한다. 그들은 모두 '2차 아랍 봉기'를 방해하고, 효과를 제한하며, 속도를 늦추고 싶어한다. 이로써 아랍 세계의 기본적 정치 현실(비민주적이며 억압적인)과 세계체제에서의 아랍의 지정학적 역할(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한 석유공급기지로서, 늘 이들의 요구에 굴종해야 하는)을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발생 순서대로 짚어봐야 한다. 정치적 변동과 여러 외국 세력이 이들 중 일부를 지지하려는 시도는 많은 아랍 국가들에서 늘 있어 왔던 것이지만 지난해 12월 17일 (튀니지의 대졸 출신 청년 행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은 이와는 매우 다른 흐름을 불러왔다.
필자가 보기에 2차 아랍 봉기는 68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1968년에 그랬듯, 지난 몇 달 동안 아랍 세계에서도 용감하고 권위에 대한 저항을 조직할 의지를 가진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정권의 전횡과 부패와 잔혹함, 점점 나빠지는 경제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자신의 정치적‧문화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도덕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주장 등 많은 것에서 동기를 얻었다. 그들은 또한 세계체제의 전체 구조,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언제나 외세의 요구에 굴복해온 자신들의 지도자들에 대해 저항했다.
이 젊은이들은 최소한 처음에는 조직되지 않았고, 언제나 정치적 상황에 밝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용감했고, 그들의 행동은 큰 전파력을 가진 것이었다. 곧 실제로 외교정책이란 면에서는 전혀 구분되지 않는 모든 아랍 국가에서 그들은 기존의 확립된 질서를 위협했다. 그들이 아랍 세계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에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줬을 때, 모두가 그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봉기에 대한 심각한 대응은 두 가지다. 그들과 합세함으로써 그들을 통제하려 하거나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그 두 가지 모두가 시도됐다.
사미르 아민의 분석에 따르면 이때 이들과 결합한 세 그룹이 있다. 전통, 그리고 최근 새롭게 힘을 회복한 좌파 그룹과 중산층 전문직 그룹, 그리고 이슬람주의자들이다. 이 그룹들의 성격과 역량은 아랍 국가마다 각각 달랐다. 아민은 좌파와 중산층(초국적 신자유주의자가 아닌 민족주의적 성격을 띤 중산층)은 긍정적인 요소로, 마지막 순간에 올라탄 이슬람주의자들은 부정적인 요소로 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질서의 보루인 군대도 있었다. 군대는 이번 이집트 혁명에 느지막히 결합했는데, 이들의 합세는 명백히 혁명의 효과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비아에서 봉기가 시작된 것은 튀니지와 이집트라는 이웃 두 나라 혁명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카다피는 특별히 무자비한 지도자였고 '반역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무시무시한 성명을 발표했다. 리비아 봉기 직후에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해도 그것은 카다피가 그들 목구멍에 걸린 가시 같은 반제국주의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서방에 기꺼이 석유를 팔았고 이탈리아로 향하는 불법 이민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서방의 사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서방 측에서는 개입에 대한 두 가지 부류의 태도가 있었다. 서방의 어떤 개입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인도주의적 개입'을 주장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우 군부가 강력히 반대했다. 리비아 전쟁은 승리할 수도 없을 뿐더러 미국에 막대한 군사적 부담을 짊어지게 한다는 이유에서. 그러나 결국 '인도주의적 개입'을 주장한 후자의 그룹이 승리했다. 아랍연맹의 결론이 힘의 균형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매우 열심히, 효율적으로 노력해 비행금지구역이 설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아랍 국가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우디는 두 가지 양보를 했다. 첫째, 요구는 오직 비행금지구역 설치 뿐이라는 것과 둘째, 서방 지상군의 개입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사우디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했는가? 미국의 누군가가 사우디에 전화를 걸어 이같이 행동해 달라고 요청해서? 정확히 그 반대다. 오히려 사우디가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먹혔다. 국면이 전환된 것이다.
사우디가 원했던 것, 그리고 그들이 얻은 것은 가장 긴급하다고 생각했던 일,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즉 사우디 자신과, 다른 걸프 국가들과, 그리고 다른 아랍 세계의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아랍 봉기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치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 3월 12일 아랍연맹 회의에 참석한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로이터=뉴시스 |
1968년에 이런 종류의 반권위주의 봉기에 영향을 받은 나라들에서는 예상치 않은 분열과 동맹을 낳았다. 인도주의적 개입의 요청은 특히 더 분열적이다. 인도주의적 개입의 문제는 과연 그것이 '인도주의'적이냐 하는 데 있다. 인도주의적 개입을 옹호하는 자들은 언제나 이런 개입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사례로 르완다 사태를 들지만 정작 개입이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외면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학살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그럴까? 사담 후세인의 단기적인 학살을 막기 위해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사람이 적게 죽었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인도주의적 개입을 옹호하는 자들은 일종의 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어떤 정권이 10명의 시위대를 죽인다면 이는 '통상적'인 것이며 말로써 비판할 만한 일이지만, 1만 명을 죽이는 것은 범죄이며 인도주의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통상적'인 것이 범죄가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100명? 1000명?
오늘날 서방 강대국들은 결과가 불확실한 리비아 전쟁을 일으켰다. 이는 수렁이 될 것이다. 리비아 전쟁이 세계의 관심을 아랍 봉기에서 돌리는 데 성공할 것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만 확실치 않다. 전쟁으로 카다피를 몰아내는 것은 성공할 것인가? 역시 모른다. 만약 카다피가 사라진다면 누가 그를 대신할 것인가? 심지어 미국 대변인조차 카다피와 똑같은 그의 옛 동료들이나 알카에다, 또는 그 둘 모두가 카다피의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리비아 군사행동은 실수다. 이는 미국의 입장으로 좁혀 봐도 그렇고,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도 그렇다. 이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행동을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의 말의 핵심은, 만약 미국 대통령이 자국과 세계 전체의 이익에 개입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은 개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가 오랜 번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그것은 끔찍하고, 불길하고, 무엇보다 자기기만적인 주장이다.
모두가 바라는 최선의 방안은 2차 아랍 봉기가 힘을 회복해 무엇보다 먼저 사우디를 흔들어놓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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