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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도시 도쿄, 체르노빌 때의 모스크바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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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도시 도쿄, 체르노빌 때의 모스크바를 닮았다"

"일본 관료, 작업복 입고 연출 사진 찍는 게 대책인가"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일본 3.11 대지진 직후만 해도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칼럼을 썼다. 하지만 당시에도 '전화위복' 가능성은 일본 정치권의 역량이 있을 경우라는 '조건부'였으며, 원전사태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동안 일본 정치권의 대응을 지켜본 페섹은 지난 30일 일본 경제의 앞날을 암울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도쿄의 체험을 바탕으로 다시 후속 칼럼을 썼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
원문보기)이다. 페섹은 이 글에서 올해 일본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며, 간 총리는 최소한 도쿄전력을 즉각 국유화하는 등 단호한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고 질타했다.<편집자>

▲ 후쿠시마 원전운영업체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위기 때 대변인보다 못한 총리

일본 정치인들이 요즘 파란 작업복을 입고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연출 사진들은 물론 엄청난 위기에 맞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후 최대 위기 앞에서 간 나오토 총리의 우유부단함을 보니 왜 그에 대한 지지도가 28%에 불과한지 잘 보여준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에 대해 그가 나긋나긋하게 대하는 것처럼 그의 무기력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도쿄전력은 열흘 전에 국유화시키고 임원진은 무능력과 태만의 죄를 물어 모두 해고됐어야 했다.

일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나날이 간 총리의 입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그는 국난을 수습하는 지도자, 국민을 고취시키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태와 별 관계없는 사람처럼 행동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일본의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자, 간 총리가 대답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에다노 관방장관이 간 총리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지금 사태를 아무도 장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첨단 도시 도쿄, 현대문명 거부한 도시처럼 변해

이 와중에 일본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1주일전만 해도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일본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놀랍다. 전대미문의 사태에 과거의 사례를 적용했기 때문에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첨단을 걷는 도쿄에서 '아미시 사회(현대문명을 거부하고 18세기말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공동체)'를 경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북적거리던 프라다, 티파니, 에르메스 매장들은 텅텅비어 있다. 고급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유령도시도 아닌 도쿄가 기괴할 정도로 조용하다.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난방기구들이 속출하고, TV 광고판들도 꺼져있다.

파친코 업소들로 소란스럽던 거리도 조용하다. 24시간 편의점들의 선반이 비어있는 것을 보면 체르노빌 사태 당시 모스코바를 연상케 한다.

가라오케 주점들은 일찍 문을 닫고, 야구 경기는 낮시간 대로 옮겨지고 있다. 심지어 도쿄의 벚꽃놀이 축제도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제한 송전이 실시되면서 LED 램프와 플래시 제품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아사히, 후지, 메이지, 니콘, 토요타자동차 등 유명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외국인들의 일본 여행 계획은 취소되고 있다.

아직도 올해 일본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간 총리는 2주전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어야 했으며, 최소한 도쿄전력에 대해 국유화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이제서야 검토한다고 한다).

그저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만 변주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삶은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경제나 정치의 지평은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총리에게 누가 이 사실을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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