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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외교'의 덫, 출구 전략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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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외교'의 덫, 출구 전략을 짜라

[이수훈 칼럼] '천안함' 1년을 돌아보며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의 칼럼을 시작합니다. 이수훈 소장은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2008년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세계체제론> <위기의 동아시아 자본주의> <세계체제 동북아 한반도> 등이 있습니다. <편집자>

천안함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되었다. 지난주부터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공론의 장에서 천안함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보수 언론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한 묶음으로 다루면서 북한의 호전성을 부각시키고,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버릇을 고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처방도 내놓았다.

기실 우리 정부가 아직도 천안함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경에 비춰본다면 천안함 사태는 역사가 아니라 엄연히 현재진행형인 측면이 다분하다. 정부가 아직도 천안함의 출구를 명확히 마련하지 못한 데에는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지고 사과 받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대응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고약한 문제는 북한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시인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적절한 정치적 출구 전략을 짜지 않으면 우리는 한반도에 산적한 현안들을 진전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하나의 올가미가 되는 형국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 복원, 안보 불안 해소,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의 현안들이 다루어지지 않은 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1년을 되돌아보면 우리 정부가 3대 실책을 범한 점이 두드러진다.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와 군의 대비 태세가 우왕좌왕 엉망이었음은 새삼 떠올리기도 싫은 일이다. 그리고 이른바 '천안함 외교',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도출을 위한 외교도 실패했음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중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되는 과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북중 밀착의 촉진 역할을 한 점도 짚어야 한다.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천안함 사태 이후 요란스러웠던 군의 안보태세도 결국 허점투성이였음이 드러났다. 상황에 대한 대응, 이후의 외교, 안보태세라는 세 분야 모두에서 실패했던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영해 내에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른다면 북한 잠수정이 우리 함정을 격침시킨 사건이니까 당연히 남북간의 군사 문제였다. 그것이 천안함 사건의 출발이자 핵심이다. 그런데 남북간 접촉과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접근을 접어두고 곧바로 국제 외교무대로 가져갔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을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얻고자 들인 에너지를 북한에 들였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도 같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남북관계를 국제화하려했지만, 미중간 세력 전이로 인해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가 매우 유동적인 환경 속에서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 남북관계의 올가미가 된 '천안함'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현재 동북아 지정학은 한국의 자율적 공간을 확장시키고 자주적인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그런 국면에 있다. 자율적 공간의 확장과 자주적 레버리지의 확보는 남북관계를 '특수'하게 다루면서 남북관계의 끈을 쥐고 있을 때 얻기 쉽다. 그 끈을 놓는 순간 우리는 외교적 자산 하나를 잃어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천안함 외교가 자율성 확장에 성공하지 못한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 지역 질서를 마치 냉전시기처럼 대립적이고 갈등적으로 만드는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점도 새겨볼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구도라고 할 수 없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관계가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성격으로 진전되면 우리가 난처하게 될 소지가 크다.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면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이 두 자이언트가 한반도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하면 우리의 입지는 곤란해진다. 지난해 천안함 외교에서 이 장면이 생생하게 표면화된 바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끊임없이 실시되었다. 한·미 양국은 2010년 말까지 매월 동해와 서해상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항공모함이 투입된 훈련도 있었다. 중국은 격렬히 반대했고, 서해가 자신의 영해이기도 하기 때문에 방어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로 실탄 사격훈련을 했다. 한반도 주변에는 지금도 군사훈련이 진행중이다.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 각축장으로 변한 측면이 없지 않다. 분쟁의 소지가 있고 상호 민감한 지역에서의 잦은 군사훈련은 군사적 도발로 귀결될 기회를 제공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외교·안보 분야의 제1목표는 북한 '비핵화'다. 비핵화를 진전시킬 틀은 6자회담이다.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이 결렬된 뒤 아직도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태 발발 전에 활발했던 6자회담 재개 외교를 상기할 때 더욱 아쉬움이 크다.

우리 정부가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동안 북한은 2010년 11월 우라늄농축(UEP) 시설을 공개해버렸다. 비핵화의 시계가 뒤로 돌아가고 북핵 문제는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이제 "6자회담 열면 뭐하나"는 분위기마저 생겨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외 달리 도리가 없다. 정치적 유연성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천안함'은 기억될 것이다. 희생된 해군 장병들은 두고두고 추념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많은 다른 사건들처럼 천안함 사태도 역사 속에 묻힐 것이다. 1주기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안보 태세 갖추고, 외교 잘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 적대와 대결로 해결될 문제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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