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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복구포기' 첫 언급…체르노빌식 '봉인'도 극약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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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복구포기' 첫 언급…체르노빌식 '봉인'도 극약 처방

"전원 복구해도 냉각시스템 가동은 몇 주 걸릴 것"

일본 정부가 복구작업을 포기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18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 대변인을 통해서다. 니시야마 히데히코 대변인은 "체르노빌 사태 때처럼 원자로들을 모래와 콘크리트로 묻어버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가디언>은 "니시야마의 발언은 이른바 '체르노빌 해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그는 체르노빌 해법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원자로 냉각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 지난 16일 3호기에서 방사능이 담긴 흰 연기가 분출하고 있는 모습. 일본 정부는 급기야 17일부터 바닷물을 퍼붓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19일 새벽 1시에 또다시 긴급 살수에 나설 정도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AP=연합

새벽 1시에 긴급 바닷물 투입할 정도

하지만 일본 정부가 현재 냉각작업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의 상황조차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19일 새벽 1시에 또다시 긴급히 바닷물 투입작업을 해야 할 정도이며, 전원시스템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는 2호기에서 다시 흰색 증기와 나오고 있으며, 19일 중 이뤄질 것이라는 전원복구 작업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2호기조차 전원이 공급되기 시작한다고 해도 냉각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서방의 원전 전문가들은 전원이 공급된다고 해도 실제로 냉각시스템 기능이 안정 단계로 들어가려면 1~2주가 걸릴 수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4호기에 물 있다는 말도 신뢰 못해

특히 원자로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담긴 냉각수조에 사실상 물이 없다고 주장해온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그레고리 재코 위원장은 "원자로들은 몇 주가 지나도 냉각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지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재코 위원장은 헬기로 촬영한 영상에서 4호기 냉각수조에 빛이 반짝거린 것이 냉각수조에 물이 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도 일축했다. 일본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권위있는 원자력 전문가들도 미국의 판단을 더욱 신뢰하는 입장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4호기 영상을 본 서울대 황일순 교수(원자핵공학과)도 "물이 있다면 화면처럼 밝게 빛날 수도 없고, 어느 정도 증기가 올라와야 하는데 그런 현상도 전혀 없다"면서 "밝게 보이는 부분은 오히려 일부분이라도 핵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8일 일본을 방문한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일본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매우 암담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마노 사무총장은 이날부터 IAEA가 방사능 측정을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밝혀, 일본 정부의 방사능 수치 발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 18일 일본을 직접 찾은 아마노 유키오 IAEA 사무총장. 그는 이날부터 IAEA가 방사능 측정을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
콘크리트로 덮고 싶어도 못 덮을 상황

일치감치 일본 정부의 발표를 불신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복구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 '체르노빌 해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온 서울대 서균렬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일본 정부는 냉각수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키우기보다 상황 진압 실패를 인정하고 콘크리트 등으로 방사선 차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은 체르노빌 원자로의 방사능 누출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자 철강 7000t과 시멘트 41만㎥를 부어 묻어버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해법도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도 있다. 만일 복구작업도 불가능하고, 콘크리트로도 덮을 수 없다면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정책 최고책임자가 '종말(apocalypse)'라는 끔찍한 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도 무리가 아니게 된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는 콘크리트로 덮었던 체르노빌 사태와 다르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체르노빌의 경우 원자로가 아예 폭발했고, 콘리리트로 덮는 작업도 무려 7개월이나 지난 뒤에 이뤄진 것이다. 또한 콘크리트로 덮은 뒤에도 차폐가 불완전해 빗물 등에 씻겨 방사능 물질은 계속 유출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도 못된다는 것.

결국 콘크리트로 덮는 작업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처럼 고열 현상이 지속되는 핵연료봉들이 수천 개 이상 있는 상황에서는 콘크리트로 덮었다가는 오히려 대폭발이 일어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냉각시스템 실질적 복구, 몇 주 걸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스리마일아일랜드(TMI) 때처럼 원전 시설을 해체해 폐기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해법도 지금 당장 가능한 것도 아니고,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큰 원전을 해체 후 폐기물을 관리하는 장소 확보 등 실제로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결국 목숨을 걸고서라도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을 복구하는 작업에 일단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은 암울하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때 복구를 지휘한 레이크 배럿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로 내부의 기존 전선들은 불탔을 것"이라면서 "배관과 밸브도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쓰나미에 염분이 밀려들어와 냉각수의 순환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문에 서방의 전문가들은 냉각시스템의 실질적인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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