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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핵 아마겟돈' 원치 않거든 6자회담부터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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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핵 아마겟돈' 원치 않거든 6자회담부터 나서라

[정욱식의 '오, 평화'] 회담 하자는 북한, 거부하는 한국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에 동의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은 15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조선 측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고 6자회담에서 우라늄농축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러시아의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6자회담 수석대표가 11~14일간 방북해 박의춘 외무상, 김계관 제1부상 등을 만난 직후에 나왔다.

또한 북한은 보로다브킨 대표가 "조선이 핵시험과 탄도미사일발사의 임시 중지, 영변지구의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의 접근, 6자회담에서의 우라늄농축문제 논의 등 건설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고 전하면서, 북한은 "회담이 재개되면 러시아측이 제기한 기타 문제들도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전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9.19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서 논의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 표명은 이전보다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우선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 복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2009년 상반기에 북한의 위성 발사→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북한의 2차 핵실험→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등 파국을 거치면서 6자회담 탈퇴를 선언했었다. 2009년 말부터는 대북 제재 해제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었다. 이후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표명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한 6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및 IAEA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입장이 한층 유연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문제는 한미 양국이 제기해온 핵심적인 사안들인데, 북한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집무실에 있는 영변 핵시설 사진 ⓒ뉴시스

중국과 러시아는 '환영', 한국과 미국은 '미흡'

이렇듯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나오자,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환영 입장을 표하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실상 6자회담 재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미 양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발표가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내외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전제조건 없이 나온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5자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과는 맞지 않은 내용"이며, "우리들은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북한이 그렇게 말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보여주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UEP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가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 UEP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먼저 다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표면적으론 강경하긴 마찬가지이다. 국무부 부대변인은 17일(미국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위한 공약 준수,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능동적인 조치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는 것 이상으로 말할 것이 없다"며, "우리는 단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을 종합해볼 때, 한미 양국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후(後) 6자회담 재개'와 '선 남북관계 개선, 후 6자회담 재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양측의 관심사를 '동시 행동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쪽은 남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즉 6자회담 재개 및 포괄적 의제 논의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회담 재개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대세는 6자회담 재개?

표면적으로 한미 양국은 '찰떡공조'를 과시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재개 및 재개시 가시적 성과 도출을 향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전략적 인내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고,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대북 식량지원 검토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난 조사결과 보고서가 나오면 지원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또한 인도적 원칙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모종의 성의 표시도 기대하는 눈치이다.

미국이 식량지원 검토에 착수하면서 북한에서도 유화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회담 재개시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 선언도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은 올해 초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요구해온 핵심적인 사안들이고, 또 이들 문제를 북한이 6자회담 의제로 동의한 것도 처음이다. 만약 6자회담 재개시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북한 UEP와 리비아 결의안을 두고 유엔 안보리에서 '주고받기'에 나섰을 공산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북한 UEP를 유엔 안보리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중국은 이에 반대하면서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보로다브킨 대표의 중국과 북한 방문을 거치면서 6자회담 재개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17일 밤 미국, 영국, 프랑스가 주도한 유엔 안보리의 리비아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했다. 안보리 결의에는 지상군 투입을 제외한 고강도의 군사 행동을 승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은 사태만 악화시킨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를 묵인하기로 한 것은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리비아 사태가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는 시급성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근본적으로 강대국간의 '주고받기'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UEP 문제를 다루는 장은 안보리가 아니라 6자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는데 '기권'이 유용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미국 역시 북한 UEP를 안보리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이미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 부대변인이 17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가 아니라 6자회담에서 UEP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유엔 안보리를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볼 때,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구도는 이명박 정부가 희망하고 주장해온 '5(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 1(북한)'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북한 UEP의 안보리 회부도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러는 걸까'라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6자회담 필요성 증대시켜

물론 6자회담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6자회담의 전제조건처럼 되어버린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가 안보이고,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에서는 대참사가 발생해 조속한 회담 재개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열쇠를 쥐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분명한 것은 6자회담 재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어 IAEA 사찰단이 영변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북한의 UEP가 핵무기 제조용인지, 핵연료봉 제조용인지 알 길이 없어진다. 또한 2012년 강성대국론을 앞둔 북한은 '군사강국이냐 경제강국이냐'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고, 올 상반기 내로 "경제발전에 필요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 실패하면, 하반기부터 어떤 강경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지구촌을 충격과 공포로 빠뜨린 후쿠시마 사태도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켜주고 있다. 작년 11월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비롯한 많은 핵 전문가들은 북한 원전의 안전 문제를 지적한다. 경수로 운전 경험도 없고 안전 조치도 미흡한 북한이 수년 내에 독자적으로 실험용 경수로 가동에 들어가면, 원전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헤커 박사는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고, 국제적 통제 및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최악의,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여러 개의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안전 문제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수로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코리아 아마겟돈'은 먼 훗날이 아니라 내년일 수도 있고, 후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핵 해결이 그토록 중요하다며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남북관계 사안을 비핵화에 종속시켜왔던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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