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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웃소싱' 대북외교 포기하고 직접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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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웃소싱' 대북외교 포기하고 직접 나서나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대결국면에서 대화와 군사적 긴장이 병존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군사회담이 결렬되는 바람에 남북대화는 아직 실마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대화가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이제 미국이 나섰다. 대화의 추진력은 남북대화에서 생기지 않고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의 식량부족 실태를 발표하면 곧바로 식량지원에 나서기 위해 북한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WFP는 북한 북한의 식량 실태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현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은 5~6월에는 시작해야 하므로 조만간 미국의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지난 1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한 대북 식량지원 의사를 밝혔다. WFPdml 조사 결과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면 2009년 이후 중단된 미국의 지원이 재개될 것이다. 벌써 2009년에 지원하지 못한 33만 톤을 지원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대화 재개의 열쇠, 식량지원

지난 10일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는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공화당의 일리나 로스 레티넨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대북 식량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레티넨 위원장은 대북 지원은 북한의 군대와 정권으로 전용될 것이고, 2012년 김일성 주석 100주년 탄생 축하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하원은 예산 편성에 대한 발의권을 가지는 등 막강한 권한이 있지만 레티넨 위원장이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대화 재개의 흐름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레티넨 위원장은 쿠바 출신으로 그동안 줄 곧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대북 강경발언을 해왔다.

이 청문회에서는 레티넨 위원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언자들은 지원 재개를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개입 수단을 확보해야 하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이 사과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레티넨 위원장의 강경 주장으로 모니터링은 강화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식량지원 재개는 WFP의 북한 식량실태 평가, 북한과 미국의 모니터링 방법 합의 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니터링 방법과 관련해서 북한과 미국은 이미 2008년에 협의한 바 있다. 한국어 구사 모니터 요원의 숫자, 분배 현장조사에 대한 사전통보 시간 등에 대한 논란 때문에 당시 지원이 중단되었다.

북한이 던진 화려한 미끼

2009년 모니터 요원 숫자와 현장조사 통보 시간이 논란이 되었던 것은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그에 따라 미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추진한 정치적인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면 모니터 요원 숫자 같은 걸 구실로 지원 요원들을 추방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모니터 방법 같은 요인들이 대화 단절의 결정적인 걸림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니터 요원을 60여명 이상으로 하는 것과 하루 전에 통보하고 현장조사를 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북·미 양국이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연초부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권유했고,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군사회담이 결실을 거두지 못한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북·미 양국이 원하고 있는 대화 재개의 좋은 실마리가 되었다.

게다가 북한은 3월 15일 6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UEP)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의 임시 중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갈 의사가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이 새해 들어와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이유는 북한으로부터 오는 3대 위협인 우라늄 농축, 핵실험, 미사일 발사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사안들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북미대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WFP의 실태평가가 우선시되는 것이겠지만, 북한과 미국이 식량지원 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시작한다면 2008년과 2009년의 교훈을 살려 모니터링 방법에 대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레티넨 위원장의 강경론도 대화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다.

▲ 12일 한국을 방문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오른쪽)의 이중적 발언은 '아웃소싱' 대북외교를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뉴시스

북미접촉 앞서 한국과 조율하는 미국

미국 정부가 식량지원을 재개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북미접촉은 불기피하다. 미국은 접촉의 형식을 가급적이면 비공식적인 것으로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남북대화에 앞서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모습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서울을 방문한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은 북의 식량상태를 평가하고 있다면서 남북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캠벨 차관보의 발언은 한미 양국 사이에 이견이 없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1월 이후 정세의 흐름 속에서 그의 발언을 살펴본다면 미국이 식량지원에 한국 정부가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은 북한의 식량 상태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평가된다면 지원을 할 수 있고, 지원에 참여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국면의 물꼬를 트는 것이 남북대화가 될 것인가, 북미대화일 것인가. 한국 정부가 대화 국면으로 가는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극히 요식적인 행위를 하는 것에 불과할 것인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며 지원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봐서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WFP의 실패 발표 → 북미접촉 → 식량지원 → 관련국 접촉 → 6자회담 재개'의 수순으로 대화 국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북미접촉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미대화를 주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북·미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소개했으며, 미국 조야에서도 대화를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6자회담 이전에 북미간의 조율이 잘 이루어진다면 우라늄 농축,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을 6자회담에서 다룰 수 있다는 북한의 언급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6자회담이 될까?

지금까지 진행된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고, 북한은 6자회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모둔 걸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다시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우라늄 농축과 미사일 발사까지 의제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화의 디딤돌이 될 수 있게 남북대화 우선 추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남북 군사회담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를 풀 수 없다며 미국 정부에게 공을 넘긴 셈이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북미대화를 발목 잡는데 전념했던 김영삼 정부가 떠오른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에서는 평양 보다 서울이 더 골치 아프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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