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따른 방사선량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해온 일본 정부가 결국 입장을 바꿨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외출금지령은 20~30㎞ 지역으로 확대되어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5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오전 10시 22분 시점을 기준으로 2호기와 3호기 사이에서 20밀리시베트, 3호기 부근에서 400밀리시베트, 4호기 부근에서 100밀리시베트의 방사능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에다노 장관은 그러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라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사용하던 '마이크로시버트'라는 방사선량 단위 대신 1000배인 '밀리시버트'로 바꿔 썼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쐬는 방사선량은 1년에 1000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이기 때문에 3호기 부근에서 검출됐다는 400밀리시버트(40만 마이크로시버트)는 그 40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정도면 백혈구 감소 등 신체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와 함께 2호기에서 격납용기까지 손상되자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앞으로 추가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이 높다"며 "제1원전에서 20~30㎞ 주민들도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대기하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 이내에 대해서는 이미 피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전문가 "수백~수천km까지 오염 가능"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2호기 등 일부 원자로에서 노심용해 현상이 발생하고 격납용기가 손상돼 방사능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되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 조지프 시린시온은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될 경우 원전에서 수백에서 수천㎞ 밖의 지역까지 심각한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쿠 미치코 뉴욕시립대 교수도 "수소 가스가 폭발해 원자로 격납용기를 손상시킬 경우 우라늄 연료봉과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누출될 수 있다"면서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야당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원전의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2호기 폭발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며 "도쿄전력은 이번 사태로 인한 (원전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이 중요 시점이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하고 만반의 태세를 해야 할 것"이라며 "방사능 물질의 비산 방지 대책 및 유아를 위한 요오드 제염 준비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주재 프랑스대사관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약한 방사선이 10시간 안에 바람을 타고 도쿄로 날아올 수 있다며 현지의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대사관은 이날 일본어 웹사이트에 실은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현지의 프랑스인들에게 불안해하지 말고, 창문을 닫은 채 실내에 머물라고 촉구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도쿄 남쪽 인근 가나가와현에서 방사선량이 평소보다 9배 높게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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