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소장의 이날 발언은 주민들을 조사했던 기관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조사 지연 사유와 배치되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민간인 장기 조사라는 북측의 부적절한 관행을 남측도 '상호주의적'으로 따라 하는 게 과연 국격에 맞느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남성욱 소장은 발언은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실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토론회 '진보와 보수, 통일을 말하다'에서 나왔다. 토론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 등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론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그는 "구체적인 솔루션(해결 방안),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해서는 분명히 저희가 좀 더 공부해야 할 측면이 있다"면서 표류 주민 얘기를 꺼냈다.
남 소장은 "옛날에 북한이 우리 배를 납치하거나 (남측 배가 북쪽으로) 월선·월경하면 저 사람들은 금방 돌려보내지 않았다"며 "(2009년 7월 북에 예인된) 연안호 같은 경우도 보면 최소한 40일(실제로는 30일), 3개월 아니면 1년씩 붙들고 공작도 하고 세뇌도 하고 조사랍시고 해서 그 사람들(어민들)의 생존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 소장은 "그런데 과거 정부는 (북한 어민이 내려왔을 때) 3시간 만에 돌려보내거나 하루도 안 돼 돌려보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도 좋다 이거다. (북한 주민들이 표류해) 왔다 이거다. 와서 정밀하게 의도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안 돌아가겠다고 한다. 이럴 때,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말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긴장도 완화하는 방안이 되는가?"
지난달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31명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조사가 한 달 가량으로 길어진 이유에 대한 동조사기관의 공식 입장은 인원이 많아서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 소장에 따르면, 실제 이유는 '맞불 작전' 때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국정원 산하기관이며, 국정원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합동신문의 중심 기관이다.
"왜 우리 정부만…김정일도 좀 비판하라"
▲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연합뉴스 |
그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이 불쾌한 듯 "정부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요구도 많고 정책 주문도 많은데 북한 김정일한테는 별로 요구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근식 교수도 (북한을 비판하는) 칼럼 좀 쓰시고 하라. 그분(김정일)도 김 교수 말씀 잘 듣는데…"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김 교수는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 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뜬금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올인해서 (대북정책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정부 3년의 대북정책은 '우리가 관계를 끊고 압박하면 북한이 힘들어져 결국 기어 나오거나 무너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있다"면서 "그런데 이 가정이 맞았나? 철저히 틀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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