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리비아 유혈사태가 발생하기 수개월 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과 7천700만달러 규모의 군용차량 수출 계약을 조용히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영국 방산업체 BAE의 미국 현지법인에 해당하는 BAE시스템이 리비아에 병력수송 장갑차량(M113)의 개량 모델 최소 50대를 수출하겠다며 제출한 계획을 승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미 의회는 이 계약으로 리비아군의 병력 수송능력이 향상될 것과 궁극적으로 영국 방산업체에 혜택이 가게 될 계약을 승인한 오바마 행정부의 의도 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대했다.
의회의 반대로 리비아 정부와 BAE시스템의 거래는 계속 연기되다 결국 리비아 유혈사태로 교역이 금지되면서 지난주 초 미 국무부 국방물자수출통제국(DDTC)은 의회에 계약이 무산됐다고 통보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무기 수출계약에 대한 허가는 이미 제한적이었던 리비아와의 기존의 군수거래 등과 함께 유보됐다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은 그동안 병력 수송 차량의 현대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9년 리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트리폴리 주재 미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다피의 아들인 카미스와 사이프가 BAE 계약의 신속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너는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당시 카다피 정권에 "우리는 리비아가 인권 문제에서 진전을 보일 때까지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미국산 무기 수출 가능성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M113 장갑차에는 기관총 1정이 장착되는데, 미 정부 관계자들은 리비아에 치명적인 무기류 수출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병력수송 장갑차 수출 계약에서 기관포나 다른 화기를 장착하는 내용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방산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처음부터 문제의 계약을 승인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뉴아메리카재단의 국방 전문가 윌리엄 할텅은 병력 수송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면 화기를 장착하지 않더라도 리비아군이 공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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