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반도 살얼음판,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반도 살얼음판,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진다"

[한반도 브리핑] 北 UEP 유엔 상정은 MB 정부의 '양수겸장'

대화인가, 대결인가? 한반도는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될 것인지 대결이 격화될 것인지 중대한 고비에 놓여 있다. 북의 대화 공세로 시작한 2011년은 이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며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살얼음을 봄볕으로 녹여 해빙을 도모할 것인가, 살얼음을 깨버릴 것인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북한 판문점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핵공갈에는 핵억제력으로, 미사일위협에는 미사일 타격전으로 맞설 것"이며 '국지전'에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위협적으로 선언했다. 반면 3월 1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는 "우리 군대의 물리적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대화와 긴장완화의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여있다"며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북의 전형적인 "매에는 매, 떡에는 떡"이라는 대응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천명했다. 한국의 대화와 제재, '투 트랙'(Two-Track)이다.

양자의 병행전술은 어떤 조합을 이룰 것인가? 그 단초는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서 찾을 수 있다.

▲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은 2일 미 국무부의 로버트 아인혼 대북 제재 조정관을 만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뉴시스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5일 워싱턴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안보리 결의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위반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은 기술적으로 엄밀하게 보자면 문제의 여지가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시그프리드 헥커 전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장이 작년 11월 영변을 방문하고 와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았다고 말을 했을 뿐이다. 말로 따지자면 북도 작년 6월 13일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외무성 성명에서 천명한 바 있다. 이들의 '말'이 아무리 신뢰도가 높더라도 '말'에 기초해서 북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했다고 주장하면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위배되는 것으로서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

안보리 결의 1718도, 1874도 우라늄 농축이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2006년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은 "조선인민공화국(DPRK)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있고, 2009년 6월 12일 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도 같은 결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이 외무성 성명대로 6월 13일부터 농축을 시작했다면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술적 해석을 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물론 북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비확산의 관점에서 위험한 행위이다. 북이 경수로를 스스로 건설하겠다는 것도 핵안전의 관점에서 위험하다. 안전한 경수로를 건설해주고 농축 우라늄을 외부에서 제공해주는 방식과, 북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을 '인내'하는 '전략적 인내'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지 판단하기 어렵지는 않다.

그래서 궁금하다. 북의 행위가 위험한지 아닌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를 해결하려는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고위 당국자'는 "안보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보리의 권위 문제도 있는 것"이라며 안보리의 행동을 촉구한다.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다가 실패하자 이제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만약 안보리가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채택하면 북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욱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가?

북의 행위는 이미 일정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결의안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반발했다. 이번에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면 북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만약 의장성명조차도 채택되지 못한다면 외교의 실패일까? 한국 정부는 이미 해답을 내놓고 있다.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를 덮어둔 상태로는 6자회담으로 갈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는 것이다.

하여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유엔 상정은 이명박 정부의 양수겸장이다. 한반도 살얼음판은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진다.

바로 그 지점에 문제가 있다. 이래도 저래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1월 19일 미중 정상회담 합의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충돌의 날만 기다릴 것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