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리비아 군, 전투기로 시위대 공격…카다피 정권 벼랑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리비아 군, 전투기로 시위대 공격…카다피 정권 벼랑끝

시위대, 제2도시 벵가지 장악하며 내전 양상 뚜렷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상황은 그 이상이다. 시위대는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를 점령했으며 한 목격자는 공군 전투기가 시위대를 폭탄으로 공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관계자들이 일부 사임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돼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리비아 민주화 시위대는 21일(현지시간) 시위의 중심지였던 벵가지를 시위대의 통제 하에 둔다고 선언했다. 시위대는 이 도시의 주요 보안지설 등의 장악을 마쳤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전날부터 계속된 보안군 및 친정부 세력과의 유혈 충돌 끝에 결국 승리한 쪽은 민주화 시위대. 이들은 시가전 끝에 도시 대부분의 지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현재 벵가지 법원 건물을 본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현재의 리비아 국기가 내려지고 1969년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왕정 시절의 국기가 게양됐다고 전해졌다.

수도 트리폴리 등에서도 카다피 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과 군, 무장한 친정부 시위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벌였다. 트리폴리 시내의 학교와 공공기관, 상점 등은 문을 닫았으며 리비아 군은 트리폴리 시내에서 방송차량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 21일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를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가 보안군 본부에서 무아마르 카다피의 집권 이전에 쓰이던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

"軍, 전투기 및 헬리콥터로 시위대 공격"

리비아 정부는 초강경 태세로 유혈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 관련 사망자는 233명이나 된다. 이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중동 어느 나라보다 심한 최악의 참사다.

특히 군 헬리콥터와 전투기를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증언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보도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지 목격자는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면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를 폭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로 인한) 사망자가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내 건물의 지붕 위에 배치된 저격수가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가했고, 일부는 움직이는 차 안에서 시위대에 총을 발사했다. 또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용병들의 모습이 보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1일 트리폴리에서의 유혈 충돌에서만 6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21일 오전 국영 텔레비전 방송으로 중계된 40분 간의 연설을 통해 "최후의 한 사람까지, 마지막 총알 한 발까지 싸우겠다"며 강경 진압을 거듭 천명하고, "만약 시위가 계속된다면 내전이 일어나 원유 수출로 쌓은 리비아의 국부를 모두 태워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위가 중단된다면 '역사적'인 개혁이 있을 것이라며 헌법 제정 등 국가적 개혁 프로그램을 수일 내에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국영 TV는 사이프 알-이슬람의 말을 인용해 군이 민간인 거주 지역이 아니라 군수품 저장소를 폭격했다면서도, 트리폴리나 벵가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은 부인했다. 이 TV는 트리폴리의 그린 광장에서 벌어지는 카다피 지지 시위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현재 트리폴리 주민들은 외부와의 연락도 단절되고 국제전화도 이용도 차단된 상태다.

정부 인사들 탈주…카다피 정권 붕괴 조짐?

시위가 격화되고 정부가 강경 대응을 고수하면서 카다피의 국정 장악 능력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AP> 통신은 최소 한 개 이상의 주요 부족이 카다피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몇몇 군부대와 외교 관계자들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만약 그러지 않으면 리비아 국민들이 그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바시 부대사는 유엔 주재 리비아 외교관 일동이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전날 사임한 압델 모나임 알-하우니 전 아랍연맹 대사는 카다피가 대량 학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하우니는 성명을 내고 "카다피는 그의 국가와 국민을 배반했다"며 "카다피 정권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주재 리비아 외교관인 엘-사데크 엘-메스타리도 "나는 무솔리니나 히틀러 같은 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그만두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치안 질서를 담당한 보안군이나 전투기 조종사 등 군 일부 세력이 이탈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군이 파괴자들의 은신처를 쓸어버렸다"며 보안군 등 정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직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AP>가 전했다.

군 장교 일부는 동료 군인들에 "시위대에 합류하라"며 카다피 축출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비아 공군의 '미라지' 전투기 조종사 2명은 21일 전투기를 몰고 이웃 섬나라 몰타로 망명했다. 그들은 시위대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정치적 이유로 망명 신청을 했다고 몰타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리비아 전문가인 리사 앤더슨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AP>에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달리, (리비아는) 정권이 붕괴해 내전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이미 붕괴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한편에서는 카다피가 이미 베네수엘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2일 새벽 국영 TV에 출연해 자신은 리비아에 있으며 망명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