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동의 민주주의? 오바마는 약속을 못 지켰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동의 민주주의? 오바마는 약속을 못 지켰다"

[해외발언대] "미국은 이집트 민주화를 적극 지원해야"

이집트 국민들이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봉기에 나섰으나 무바라크는 자기의 측근들로 구성한 새 내각을 발표했을 뿐, 자진 퇴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도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해결되도록 개입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초반인 지난 2009년 6월 당시 이집트에서 제시한 '중동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오바마는 이슬람 국가들의 미래를 위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미국은 평화로운 선거로 구성된 정부를 지지하고 표현의 자유, 정직한 정부, 선택의 자유 등 민주적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도 강조했으나 이후 실천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31일(현지시간)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게재된 '오바마는 중동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Obama Has Failed to Fulfill His Mideast Promise)'는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 필자 데이비드 크레이머는 미국 국무부 민주-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의 초당적 자유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이집트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주장을 끌어안고, 오바마 정부가 이집트의 정신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편집자>
▲ 지난 2009년 8월 백악관에서 만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 만남에 앞서 오바마는 중동의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약속했으나, 이후 독재자 무바라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로이터=뉴시스
2009년 6월 오바마의 이집트 연설

최근 중동의 독재정권들이 전례없는 반정부 시위로 잇따라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동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지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면 이런 대응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중동의 인구 88%는 공정한 선거, 언론의 자유, 법치가 결여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오바마는 대통령직에 취임한 지 몇개월 뒤 이집트의 카이로대학교에서 미국과 이슬람권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연설을 했다. 지금도 이 연설에 제시된 비전은 오바마 정부의 가장 야심찬 외교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이라크나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같이 논란이 있는 문제에 대해 많은 언급을 했지만, 이슬람 국가들의 미래를 위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은 평화로운 선거로 구성된 정부를 지지하고 표현의 자유, 정직한 정부, 선택의 자유 등 민주적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누가 권력을 쥐든 '단일한 기준'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전임자 조지 W. 부시와 마찬가지로 그는 중동의 민주주의 결여가 지역의 불안정과 세계를 위협하는 전략적 문제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잉태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동의 민주화 역설하면서 독재정권의 억압은 외면

유감스럽게도 오바마는 카이로 연설의 약속을 이행하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차치하고, 미국은 중동의 독재정권에서 자행되는 억압에 대한 우려를 외면했다.

이런 양상은 지난 2009년 이란의 선거에서 굳어졌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의 야권 운동에 대한 억압에 대해 형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의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오바마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당시 이집트 집권당은 시리아, 그리고 최근에는 튀니지 같은 극도의 독재정권들이 벌이는 수준으로 선거결과를 조작했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에 대한 초기 반응에서도 오바마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속됐다. 미국의 고위 관료들은 이런 정부들이 지역 안정과 안보에 최선이라거나, 에너지 문제나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중요하다는 등 그릇된 판단에 따라,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독재정권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하고 다녔다.

이런 태도의 문제는 미국 정부가 미처 인식도 못하는 사이에, 미국은 쫓겨나는 독재자들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나라에 자유의 정신을 고양시킬 다른 정책을 쓸 수 있다. 미국은 독재자들이 정치적 통제를 완화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하도록 조용히 설득할 외교수단들이 있다.

중동 인구 88%가 독재 치하에서 신음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들은 독재국가들에 주재한 미국 외교관들이 통찰력이 있고, 독재정권의 탄압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해 종종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여성의 지위 향상, 언론자유, 소수자 인권들을 위한 활동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자유 증진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공개적인 성명을 통해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지지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권들을 비난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중동의 자유가 진전되고 있다면 오바마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해 비중을 줄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가 세계 자유 현황에 대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인구 88%는 공정한 선거, 언론 자유, 법치라는 것을 모르는 나라에 살고 있다. 이것은 5년 전보다 악화된 기록이다.

중동은 국가의 자유도를 측정하는 모든 지표에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종신집권' 독재자가 지배하는 20개 나라 중 5개국이 중동에 있다(최근 축출된 튀니지의 벤 알리를 포함하면 6개국).

이집트 국민, 미국에게 직접 호소하고 있다

암울한 기록이지만, 이처럼 암울한 여건에 처했어도 독재를 극복하고 안정된 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중동에는 이런 역할 모델이 없다. (시리아의) 아사드와 무라바크 같은 독재자들은 이 지역에서 한 나라가 자유를 쟁취하면 다른 나라들들도 따르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집권 엘리트들 대부분이 그들의 행동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그들은 민주혁명의 성공에 연대할 중요한 우호세력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플래카드에 적은 많은 구호들이 영어로 쓰여 있고, 각종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게 직접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주장을 끌어안고, 오바마 정부가 이집트의 정신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