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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새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 '한국판 S&L'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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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새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 '한국판 S&L' 사태?

대형 저축은행 PF대출 부실 급격화, 8조원 중 3조원만 회수 가능

지난달 14일 1곳(삼화저축은행), 2월 17일 2곳, 19일 4곳. 올해 들어 40일도 안되는 사이에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금융당국의 신뢰도 '영업정지'를 당했다. 불과 이틀 전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상반기 중에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석동 위원장의 발언은 단서가 달린 신중한 판단이 아니라 국민을 기만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즉시 드러났다.
▲ "올해 상반기 중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또 없을 것"이라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이틀만에 신뢰만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합뉴스
이틀만에 4곳 추가 영업정지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17일, 그리고 18일 이틀 동안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열인 나머지 3곳(부산2, 중앙부산, 전주)과 보해저축은행에서 4500억 원이 인출됐기 때문이다.

보해저축은행은 몰라도, 그룹 계열사 2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는데도 다른 3곳의 계열 저축은행에서는 '과도한 예금인출'이 나지 않으리라고 믿었다면, 금융위원회의 판단력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월요일 뱅크런' 사태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뒤늦게 4곳을 추가로 영업정지를 시켰다. 하지만 이미 금융당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며칠은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어떤 충격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뱅크런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를 보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종금사 연쇄 부도 사태'를 떠올리거나, 1980년대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IMF 사태 당시도 정부는 부실화된 몇 개의 종금사만 처리하면 될 것처럼 말했으나 관계된 기업이나 은행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약 170조원이 들어갔으며, 저축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도 예금보험기금을 포함해 이미 17조원이 넘는다.

미국에서는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자산 처리를 위해 1457억 달러(약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가 80%를 회수하지 못했다. 우리도 IMF 사태 수습에 들어간 공적자금 170조원 중 아직 40%에 해당하는 70조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울대로 키운 뒤 뒤늦게 공적자금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나선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 조장한 정부

많은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떠오를 정도로 커진 배후에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방치한 금융당국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정부는 원금과 공시 이율(2% 정도)을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며 저축은행에 '고금리(5% 이상)'를 약속하는 예금 유치를 허용해줬다. 당연히 저축은행에 돈이 몰려 들었다.

문제는 고금리로 대출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량고객인 대기업이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개인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대출고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신용자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다시 저축은행에게 고금리로 대출을 해줄 숨통을 틔워주었다. 바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그것도 특정 건설사 프로젝트에 80억원 이상을 대출해주지 못하는 규제도 풀어주는 이른바 '88클럽'이라는 편법적 통로도 제공해주었다. 자기자본(BIS) 비율 8% 이상, 부실 대출 비율 8% 이하인 '우량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20% 한도 안에서는 자유롭게 빌려줄 수 있게 한 것이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의 관계는, 주요 저축은행들의 감사 자리 절반이 금융당국의 낙하산으로 채워질 만큼 '공생관계'이기에 이런 특혜가 가능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통상 자산이 1조원이 넘고 자기자본이 수천억원대인 대형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 당 500억원 내외 규모의 대출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최근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처럼 '88클럽'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닥치면, 추가대출은 커녕 만기연장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미분양 사태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건설사들이 연쇄도산에 처할 수 있다.

PF대출 급격한 부실화로 BIS 비율 기준도 불안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현황을 공개한 26개 대형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8조7500억원이지만, 정상적인 회수 가능 대출은 3조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PF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PF 대출 규모' 1, 2위였던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만 3조6000억원이지만 절반 정도만 정상 대출로 분류되고 있어 결국 영업정지를 당했다. 나머지 24개 대형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잔액은 5조1500억원이지만 역시 절반 정도만 정상 대출로 분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88클럽' 중 자기자본 비율을 8%에서 1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영개선 명령 대상인 자기자본 비율 5% 미달 저축은행들에 대해서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F 대출 부실과 고객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는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안전판'으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도 BIS 비율이 지난해 6월 말 8.33%였으나 지난해 말 결산에서 5.13%로 낮아지고, 이번에는 자본금마저 잠식돼 영업정지를 당했다.

오히려 저축은행 BIS 비율 요건 강화 등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다가 저축은행과 건설사 부실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21일 이후 '뱅크런'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둘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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