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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봉기의 불씨, 아랍권 넘어 세계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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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봉기의 불씨, 아랍권 넘어 세계 도처에 있다"

[월러스틴의 '논평']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 세계사회포럼을 보라

세계사회포럼과 이집트, 그리고 전환

(The World Social Forum, Egypt, and Transformation)

세계사회포럼(WSF)은 성공적이고 생기 있는 행사였다. 포럼은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지난 6~11일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 한 주는 이집트 민중들이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기 위해 투쟁을 벌인 주간이기도 했다. 마침내 이집트 민중들이 성공했을 때, WSF에서는 폐막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WSF는 튀니지 및 이집트 혁명의 의미와, 가능한 또 다른 세계를 위한 그들의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토의를 진행하는 데 한 주를 보냈다. 비록 확신은 없었지만 우리는 이집트인들의 가능성을 응원했다.

WSF에는 6~10만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놀랄 만한 숫자다. 이런 규모의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주최측은 세네갈의 강력한 지역 사회운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또 최소한 세네갈 정부가 포럼의 개최를 '용인'해 줘야 했다. 압둘라예 웨이드 대통령이 이끄는 세네갈 정부는 몇 달 전 비록 약속했던 재정 지원을 4분의 3 정도 깎겠다며 약속을 어기긴 했지만 포럼 개최는 용인했다.

하지만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세네갈 정부는 겁을 먹었다. WSF의 존재 때문에 세네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또 아프리카 몇몇 나라의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 행사를 취소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자 세네갈 정부는 그들에게는 취소 다음으로 좋은 대응, 즉 포럼을 사보타지(방해)하려고 했다.

WSF 개최 나흘 전에 세네갈 정부는 주요 행사 예정지인 대학교의 총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총장을 임명했다. 신임 총장은 취임 즉시 'WSF가 진행되는 동안 대학 강의를 연기해서 강의실을 포럼 측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전 총장의 결정을 뒤집었다.

그 결과 최소한 개막 직후 이틀 간 혼란이 있었다. 결국 신임 총장도 강의실 사용을 허가하긴 했지만, 포럼 개최에는 170개의 강의실이 필요했는데 사용이 허가된 것은 40개 뿐이었다. 포럼 조직자들은 창조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캠퍼스 여기저기에 텐트를 쳤고, 사보타지에도 불구하고 포럼은 진행됐다.

세네갈 정부가 이렇게 WSF를 두려워한 것은 옳았을까? 포럼 내에서도 WSF라는 이름을 들어 보지도 못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아랍 세계의 대중 봉기와 WSF가 과연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의 답은 WSF 내부의 시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WSF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여러 지역으로 그 메시지를 보내는데 분명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했다. WSF 무대가 아닌 다른 여러 곳에서도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번 봉기가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사회포럼(WSF) 참석자들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1년 WSF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6~11일에 걸쳐 열렸다. 이 포럼은 2001년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대항으로 처음 조직됐으며, 이후 10년 동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모토 아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 논의를 진행해 왔다. ⓒAP=연합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다카르 WSF에서는 두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아무도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2001년 처음 WSF가 창립됐을 때, 포럼은 WEF에 대항하는 성격(anti-Davos)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 현재 다보스 포럼은 WSF 참석자들이 그냥 무시해도 될 만큼 정치적으로 사소한 영향력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참석자들이 포럼에서 다뤄진 모든 주제들의 '연관성'(interconnection)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2001년 최초의 WSF는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에만 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그 후로 매해 포럼이 개최되면서 젠더 문제와 토착민들의 권리 문제,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초점을 둔 환경 문제, 인종차별, 보건, 노동 쟁의, 인권, 물·음식·에너지에 대한 접근성 등 다른 분야의 관심사가 추가됐다.

그리고 2011년 다카르 포럼에서는 하나의 토론에서 다뤄지는 주제와 다른 모든 주제들의 연관성이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 보다 많은 주제들을 포괄하고, 또 모든 이들이 그 주제들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발견한 것은 WSF의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근본적인 의문 하나를 제기했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집트 혁명과, 또 앞으로 일어날 유사한 일들에 대해 WSF가 기여할 수 있는 바는 이처럼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다른 세계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각차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에 필요한 것이 좀 더 많은 발전과 근대화, 또 그로 인해 가능한 자원의 평등한 분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발전과 근대화는 자본주의 문명의 저주라면서 미래 세계의 문화적인 전제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며 '문명적 전환'을 주장한다.

'문명적 전환'의 주장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 운동은 세계가 '잘 사는 것'(스페인어 'buen vivir', good life)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좋은 가치에 뿌리를 두고 무제한적 경제 성장의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한다. 이 지구는 은 그같은 성장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그들은 말한다.

토착민 운동이 땅에 대한 그들 공동체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자치를 요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세계 다른 지역의 도시 운동들은 무제한적 성장이 기후적 재앙과 새로운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페미니즘 운동은 무제한적 성장이 가부장제의 유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런 '문명적 위기'에 대한 토론은 어떤 정치행동을 지지해야 하는지, 집권을 희망하는 좌파 정당이 세계적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에 있어 중대한 함의를 가진다.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10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토론이다. 만약 좌파들이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한 내부의 차이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붕괴는 결국 전세계 우파들의 승리와 현재의 체제보다 더 나쁜 새로운 세계체제의 건설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모두의 눈은 아랍 세계를 향해 있다. 세계는 이집트 민중들의 영웅적인 노력이 아랍 세계 전반의 정치적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민중 봉기의 불씨는 가장 부유한 지역을 포함해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이 순간, 우리가 절반의 희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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