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개발 문제로 서방과 갈등하는 이란에 대해서는 시위대를 격려하는 태도를 보인 반면, 미국의 동맹인 바레인에 대해서는 국왕에게 국민들의 불만을 잘 다스리라는 '우정어린 충고'만 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을 바라보고 있는 바레인에는 미 5함대 기지가 있는, 전략적으로 미국에 중요한 나라다.
'이란의 위선' 지적하는 미국
이런 이중 행보는 1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회견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지도자들이 이집트 시위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했다가, 정작 이란 내에서 유사한 시위가 벌어지자 진압에 나선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시위대를 향해 "더 많은 자유와 더욱 대표성 있는 정부를 향한 열망을 과감하게 드러낼 용기"를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바레인 등 다른 아랍 동맹국들의 상황을 언급할 때는 시위대가 아닌 정부를 향해 '충고'를 했다. 그는 "아랍 동맹국들에게 '당신들은 더 큰 기회를 추구하는 젊고 생기 넘치는 세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면 당신들은 보다 빨리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가장 강력한 것으로, 2009년 6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대선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 속에 일어난 시위 당시 미국이 초기에는 조용했다가 뒤늦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다른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의 당국자들은 이란 사회의 균열을 확대하는 기회를 보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레짐 체인지(정권 전복) 전략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일어나기 시작한 분열을 넓히려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레인 반정부 시위 사태 과정에서 이미 2명이 사망했다. 또 바레인 정부는 펄 광장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시위 상황을 전하는 방송 채널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15일 회견에서 바레인 내 폭력 사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무자비하게 때리고 체포하는 등 매우 다른 대응을 했다"고만 말했다.
물론 미 국무부는 15일 바레인 시위 과정에서 일어난 2명의 사망 사건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성명을 내긴 했다. 그렇지만 국무부는 바레인 알 칼리파 국왕이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고 정치적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요르단에 대해서도 미국은 바레인과 비슷한 대응을 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백악관 |
이란 시위에도 악영향 가능성 있어
중동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열풍 속에서 미국이 보여준 이중적인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집트 시위 당시 초기에는 무바라크 체제를 옹호하다가 후반부에는 시위대를 옹호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그것은 이란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반미인 이란 정부를 즉각 비난한 것과도 다른 태도였다. 또한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이 이란에 대한 비난은 바레인·요르단 등 친미 정부에 대한 태도와 또 달라서 이중적 행보가 중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차이가 뚜렷해질 경우 이란인들의 민주화 열망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이미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낸 간첩이 조종하고 있다"는 '색깔론'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입김을 극도로 혐오하는 이란 여론의 분위기에서 이같은 말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이란 시위의 동력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부터 이란의 파르시어로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