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란서도 반정부 시위…미국과 이란 '위선의 전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란서도 반정부 시위…미국과 이란 '위선의 전쟁'

미국의 즉각적인 시위대 지지, 상황 꼬이게 할 수도

이집트 시민혁명의 여파가 아랍권을 넘어 이란으로 번졌다. 이란 시민 수만명은 14일 수도 테헤란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이집트인들의 혁명 성공을 축하하고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집트 시위 발생 초기와 달리 이란 시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그같은 이중적 행보는 이란의 민주화 열망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14일 테헤란 시내 시위 장면 ⓒAP+연합뉴스

처음부터 최고지도자 규탄 구호 등장

이란에서는 2009년 6월 대선 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규모 시위가 며칠간 계속됐었다. 야권 대선 후보로 나왔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흐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이 주축이 된 저항 운동이었다. 당시 야권은 정부의 강력한 탄압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고, 같은 해 12월 또 한 차례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나 역시 일회성으로 그쳤다.

14일 이란에서 벌어진 시위는 재작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로, 정부에 의해 일찌감치 불허된 것이었다. 이란 야권 및 반정부 시민들은 시위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튀니지·이집트에 이은 혁명이 이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1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시내 곳곳에 배치된 대규모 경찰과 군 병력,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은 시위대를 때리고 최루탄을 발사했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 숨진 사람이 누구의 총에 맞았는지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테헤란의 아자디(해방) 광장을 중심으로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물론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야당 웹사이트인 <라헤사브즈>는 시위대가 "(튀니지의)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다음 순서는 사예드 알리 당신"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이는 2009년 대선 직후 시위에서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비판이 먼저 나오고, 하메네이에 대한 규탄은 한참 후에 등장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미 컬럼비아대의 이란 전문가인 하미드 다바시 교수는 <가디언>에 "튀니지·이집트의 혁명적 봉기 때문에 녹색 운동(이란 야권 연대체)이 더욱 급진적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힐러리, '이란 정부 위선' 꼬집었지만…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인들도 이집트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란인들의 시위를 "매우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이란 정부가 그간 이집트 시민혁명을 반기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점을 부각시키면서, 자국민들의 시위를 탄압하는 것은 "위선"(hypocrisy)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하메네이는 최근 이집트의 혁명적 상황에 대해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과 유사한 "이슬람적 각성"이 카이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기뻐했다고 전해졌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지난 10일 국영 TV 연설에서 튀니지·이집트와 관련해 "이란이 (혁명 이후) 지난 32년간 던져온 메시지를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반정부 측의 한 시민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란 당국이 튀니지와 이집트의 봉기를 찬성하는 (이란 내) 시위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란 정부가 무바라크와 벤 알리의 지지자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 이 글을 소개하면서 이란 당국이 딜레마에 처했다고 논평했다. 이란 정부는 결국 자국 내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탄압함으로써 이집트 혁명을 높이 평가했던 자신들의 입장과 충돌하는 길을 택했다. 클린턴 장관은 바로 그 점을 파고 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정부의 위선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 초기 '아랍·중동 지역의 안정'만을 강조하며 구(舊) 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시민들의 반정부 열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뒤에야 친미·친서방 독재 정부의 변화를 촉구한 게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오바마 미 행정부는 '질서있는 전환'이라는 명분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때론 오락가락 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시민 혁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랬던 미국이 이란 정부를 즉시 비판한 것은 이란이 반미 정부이기 때문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같은 날 있었던 예멘, 바레인 등 친미 정부의 시위대 탄압에 대해선 침묵했다.

또한 민심은 반미지만 정부는 친미였던 이집트 무바라크 체제와 달리 민심과 정부 모두 반미인 이란의 경우 클린턴 장관이 시위대를 즉각 편들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반정부 열기에 재를 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정부는 과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에 놀아나고 있다'는 정치선전을 하곤 했는데, 그게 먹혀들 정도로 미국에 대한 반발 심리가 강한 곳이 이란이기 때문이다.

이란 친정부 바시즈 민병대의 모하마드 레자 나그디 사령관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테헤란의 시위는 '서방이 보낸 스파이들'에 의해 촉발되어 왔다"며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처럼 사태를 촉발시킬 분신 희망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정부의 이같은 공방전이 18일로 예고된 또 한 번의 시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