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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북상'…한국도 '수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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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북상'…한국도 '수렁 속으로'

로켓 공격 두번이나 받고도 정부는 위기상황 '쉬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한국 군인과 민간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8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의 한국 지방재건팀(PRT) 기지에 가해진 공격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군과 나토(NATO)군이 탈레반 반군과의 격전지인 아프간 남부에서 소탕 작전을 진행하면서 탈레반 세력이 대거 북부로 이동했다는 첩보가 10일 정부 당국자에 의해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PRT 기지가 상주하는 북부 지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차리카 기지 동쪽에 있는 국도 건너편 마을에 탈레반 세력이 포진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격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어 차리카 기지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한국군 오쉬노 부대와 PRT가 머무르고 있는 차리카 기지에 가해진 로켓포 공격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프간 경찰이 현지 조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수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잇다. 이런 상황에서 14일로 예정됐던 차리카 기지 개소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로켓포 공격 등 현지 치안 상황을 감안해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아프간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8일 오전 오쉬노부대를 방문해 부대장으로부터 차리카 기지의 주둔지 경비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김 장관이 방문을 마치고 떠난 지 7시간 후 이 기지는 로켓포 공격을 받앗다. ⓒ연합뉴스

"가망 없는 전쟁"

아프간 전쟁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서의 승리가 머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에 반하는 관점은 수없이 제시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군과 나토군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1980년대 소련이 그랬듯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군 부대에 기자를 배속시켜 취재하게 하는 '임베디드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아프간 거의 전역을 발로 누빈 미 언론인이자 자유기고가인 길리아노 바티스톤은 7일 진보적 웹사이트 '오픈 데모크러시'에 기고한 글에서 탈레반 세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진보 언론인 톰 엥겔하트와 멜 거토브 미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메디슨대 교수 등 비판적 지식인들과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전 철수를 지시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도 이와 유사한 시각에서 '아프간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이 가망 없는 전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20일 공격은 처음 알려져…'은폐' 의혹

한편 지난달 20일에도 차리카 기지 인근에서 로켓포 공격이 발생했던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1월 20일의 공격이) 차리카 기지를 대상으로 한 공격인지는 불투명했다"고 설명했지만 20일 가까이 사건 자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3일 한국인 건설회사 직원 2명이 아프간 북부 사만간 주에서 무장괴한에 의해 납치됐다가 2시간 만에 구출된 사건도 사흘 후인 16일에야 알려졌다. 당시 현지 경찰이 한국인 2명을 포함한 인질 5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총격전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외교부는 사흘 동안 이를 알리지 않았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아프간 북쪽 지역에는 탈레반이 활동하지 않고 금품을 노린 무장괴한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과 언론은 이 무장괴한들이 '탈레반'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알려진 첩보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즉 단순히 돈을 노린 범행이 아니라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는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범죄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로켓포 공격도 김관진 국방장관이 기지를 방문한 지 겨우 7시간 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탈레반은 지난 2009년 12월 한국군 재파병 논의 단계에서 이미 이메일 성명을 통해 "한국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고 (2007년 샘물교회 신도 석방 때 앞으로는 파병을 안 하겠다던) 약속을 깬다면 또 다시 '나쁜 결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아프간 현지의 안전 문제는 지난해 파병을 결정할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정부는 파르완 주는 타지크족과 하자라족 등 탈레반에 적대적인 부족들이 사는 곳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인해 정부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설사 파병을 결정할 당시에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었다 해도 탈레반 세력의 이동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이상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등에서 근본적인 수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참여연대 "표적 공격대상이 된 한국군 철수해야"

정부는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PRT의 재건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10일 오전 국방부와 외교부, 경찰청, 국제협력단(KOICA) 등 관계기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한국군이 표적 공격의 대상이 됐다며 철군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공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한국군을 겨냥한 표적 공격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련의 사건들은 불필요한 희생을 낳기 전에 정부가 한국군과 PRT의 철수를 결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PRT활동을 통해 아프간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아프간 재건지원 사업보다 PRT에 대한 경호경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것만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한국군과 PRT가 표적 공격 대상이 됐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앞으로 인명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한국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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