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포에 휩싸인 이스라엘 "이집트, 32년 전 이란과 판박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포에 휩싸인 이스라엘 "이집트, 32년 전 이란과 판박이"

"이란 혁명도 1월에 시작해 1년 넘게 끌었다"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 요구에 제동이 걸렸다. 무바라크는 오는 9월 대선까지는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도 급격한 정권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야권에서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됐고, 정권교체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의 반정부 시위가 야권 지도부가 주도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중봉기에 가깝기 때문에 정국의 향방에 키를 쥐고 있다는 이집트 군부와 미국의 통제력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웃나라 이스라엘은 30여년전 경험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가 된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리(자유) 광장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스라엘에게 악몽을 안겨준 '1979년 이란 혁명'

1979년 이란에서도 이집트 사태처럼 반정부 시위가 1월에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이란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다. 현재의 이집트도 중동의 아랍국가 중 이스라엘과 가장 먼저 평화조약을 맺고 지지해준 우방이다.

그런데 이란은 당시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반정부 세력이 일으킨 혁명으로 반이스라엘 정권으로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현재의 이집트 사태가 1979년의 이란 사태와 꼭 닮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란 혁명도 순식간에 정권이 바뀌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당시에도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친서방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1년 넘게 지속됐다.

이란 혁명으로 샤 왕조가 몰락하면서 이스라엘은 가장 가까웠던 우방이 난공불락의 적이 된 이슬람 공화국으로 바뀌는 악몽을 겪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적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적국이 하나 늘었다는 것이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반이스라엘 전선이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을 패배시킨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2009년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모두 이란으로부터 물자와 자금, 훈련을 제공받았다.

최근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출신이 총리가 된 사실상의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의 세력이 친서방 세력을 능가하는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실존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1979년 이란'과 '2011년 이집트'의 상황은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집트에서 강경파 이슬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집트에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고 해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에게 맞서는 노선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서방권처럼 차분한 분석을 할 여유를 갖기 힘든 처지다. 왜냐하면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며, 실제로 1948~1973년 사이에 이집트와 4차례나 전쟁을 벌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무라바크가 있는 이집트와의 관계는 샤 왕조 치하의 이란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조약을 맺음으로써 아랍권에서 가장 중요하고, 인구가 가장 많고, 가장 강력한 국가를 반이스라엘 동맹에서 제거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웃 아랍국가들과의 전쟁 위협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요르단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고, 시리아도 이집트의 지원 없이는 이스라엘을 패배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

이집트는 안보 문제에서도 이스라엘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문제에서 이스라엘에 큰 힘이 되었고, 무역과 관광 교류를 크게 늘렸다.

<FT>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이런 모든 긍정적 효과들이 지금 위태로워졌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민주화 진전 자체가 이스라엘과 미국에게는 위협

이스라엘과 미국에는 이집트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는 것 자체가 위협이다.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반감은 정부보다 민중들 사이에서 더 크기 때문이다. 아랍국가들의 의회가 민주적으로 기능할수록 이슬람 강경파 세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미 이런 과정은 2006년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한 사건 이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득세, 튀니지의 민주혁명, 그리고 현재 이집트 는 물론 예멘, 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물결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FT>는 "이제 이스라엘은 아랍의 독재자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아랍 민중과의 관계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적했다.

나아가 <FT>는 서구권이 아랍 일대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두바이 에미레이트대의 압둘칼레크 압둘라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만간 '튀니지 시민혁명 이전과 이후'의 아랍에 대해 말하게 될 것"이라면서 "요즘 중동의 독재자들은 정말 위협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집트 사태는 아랍의 변화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한 아랍 외교관은 "이집트는 중동 아랍국가의 선도국으로, 이집트 사태가 중동에 미치는 충격은 그 양상의 진행이 평화적이건 폭력적이건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