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술레이만 부통령, '이집트사태 해결사' 될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술레이만 부통령, '이집트사태 해결사' 될 수 있을까?

6일 저녁 최대 야당 세력 무슬림형제단과 담판

미국이 이집트 사태에 대해 '질서 있는 전환'을 촉구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집트의 권력 이양 작업이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의 입장이 점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신의 하야를 요구하는 이집트 국민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전환(transition, 권력 이양) 과정이 지금 시작돼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며 모든 반대 세력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질서 정연하지만 의미있고 진지한 해결방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자존심 있는(proud) 애국자"라며 "(그가) 올바른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즉각 물러나게 할 것인지는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이집트인들에 의해 결정될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권력 이양 과정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연결돼야만 한다며 "전환의 구체적인 사항은 이집트 국민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이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오마르 술레이만 현 이집트 부통령이 주도하는 정부에 의한 전환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무바라크 대통령이 아니라 술레이만 부통령을 직접 개혁의 주도세력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질서 있는 전환' 없이는 급진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계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 이행과정을 빗나가게 하거나 가로채려는 세력들이 움직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버리더라도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처럼 대안 세력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사태는 원하지 않으며 술레이만 부통령 등 기존 정권 인사들 중심의 과도정부가 '점진적인 개혁'을 이행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당국자가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서긴 했으나 미국의 이집트 특사인 프랭크 와이즈너 전 주이집트 대사가 5일 "전환 과정에서도 무바라크 대통령은 계속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뒤쪽)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이집트에서의 '전환'(권력 이양)은 '지금 당장'(right now)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엘바라데이 "9월 대선 출마…미국이 바라는 '점진적' 개혁, 가망 없어"

그러나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과 이번 반정부 시위를 이끈 '4월 6일 운동' 등은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미국과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야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미국이 지지하는 단계적인 권력이양은 성공할 가망이 없다(nonstarter)고 일축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5일 전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는 나 자신이 아니라 이집트 국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드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집트 국민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이는 일종의 감정적 문제가 됐다"며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5일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만약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현 집권 세력들을 지지한다면 "시위는 더욱 격렬해질(vicious)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9월 대선 출마 뜻을 비치며 선거 전까지 1인의 군부 지도자와 2인의 민간 대표자가 대통령 임무를 분담하는 과도정부 형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집트 외무장관을 지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4일 대선 출마 뜻이 있음을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약 10만 명의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무바라크)하야의 날'(Day of Departure) 시위가 열린 4일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국민은 새로운 국가에서의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우리는 자유를 얻을 때까지 시위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전국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5일에도 1만 명 규모의 시위대가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시위를 이어 갔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지지 세력도 이날 별도의 집회를 가졌으나 다행히 무력 충돌은 없었다. 이들 친(親) 무바라크 세력은 지난 2~3일 민주화 시위대와 언론인 등에 대해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이집트 정부, 무슬림형제단과 대화…집권 여당 당직 총사퇴

현재 이집트 정부는 야권과의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으나 입장차가 워낙 커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5일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에 대화를 제의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한 뒤에야 정부 측과의 대화에 응하겠다'는 원래의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해, 최악의 위기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술레이만 부통령과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대화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절차와 공공장소에서의 집회 권리와 안전보장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협상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집권 세력은 민심을 달래고자 이집트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당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으나 시위대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 정책위원장과 샤프와 엘-셰리프 사무총장 등 NDP 지도부 6명은 5일 당직을 동반 사퇴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NDP 당수 직위를 유지했다. 한때 현지 텔레비전 방송은 무바라크 대통령도 당직을 사임했다고 잘못 전했으나 몇 시간 후 NDP는 그가 여전히 당수직을 맡고 있다고 확인했다.

시위대는 이같은 조치가 무의미한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간부 파리드 이스마일은 "현 정권의 기둥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는 집권 세력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 지난 4일 이집트의 수도 타흐리르(자유) 광장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하야의 날'(Day of Departure)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폭력사태' 친정부 시위대 배후에 정권 인사?

한편 이집트 검찰은 지난 2~3일 이틀간 타흐리르 광장에서 벌어진 친 무바라크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을 비롯한 구 정부 인사들에게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 메기드 마흐무드 이집트 검찰총장은 지난 3일 "(타흐리르 광장 사태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들을 출국금지하고 이들의 은행 계좌를 압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흐메드 샤피크 신임 이집트 총리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만약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의 민주화 시위대와 언론사 기자 등을 공격해 1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진 바 있다. 이집트 보건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돌과 쇠파이프 등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지만 반정부 시위대와 현지 의료진은 사망자들이 대부분 총격에 의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무바라크 지지자들 중 단검을 지닌 사람이 목격되기도 했으며 일부는 말과 낙타를 타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무바라크 지지자들은 언론에도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하며 공격을 가해 이집트 기자 한 명이 숨지고 외신기자들도 드라이버에 다리를 찔리거나 구타를 당해 부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