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위키리크스는 같은해 7월과 10월 각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에 대한 비밀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언론의 관심은 비교적 덜했지만 공개된 문서의 민감성과 중요성은 국무부 비밀 전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국무부 전문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멜 거토브(Mel Gurtov) 미 포틀랜드 주립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재단이 펴내는 영문계간지 <글로벌아시아>(2010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에서 1971년 베트남전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 '펜타곤 페이퍼'(미 국방부 보고서)와 위키리크스의 정보 공개를 비교했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 당시 미 국방부 관료였던 대니얼 엘스버그에 의해 유출됐고, <뉴욕타임스>가 이를 기사화했다. 노엄 촘스키와 지난해 작고한 하워드 진 등 진보적 지식인들은 엘스버그의 폭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가 공개한 자료와 자신들이 쓴 칼럼 등을 모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1966~71년 랜드연구소 연구원으로 당시 <펜타곤 페이퍼>의 책자 발간에 참여하기도 한 멜 거토브 교수는 이 글에서 펜타곤 페이퍼와 위키리크스에 의해 밝혀진 미국의 두 전쟁, 즉 베트남전과 아프간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거토브 교수는 두 전쟁에서 드러난 미국식 전쟁 수행의 공통점 7가지를 꼽았다.
첫째, 실제로는 전황이 불리한데도 국민들에게는 전황이 유리하다고 우긴다.
둘째, 이에 따라 곧 미군이 발을 뺄 것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우방국의 도움을 기대하면서도 정치군사전략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외로운 보안관처럼 행세한다.
넷째,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민주주의라든가 테러리즘(또는 공산주의) 격퇴, 또는 민중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고상한' 전쟁이라고 선전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다섯째, 요인 암살 등 불법적인 비밀 작전이 군사작전의 필수요소로 사용된다.
여섯째, 전쟁이 길어질수록 당초의 전쟁 목표는 사라지고 그저 초강대국의 체면 유지를 위해 전쟁에 매달린다. 이에 따라 전쟁범위는 확대되고 강도는 높아지며 희생은 늘어난다.
일곱째, 전쟁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언론 자유를 탄압한다.
거토브 교수는 베트남전이 아프간전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점과 베트남전 당시에는 광범위한 반전 운동이 있었지만 오늘날 미국인들은 경제 문제에만 관심이 있어 아프간전에 반대하는 움직임들은 조직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전쟁 모두에서 미국은 단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전쟁을 계속했고 이에 따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면서 이제라도 아프간전쟁은 아프간인들간의 타협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재단 측의 양해를 얻어 이 칼럼의 한글 번역문을 싣는다.(☞원문 보기)
<편집자>
펜타곤 페이퍼와 위키리크스, 그리고 미국식 전쟁 방법
(The Pentagon Papers, WikiLeaks and the American Way of War)
1971년 6월 <뉴욕타임스>(NYT)에 펜타곤 페이퍼를 공개한 대니얼 엘스버그는 최근 미 정부 내에서 이라크전과 아프간전과 관련된 기밀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는 관료들에게 자신이 한 것과 유사한 행동을 하라고 종종 촉구하곤 했다.
▲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벙 ⓒ프레시안 자료사진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는 아프간전 관련 약 7만7000건, 이라크전 관련 약 39만2000건이었다. 이 자료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위키리크스는 세계 곳곳의 미국 대사관들로부터 작성된 수십만 건의 국무부 비밀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엘스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이 병사도 기소당했다. 정보를 공개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많은 비용이 드는 끔찍한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이 '또 하나의 베트남'은 아니며 펜타곤 페이퍼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도 똑같지는 않다. 위키리크스의 문서는 전쟁에 대해 기초 단계 수준의(ground-level) 접근을 제공한다. 이 문서들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전략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며, 민간인들이 치러야 하는 전쟁의 대가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아프간 정부의 부패‧무능과, 겉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이 나라의 정보기관이 탈레반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 펜타곤 페이퍼를 공개한 대니얼 엘스버그 ⓒ뉴시스 |
펜타곤 페이퍼와 위키리크스를 묶어 주는 것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이다. 이 문서들은 한 경우에는(펜타곤 페이퍼의 경우 : 옮긴이) 직접적으로, 또다른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좌절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적 요인으로 보나 국제적 요인으로 보나, 미군은 패배하고 있으며 전장에서 철수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저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 문서들은 특히 미국 외교정책의 현재와 미래와 관련해 7가지의 필수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주제(theme)를 던져준다.
7가지 공통점
첫째 공통점. 미국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는 전황이 유리하다고 공공연히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다. (전쟁 진행 상황에 대한) '각종 지표(indicator)'들은 대개 비관적이고 미국 지도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낙관주의는 거짓이다. 많은 상황에서 그들은 미국 국민과 연방의원들에게 전장 상황과 전쟁 전략의 전망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펜타곤 페이퍼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들 대부분은 베트남전에서 베트콩들의 성공적인 병력 충원 현황과 높은 사기, 전례없는 미군의 군사적 압력 하에서도 이들이 점령지를 늘려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fully)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외교관이며 군 장성 출신인 윌리엄 테일러는 그들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이 "(불타죽은 재 속에서도 다시 살아난다는) 불사조와 같은 회복력"을 가졌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그는 이에 대해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고위관리들은 감히 미국이 지지하는 사이공(월남) 정부의 몰락하는 운명에 대해 의회에서나 언론 인터뷰에서는 감히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는 아프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은 최종적으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엔과 비정부기구(NGO) 등 현지의 중립적 관찰자들은 안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군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각종 지표'들은 베트남전에서 제기된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면 잉크 방울이 번져나가듯 안전한 구역이 확대되고 있다거나, 잘 훈련된 아프간 정규군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반군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 많은 수의 군사작전이 실행됐다는 것 등이 이런 '지표'에 해당한다.
하지만 독립적인 정보원들은 탈레반 반군의 수는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공격은 빈번해졌으며 모든 지방에서 그들의 군사활동도 활발하다고 말한다. 또한 반군의 공격은 한때는 안전한 구역이었던 곳을 정부 당국자들도 여행하기 어려울 만큼 위험하게 바꿔놓고 있다. 마치 1960년대 후반에 베트남에서 그랬듯이 미 정부 관리들의 낙관주의는 독립적인 기관의 보고서와는 상반된다. 이 기관들은 보고서에서 적군은 어디에나 있으며 실제로는 이 나라의 모든 곳에서 불안전한 상황이 만연해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인해 미국은 개입을 끝낼 시점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전에서도 미국은 언제나 '터널 끝이 다가와 곧 빛이 보일 것'이라고 믿어 왔다. 사이공이 함락되는 그 순간까지 베트남전은 언제나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었다. 미군 철수는 패배의 그 순간까지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철수를 주장한 소수의 고위 관리들은 '왕따'를 당했다. 전황이 악화될 때는 언제나 "적절한" 수의 병력 증원과 더 많은 폭격을 가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이런 사정은 아프간에서도 유사하다. 이미 2009년 2월 미국은 아프간에 1만7000명을 추가 파병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3만 명의 병력을 '증파'(surge)하기로 했다. 이는 더 많은 병력을 보내자는 의견과 더 이상의 추가 파병은 안된다는 의견 사이의 타협안이었다. 현재 아프간에는 7만8000명의 미군 병력이 있으며 미군 희생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고 있는 2011년 중반까지의 "신속한 철군"은 또다른 타협안이지만 기껏해야 미군이 '전투 임무'를 끝냈다는 지금 이라크의 상황보다 크게 나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의 철군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 2011년 7월까지 이뤄질 것이며 그때까지 아프간 상황을 끝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베트남전에서의 그의 전임자들처럼, 동맹군인 아프간 정규군이 미군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2년이 돼도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5만 명 가량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며 이들은 결코 편안한 병영에서 (아프간 정규군에 대해) 단지 조언하는 임무만을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셋째, 미국은 이 전쟁들에서 '외로운 보안관(lonesome sheriff)'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지만 정치 및 군사전략에서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구원의 손길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편을 들어 싸우는 국가들은 오직 미국이 더 많은 돈과 군인을 필요로 할 때만 '협의'의 대상이 된다. (사실은 그나마 '협의'라기보단 '압력'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 동맹군들은 미국 편에 계속 서 있기를 주저하게 됐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아프간을 떠났고 캐나다와 독일도 곧 철수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최근 나토(NATO) 회의에서 알려진 것이 정확하다면 미국은 곧 새 파트너를 얻을 것이다. 러시아는 1979년에서 1989년까지 침공해 점령했던 이 나라에 무장 헬리콥터와 또다른 군사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상황이 대다수 아프간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영국<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전에서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나토(NATO)에 경고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같은 시기 아프간 상황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
넷째, 미국이 전쟁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은(민주주의, 테러와의 전쟁, 또는 보다 나은 미래) 설득력을 잃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는 공산주의를, 아프간전에서는 테러리즘을 물리치겠다고 했으며, 또한 둘 모두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지하는 정부는 독재적이고, 부패했으며, 그 나라 시민들로부터 고립돼 있고, 종파주의적이며, 의지할 수 없다.
베트남전에서는 월남 정부가 그랬다. 미국 지도자들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데도 그들과 함께 싸워야만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서 리처드 닉슨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 행정부는 '개혁'이라는, 월맹 정부가 요구하는 것과 같은 주문을 월남 정부에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집요하게 주장한 '국가 형성'(nation-building)이라는 목표는 헛된 꿈이 됐다.
같은 일은 아프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본인의 가족들부터 시작해서, 부패가 아프간 정부에서 위아래를 가릴 것 없이 일종의 고질병이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아프간의 정치적 개혁이나 '개발' 프로젝트는 언제나 안보 위협과 전쟁에서의 승리 다음으로 미뤄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미 정부 관리들은 안 그래도 약한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 악화시키기 않도록 하기 위해 부패의 책임을 늘 하급 관리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카르자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래전에 빛이 바랬다. 신뢰를 대신하는 것은 마법의 주문(mantra)인 "글쎄, (어쨌든) 그가 대통령이잖아"라는 문장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미국은 카르자이 행정부가 효율적이고 비난받을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척' 하면서 사실은 카르자이 대통령 없이도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관련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섯째, 비밀 작전이 미 군사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1954년 제네바협정 직후에도 (그 협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월맹과 베트남 북부 인접국에서 미군이 오랫동안 비밀리에 지상 및 공습작전을 벌여 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미국 의회에는 이 작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작전들로 인해 전장은 넓어졌고 기간도 길어졌으며 전쟁 자체가 확산됐다.
위키리크스의 문서들은 이와 유사하게 알려지지 않은 암살 작전과 미 육군, 해군과 CIA 요원들에 이뤄진 준군사작전을 폭로했다. 미국인들은 이런 작전이 적의 잔인함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명확히 미군의 개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는 추락했고 국내의 민주적인 정책 입안 과정도 훼손됐다.
여섯째, 전쟁이 진행될수록 미국의 국익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국 당국자들은 공산주의 봉기에 대한 승리의 확신을 잃고 '이 전쟁은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비밀리에 주고받았다.이미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고문인 월트 로스토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요인은 "(대통령의) 결단과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토의 주장은 "역사의 현 단계에서, 우리가 그에 걸맞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또다른 고문 맥조지 번디는 1965년 2월 베트남 북부에 "지속적인 복수전"의 폭격을 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번디는 만약 폭격이 실패하더라도 게릴라전에는 "장차 비싼 대가가 주어질 것"을 경고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보좌관이었던 존 맥노튼은 1965년 베트남전의 목적 중 70%는 "미국의 굴욕적인 패배를 막기 위해"였다고 말했다. 20%는 "월남의 영토를 중국의 손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10%는 "월남 국민들이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트남에 대한 군사 개입의 주된 목적이 월남 정부에 대한 지지에서, 어느새 전 세계 헤게모니를 주도하는 '자유 세계의 리더' 미국의 평판을 지키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쟁의 이유도 이미 '평판'이 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이미지, 신뢰성, 리더십 같은 것 말이다. 카르자이 행정부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든, 트럭이 (폭탄이 아니라)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든, 중국이 아프간의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든 말든,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탈레반을 지원한다는 증거가 얼마나 많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고 불가피한 임무가 됐다.
2010년 5월 발간된 미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도 그랬듯이, 단지 '평판'을 위해 아프간전에 돈을 쏟아붓는 것에 반대표를 던질 용기가 있는 연방의회 의원들은 거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슨 대통령이 그랬듯,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약속'이라는 덫에 걸려 있다.
일곱 번째의 공통점은 언론의 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닉슨 행정부의 당국자들은 펜타곤 페이퍼가 단지 지나간 역사일 뿐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동시에 한편으로 그들은 대니얼 엘스버그와 다른 비판자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정보 수집 작전(black-bag operation)을 펼치고 이 사건과 관련한 대배심을 열었으며(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는 뜻 : 옮긴이) 펜타곤 페이퍼의 발간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
오늘날 오바마 행정부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는 '오래된 얘기'에 불과하다며 폄하하는 한편,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과 이 사이트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신뢰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선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닝 일병의 정신 상태와 성적 취향이 언론에서 다루는 주제가 됐고, 어산지는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정보는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이 사실을 털어놓기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토론의 주제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의 미국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기밀문서 유출로 인해 국가 안보에 가해질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한다.
심지어 미 국방부는 위키리크스는 문서를 반환해야 하며 언론은 이를 보도해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문서 공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책 자체인데도 말이다. 물론 위키리크스가 아프간 정보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런 실수가 전쟁의 진실을 가리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 아프간전의 진실은 이 전쟁이 베트남전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언제나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려 해왔고, 또 그 이상으로 유출된 정보의 발간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베트남전 초기에 케네디 행정부는 <NYT>의 데이비드 할버스탬(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베트남전 관련 보도로 1964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4월 자동차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73세 : 옮긴이) 등 '전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기자들을 베트남 전장에서 '치우려' 했다. 정부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보도만을 하는 고분고분한 기자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베트남전 내내 지속됐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요즘은 기자가 군부대에 배속돼 군과 함께 움직이며 취재하는 '임베디드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언론 검열은 문제가 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제한적인 정책은 수정됐지만 또다른 제한들이 국가 안보의 이름하에 도입됐다. 예를 들어 최근 매닝 일병 외에도 두 명의 내부고발자가 간첩죄로 기소됐다. 또 미 국방부는 발간을 허가해 놓고도 아프간전에 참전한 전 정보장교의 전쟁 회고록을 전부 사들이려 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첫 군사재판이 열렸을 때는 네 명의 기자들이 타당한 이유도 없이 재판정 밖으로 내쫓겼다. 그들은 결국 재입장했지만 국방부가 보도와 관련해 새로운 조건을 부과하는 일도 있었다.
▲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그는 지난해 12월 스웨덴 여성 2명에 대한 강간 및 성폭행 혐의로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뉴시스 |
차이점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것은 단지 진실만이 아니다. 위키리크스와 펜타곤 페이퍼의 차이점은 인명 피해에 대한 보고 부분이다. 불행한 처지에 놓인 민간인과 군인들의 사망자, 부상자 수 말이다.
베트남전에서의 전쟁 계획이란 종종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파괴하는" 그런 것이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만큼의 피해를 일주일마다 베트남에 가했고, 정글을 고사시키기 위해 '에이전트 오렌지' 등의 고엽제를 사용함으로써 이 전쟁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으로 만들었다. 양측의 군사 작전으로 인해 40~100만의 월남 민간인이 1965~75년 사이에 죽었다. 라오스, 캄보디아와 월맹에서의 사망자를 합하면 희생은 아마 200만 명에 달할 것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전사자 수도 5만2000명을 넘었다.
아프간전은 단지 (인명 피해의) 정도에 있어서는 베트남전과 차이가 있다. 군사적 판단 착오로 인해 잘못 행해진 무인공격기 공격과(판단이 착오였다는 것은 위키리크스에 의해 밝혀졌다) 비밀리에 이뤄진 특수작전, 블랙워터와 같은 민간 군사기업들의 군사행동으로 2만여 명의 아프간 민간인이 2004~09년 사이에 죽었다. 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이다. 이 작전들로 인해 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그들의 '해방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알카에다와 탈레반 역시 이에 못지 않은 민간인 피해를 냈는데도 말이다.
군인들 자신들을 봐도 베트남, 이라크, 아프간전에서 이들은 신체 뿐 아니라 정신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예를 들어 미군 현역 병사 중 160명이 2008년 9월부터 일 년 사이에 이라크 및 아프간전에서 자살했는데, 이는 미국이 참전한 어떤 전쟁에서보다 많은 수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을 끝내지 못했고 위키리크스 문서들도 아프간에서의 모험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펜타곤 페이퍼가 한 것은 반전운동의 정당함을 입증한 것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이길 가망이 없고, 전쟁 자체가 실수였으며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것이었을 밝혔다.
오늘날은 (베트남전 당시와 같은) 폭넓은 반전 운동은 없지만,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들은 펜타곤 페이퍼와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터널의 끝에는 빛이 없고, 안보는 취약하며, 미국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고, 미국이 지지하는 정부들은 절망적으로 권력 유지에만 매달려 있다는 것 말이다. (현재 미국인들의 주요 관심사는 일자리와 경제 문제다.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의 공동 여론 조사에 의하면 겨우 3%의 미국인만이 전쟁을 중요한 국가적 문제로 언급했으며, 다수의 미국인들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카르자이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을 타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프간 민중에게 평화와 경제적 기회를 가져다 줄 이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번역=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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