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바마가 말한 '스푸트니크의 순간', 핵심을 벗어났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바마가 말한 '스푸트니크의 순간', 핵심을 벗어났다"

"경쟁력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 살리는 과제에 집중해야"

2012년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 대해 진보논객들은 "역시 친기업적 변절을 보여주었다"는 혹평으로 반응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미국의 상황을 '스푸트니크의 순간(Sputunik moment)'에 비유하며, 국제 경쟁력 상실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에 대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런 반응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이 오바마가 '스푸트니크의 순간(1957년 10월 옛 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사건)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50여 년 전 미국이 처한 위기와 현재의 위기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시켰다며 큰 의미를 부여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저명한 진보논객 로버트 라이시가 2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스푸트니크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아쉬운 이유(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라는 칼럼은 진보진영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현재 미국이 처한 경제적 위기는 경쟁력 약화 때문이 아니라 양극화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의 진정한 도전 과제는 중산층과 서민이 다시 소비에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5일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오바마의 신년연설에는 그의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다 들어 있었다. 오바마는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신중한 재정운영을 천명하고, 심각한 경기침체에 맞서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기억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번 연설은 2012년 대선을 겨냥한 오바마의 첫번째 행보로 여겨졌다. 미국의 경제가 수렁에 빠진 원인, 많은 미국인들이 아직도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힐 기회였다.

하지만 그의 연설은 1980년대말 일본이 미국의 위상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민주당이 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 사회기반, 그리고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에 그쳤다. 단지 위협을 주는 대상이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50년대, 1960년대에도 비슷한 연설이 있었다. 당시의 경쟁상대는 옛 소련이었다. 존 F. 케네디는 소련보다 먼저 달에 우주선을 보내자고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오바마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지금은 우리 세대의 '스푸트니크의 순간'"이라고 말이다.

지난 30년 동안 연방정부의 지출에서 기초연구와 기반시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런 분야의 투자를 늘리자는 오바마의 연설은 정치적으로 호소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주제에 묻혀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실업사태를 간과한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재정이 넉넉하다고 느낄 때 달 착륙 경쟁 같은 과제에 착수하자는 것과 경제불안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런 과제를 하자는 것은 다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중국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의 상당 부분은 미국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은 미국인보다 외국의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다.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 연계 끊어졌다

오바마의 연설은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의 연계가 끊어졌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고,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이때문에 그의 연설은 '경쟁력 회복'에 대한 그의 계획이 핵심을 벗어났고, 공화당에게 주도권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정작 오바마가 했어야 할 연설 내용은 미국 경제가 지닌 구조적인 결함,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감소하고 있고,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소득과 자산이 소수에게 몰리는 흐름을 짚는 것이다.

경제규모는 30년전보다 두 배 넘게 커졌는데 중위임금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소비할 돈이 없다. 따라서 진짜 도전 과제는 보통의 미국인들의 주머니를 불려 소비지출을 되살리는 것이다.

정부는 일반 노동자 가정의 복리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정부가 없다면 미국인들은 점점 글로벌화되는 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은 어디서 수익이 나든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