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카다피도, 무바라크도 "나 지금 떨고 있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카다피도, 무바라크도 "나 지금 떨고 있니"

<슈피겔> "튀니지 혁명 열기, 아랍세계로 번질 것인가"

지난 14일 민중봉기로 독재자가 축출된 튀니지 시민혁명 이후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독재정권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혁명의 열기가 자신들에게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튀니지 혁명의 도화선이 된 분신과 시위의 물결이 인근 국가들로 번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종신 개헌을 추진하던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오는 2013년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알제리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8000명이 부상했으며 이집트에서도 반정부 시위로 3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튀니지 혁명으로 인근 아랍국가들에게도 혁명의 기운이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인터넷판에 실린 '아랍 통치자들, 민주주의 열기 확산을 두려워하다(Arab Rulers Fear Spread of Democracy Fever)'는 장문의 분석기사에서, 튀니지 혁명이 외세에 의한 이라크의 정권교체나 호메이니와 같은 영웅적 종교지도자에 의한 이란의 정권 교체와 달리,민중 스스로의 힘과 풀뿌리 운동으로 이뤄진 점은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잡지는 튀니지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아랍국가들에 민주화가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성급한 낙관론으로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많은 아랍국가들이 튀니지처럼 장기독재와 실업 등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지만 구체적인 여건들이 천차만별이고, 서구에서도 아랍국가들의 민주화보다는 정건을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아랍의 독재정권들도 정권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위기감을 느낀 일부 국가들은 선심성 정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시리아 정부는 공공근로자의 난방 보조금을 72%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요르단은 연료와 일부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한 2억2500만 달러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랍의 독재국가들은 최근 경제정상회의를 열어 아랍 전역에 일자리 창출과 신규사업 지원을 위해 2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할 것을 합의하기도 했다. 결국 튀니지 혁명 이후의 상황 전개는 이들 지역의 민중들이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 튀니지 혁명 이후 이집트 등 인근 독재국가들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2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시위대와 진압부대가 대치하고 있는 장면. ⓒ로이터=뉴시스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이스라엘의 부총리 실반 샬롬은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한 가지는 공유하고 있다. 둘다 튀니지 혁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샬롬 부총리는 "아랍세계가 새롭고 매우 중대한 시기에 직면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58년 튀니지에서 태어난 샬롬 부총리는 지난 14일 이스라엘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대다수의 아랍 국가들은 이제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투쟁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아랍국가들이 민주화되기 시작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느냐는 점이다. 그는 "튀니지 사태는 다른 국가들에서 재연될 선례가 되어 이스라엘의 안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민주 정부들이 이스라엘의 이웃 국가들에 들어서면, 아랍-이스라엘 안보동맹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도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이 붕괴되고, 튀니지가 공포와 불안정에 빠지는는 것을 보고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네 엘 아비디네를 쫓아낸 목적이 무엇이냐? 그는 3년 뒤에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아랍 독재정권들, 민주주의보다는 안정…미국·유럽 맞장구

튀니지 혁명은 튀니지의 이웃국가들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에도 어려운 딜레마가 되고 있다. 이 딜레마는 중동 정책 전반에 걸쳐 핵심이 되는 문제를 던진다. 민주주의와 안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지난 18일 아랍 지도자들이 이집트 홍해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아랍경제정상회의를 위해 모였을 때,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가 처음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정상회의 주최국 관계자들은 대화의 주제가 튀니지에서 벌어진 전례없는 사태에서 벗어나도록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랍연맹 사무총장 아므르 무사는 회의 개막연설에서 "튀니지 혁명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아랍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은 전례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의 영혼은 빈곤, 실업,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부서졌다"고 덧붙였다.

무사의 발언에 이어 이집트의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은 튀니지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 대신 '국가안보의 요구조건'으로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튀니지의 상황은 21개 아랍국가와 팔레스타인 영토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에도 해당한다.

장기집권…5개국 지도자의 집권기간 합치면 115년

이들 지역에 사는 3억 5200만 명의 아랍인들 중 53.4%에 해당하는 약 1억 9000만 명은 24세 미만이며, 그들 중 4분의 3 가까이가 실업상태다.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결혼할 여건이 되려면 35세 또는 40세나 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집트 같은 나라들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권 침해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경우, 기대수명은 독일보다 9년이 적고, 예멘에서는 거의 15년이나 적다.

이들 나라의 정부는 부패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벤 알리가 축출되기 전 북아프리카 5개국의 최고지도자들의 집권기간을 합치면 무려 115년이나 된다. 장관들도 대체로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그리고 이집트 같은 나라들에서 인구 구조와 노인들에 운영되는 정부, 그리고 만연된 경기침체는 위험한 조합을 형성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늙은 통치자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전 대통령 손자도 난민 보트 타고 조국 떠나

튀니지와 이웃한 알제리의 경우, 최근 몇 주 사이 튀니지에서처럼 폭동이 일어났다.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에 공개된 알제리 주재 미국 대사관의 2008년 보고에 따르면, 알제리 정부는 '취약'하고 '유례없는 수준의 부패'에 찌들어 있다. 73세의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고립'되고 현실감을 잃었다. 부테플리카는 20년 연하인 동생 사이드를 후계자로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이 문서에 인용된 한 정보원은 알제리에 대해 "화산을 깔고 앉아 있으며", 알제리의 젊은이들은 "불만에 가득차" 있으며 "탈출하려다가 바다에서 죽느냐, 아니면 고향에서 서서히 조금씩 죽어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제리에서 불법적으로 지중해를 통해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뜻하는 "하라가: 사람답게 살 수 없다면 죽음을 달라"라는 제목의 미 대사관 전문도 있다. 이 전문에 따르면, 매주 항구도시 아나바에서 난민을 태운 보트가 떠나는데, 이 보트는 "좌절한 젊은 알제리인들-의사, 변호사, 탈락자, 실업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심지어 알제리의 권력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탈출하고 있다.

차들리 벤제디드 전 대통령의 손자인 올해 29세의 무라드 벤제디드는 지난 2007년 2월8일 6명의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떠나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

모로코에서도 미국 외교관들은 비슷한 보고를 했다. 이곳에서는 3년전 수십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공무원으로 고용될 희망에 야외에 천막을 치고 기다리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분신하기 시작했다. 부패관행은 모하메드 6세 국왕 치하에서 "더욱 더 제도화"되었다.

리비아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이곳 정권이 보기보다 훨씬 더 통제력이 없으며, 카다피는 그의 아들이 나서면서 수모를 당한 이후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이들 나라와 다른 아랍 정부들은 서구의 기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지만, 테러 공격을 피하고, 이슬람 과격파를 억압하고, 안정을 제공하는 왕조를 수립하는 등 나름대로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집트에서만 10명 분신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이런 질문들이 제기된다. 튀니지 사태는 아랍 독재정권들의 몰락의 신호탄인가. 그리고 모리타니아에서부터 예멘, 수단에서 시리아에 이르는 여러 나라들의 주민들은 일상적인 모욕을 계속 견뎌낼 것인가.

최근에 벌어진 사건들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줄지 모른다. 모리타니아, 알제리,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10명이 26세의 튀니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행동을 따라했다. 과일노점을 하던 부아지지는 길거리에서 개처럼 모욕을 받고 쫒겨난 뒤 분신을 해 튀니지 혁명을 촉발시켰다.

요르단과 예멘에서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통치자의 하야를 요구했다. 수십년간 베두인 주민을 차별하는 정책을 써온 석유부국 쿠웨이트의 정부는 시위의 싹을 자르기 위해 모든 주민에게 3500달러를 지급했다.

튀니지의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랍 개혁가들에게 희망을 준다. 첫째, 튀니지 사람들은 독재자를 그들의 힘으로 쫓아냈다. 두번째, 풀뿌리 운동으로 정권 교체를 이뤘다. 특히 두번째 측면은 중동에서 독재자 축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전제조건으로 정치학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했던 것이다.

혁명 확산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동 전문가들은 아랍세계에 새로운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고 단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튀니지의 사례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혁명의 불꽃이 되기에는 사회, 경제, 정치적 조건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비아와 알제리 같은 산유국의 주민들은 튀니지 주민들처럼 유럽을 부럽게 바라보지만, 그들의 체제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면 자기들이 의지할 자원이 있다.

알제리 정부는 빵 가격 급등으로 폭동이 일어나자 식품가격을 인하해 주민들의 불만을 진정시키려 했다. 튀니지보다 훨씬 가난한 이집트에서는 벤 알리 일당과 비교할 때 기존체체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규모가 훨씬 크다.

실업자와 좌절한 젊은이가 많기로는 튀니지 못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나라별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곳 정부는 매우 보수적인 왕정으로 민주적인 요소를 도입할 시늉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 의회, 정당 제도를 자랑하는 아랍 공화국들보다 더 공평하게 석유로 얻은 부를 나눠주고 있다.

튀니지 혁명 이후 상대적으로 빈곤한 아랍의 왕가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랍 왕정들도 불안한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힘들게 됐다.

그 결과 지난주 샤름 엘-셰이크에 모인 걸프 산유국 왕정들은 일자리 창출과 신규사업 지원을 위해 아랍 전역의 정부들에게 20억 달러에 자금을 제공할 것을 약속할 것을 합의했다.

그들은 안정에는 매우 신경을 쓰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서구 역시 그들에게 다른 식으로 행동하라고, 즉 민주주의를 추구하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