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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이번엔 '스위스 비밀계좌' 다량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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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이번엔 '스위스 비밀계좌' 다량 입수

정치인 40명 등 전세계 2000명 고객, 몇 주내 운명 갈린다

전세계 유력인사 2000여명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관련자료가 담긴 CD 2장이 세계적인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전달됐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가 "스위스 은행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대담한 내부고발자"라고 평가한 전직 프라이빗 뱅커 루돌프 엘메르는 17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직접 CD를 건네줬다.

엘메르는 스위스의 비밀계좌 운영으로 이름난 '율리시스 바에르' 은행 간부로 악명높은 조세회피지 케이맨(Cayman)제도 지점의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지냈으나, 2002년 해고됐다.

▲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가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가 담긴 CD를 건네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정치인, 다국적 기업, 금융업체, 헤지펀드 등 2000여명 고객 계좌"

하지만 8년간 이 은행에서 일하면서 고급 정보에 접할 수 있었던 그는 비밀계좌 정보를 다량 확보할 수 있는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7년에도 15명의 고객 비밀계좌 정보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오는 19일 은행 비밀준수의무 위반혐의로 스위스 취리히 지방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엘메르는 기자회견에서 "이 CD 2장에는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아시아 등 전세계의 사업가, 정치인 등 2000여명의 명단이 들어있다"면서 "40명 가량의 정치인, 다국적기업과 다국적 금융업체, 헤지펀드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CD에 담긴 계좌들에는 지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율리어스 바에르 은행을 포함한 3개의 금융기관의 거래 기록이 담겨있다. 이 CD를 넘겨받은 어산지는 "그동안 우리가 얻은 자료들을 공개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처리할 것이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면서 세계적인 금융전문매체와 위키리크스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명단 전부를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면밀한 자료 검토를 거쳐 탈세혐의가 확인된 명단만 공개할 것이라면서, 빠르면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어산지는 이 자료를 금융사기범죄를 전담하는 영국의 중대사기범죄국에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08년에 엘메르가 건넨 15명의 고객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실제 공개될 수 있는 명단은 극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25만 건이 넘는 미국 외교전문 중 지금까지 불과 2.3%(2444건)만 공개했는데도 전세계가 발칵 뒤집힌 것처럼, 이번 CD에 담긴 명단 일부만 공개되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부자와 돈세탁 돕는 이들에 봉사하는 불공정한 시스템 폭로"

엘메르도 자신이 폭로에 나선 동기에 대해서 개별적인 명단 공개보다는 전세계 기득권자들이 세금을 회피하는 제도적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부로 승진해서 이너서클이 되면 전모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서 "내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특정 금융기관이 아니라 범죄를 가능케 하는 구조"면서 "부자와 돈세탁을 돕는 이들에 봉사하는 불공정한 시스템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케이맨 제도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 문제가 '쥐꼬리(mouse tail)' 같았지만 점차 이 문제가 '용꼬리'(dragon's tail)'일 뿐 아니라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 자료들은 이들 부유층 고객들이 세금을 포탈하고자 은행 비밀주의 뒤에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신의 폭로가 거대한 부패구조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엘메르는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알리는 것이 내 유일한 소망"이라며 "역외 계좌에 숨겨진 돈의 정체와 이를 비밀로 묻어두려는 체제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언론 침묵, 위키리크스 아니었다면 용기 못내"

그러나 그는 이런 진실을 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토로하기도 했다. 침묵을 대가로 거액을 제공하겠다는 제의가 오기도 했고, 페르 스타인브뤽 전 독일 재무장관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여러 정부와 대학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해도 외면당했으며, 스위스 언론들은 침묵했다고 폭로했다.

이 때문에 엘메르는 "위키리크스가 없었다면 진실은 밝혀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위키리크스라는 존재가 내부고발을 행동에 옮길 용기를 낼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위키리크스의 가공할 파괴력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고발자들과의 합작으로 발휘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벌이고 있는 '정보전쟁'은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부에 이어 월스트리트, 스위스 은행 등 불공정한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기득권 체제를 차례로 허물어 뜨릴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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