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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페일린 "언론들이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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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페일린 "언론들이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애리조나 총격은 비정치적 사건…'한 사악한 사람'이 저지른 일"

새러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민주당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이후 페일린 전 주지사는 선동적인 연설과 독설로 정치 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중에도 대응을 자제해 왔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11일 오전(현지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과 전문가들이 증오심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며 자신의 언행은 애리조나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페일린은 이 7분43초 동영상에서 애리조나 사건이 공격적인 정치문화에 영향을 받아 발생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사건은 비정치적인 범죄(apolitical criminal)"이며 어떤 정치세력과도 무관한 "한 사악한 인물"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라면 언론인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증오와 폭력을 자극하는 '피의 중상모략'(blood libel)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피의 중상모략'이란 역사적인 맥락에서는 과거 유대인들이 기독교인 어린아이를 납치해 종교의식의 제물로 쓰고 있다는 헛소문을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쓰였다.

그는 "최근 정치적인 열기가 과열됐다고 하는데, 그럼 언제는 그렇지 않았나?"라고 물으며 논쟁은 미국 정치문화의 소중한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예외적인 나라(미국)에서 이뤄지는 열정적인 토론과 의견 교환은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 빛을 전해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은 억압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위대함과 기본적인 자유를 찬양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자신의 언행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다른 의견을 관용하지 않고 총구를 들이댐으로써 미국의 건국 정신을 비웃고 있는 자들에게 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주 우리가 본 악(惡)보다 더 강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비극의 와중에 서로 분별없이 손가락질하는 것보다 더 나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새러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린 동영상 ⓒ페이스북 화면캡처

페일린이 올린 동영상을 본 민주당 제임스 클라이번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페일린은 매력적인 인물이고 말을 잘 하긴 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클라이번의 발언을 인용하며 "페일린이 이해하는 딱 한가지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데비 슐츠 플로리다주 의원은 페일린이 '피의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슐츠 의원은 "페일린의 발언은 반유대주의를 드러내는 것이거나 역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특히 기퍼즈 의원의 종교를 고려했을 때, 페일린의 발언은 (상대를 배려하는) 감수성이 끔찍할 정도로 결여됐다"고 비난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아직 중태에 빠져 있는 기퍼즈 의원은 유대인이다.

친유대 성향의 보수단체인 '명예훼손 반대 동맹'의 임원 에이브러험 폭스만도 성명을 내고 부분적으로는 페일린을 지지한다면서도 '피의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문제삼았다. 폭스만은 "페일린 등의 인물들을 이번 사건의 교사범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페일린은 역사적으로 유대인에게 두려움을 안겨 준 그 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유대 단체 '제이 스트리트'의 제레미 벤아미 대표 역시 "많은 유대인들이 그 단어로 인해 공격받고 고통스러워했단 것을 알게 된다면 페일린은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며 덜 선동적인 단어를 고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뉴욕타임스>의 정치 블로그 '코커스'는 페일린이 만든 전문적인 수준의 동영상으로 미뤄볼 때 그가 2012년 대선 후보로 나올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사이트는 "페일린은 신문 헤드라인을 차지할 만한(도발적인) 언행으로 다른 경쟁자들을 앞서가고 있다"면서 "이 동영상에서도 희생자들을 애도하다가 공세적인 태도로 급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의깊음(Caution)은 페일린의 정치적 레퍼토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페일린은 애리조나 사건 이후 그토록 활발히 활동했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고,' TV 출연도 하지 않았다. 지난 8일 보수성향 토크쇼 진행자 글렌 벡에게 '폭력과 전쟁을 증오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페일린은 이번 총격사건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을 포함해 작년 봄 건강보험 개혁법안 처리 때 찬성표를 던진 일부 민주당 의원을 낙선 대상 '살생부'에 올렸다. 그는 기퍼즈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총기 조준경의 십자선 표시를 넣은 지도를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미국 정치 웹사이트 '폴리티코'에 게재된 페일린 발언 전체보기(script)
새러 페일린 동영상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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