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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대북 '승부수',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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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대북 '승부수',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분석] 핵·천안함·연평도 의제 北이 받는다면?

남쪽이 마침내 승부수를 띄웠다. 북측의 파상적인 대화 공세에 반응을 보였다. 북측의 대화 제의에는 '진정성' 문제가 있다며 외면하던 태도를 바꿔 "남북 당국간 만남"을 역으로 제의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남북간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려면 (1)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2)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 만남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북측은 그간 성명(5일)과 담화(8일)를 통해서만 대화를 제의했다. 통일부는 대화를 하고 싶으면 통지문을 보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자 북한은 10일 오후 통지문을 보내 당국 실무접촉과 남북 적십자회담을 날짜와 장소까지 명시해 제의했다.

그렇게 나오자 이명박 정부도 물러설 곳이 마땅치 않았다. 통지문이 오기 전에도 '진정성은 만나서 확인해야지 만나지도 않고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추궁이 있었다. 그런 마당에 통지문까지 내려왔는데 또 뒷걸음질을 친다면 누가 봐도 남측이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된다.

국내적인 비난이야 무시하면 되지만 미국마저 그런 생각을 품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미국이 '어, 남북대화를 진전시킨 후에 6자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남쪽이 대화를 거부하네'라고 판단하면 곤란해진다. 미국이 남북대화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대화 역제의는 바로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한 결정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역제의의 내용이 매우 까다롭다. 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하는 북·미간의 문제라는 게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다. 남북대화에서 핵을 논의하면 자신들이 규정하는 핵 문제의 성격과 구도가 무너진다. 또한 북한은 천안함 침몰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며, 연평도 포격은 남측의 군사훈련에 대한 자위적인 대응이라고 주장해왔다.

그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은 남측의 역제의를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갈리지만 북한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우세하다. 북이 대화 공세를 벌이는 진짜 목적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북한은 남북대화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북한은 바로 그것을 위해 지금 뛰고 있다.

실제로 남북대화가 잘 되어 관계가 나아지면 북한으로선 여러 모로 나쁠 게 없다. 반대로 남쪽이 원하는 걸 다 들어 줬는데도 대화가 파행을 겪는다면? 그것도 손해 볼 게 없다.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해야 6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했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남북관계를 어렵게 하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 남쪽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1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할 말이 생길 것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이 테이블에 마주앉은 사진 한 컷이 주는 메시지, 북한은 그것 하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같은 이유로 북한의 역제의 수용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남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대화 테이블에 앉으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핵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6자회담이 열리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면 된다. 천안함에 대해서는 남북 공동 조사를 주장하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민간인 사망은 유감이다. 더 이상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실현시키자'고 하면 된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고 시간을 끌면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도 북측의 수를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측의 선제적인 행동이 있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마냥 물러서지 않고 당국간 만남에서 세 가지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북측이 물불을 안 가리고 대화를 요구할 경우 끝까지 거절하기 힘든 국면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까다로운 의제를 제시하되, 그래도 북측이 나온다면 결국 대화테이블에 앉겠다는 각오를 한 듯하다.

포격 도발보다 더 강력한 북한의 '대화 도발' 앞에 정부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통일부 대변인 논평 속에 힌트가 있다.

통일부 대변인은 금강산·천안함·연평도 등을 거론하며 "우리 국민의 희생을 초래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 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 평화 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인 전술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공식 논평에 어울리지 않게 속에 있는 말을 다 한 것이다.

남북대화가 열릴 경우 남측은 이 논평처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는 말을 쏟아 냄으로써 북이 먼저 판을 깨도록 유도할 공산이 크다. 예컨대 북측 대표의 입에서 2011년 판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북한은 1994년에도 남북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남북 특사회담을 했지만 북한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대화가 중단됐다"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94년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쪽이 아무리 자극적인 말을 하더라도 '고분고분' 나가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을 수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남·북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도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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