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오후 남측에 3통의 통지문을 보내 당국간 회담과 적십자 회담 등을 제의했다. 이에 통일부는 즉각 대변인 논평을 발표해 내고 북한의 제의를 '위장 평화공세'로 규정하며, 북핵 문제와 천안함·연평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측에 남북 당국간 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과 적십자회담 개최 등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조선적십자회중앙위원회 위원장,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북측 소장 명의로 각각 1통씩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일부 앞으로 발송된 아태 통지문에서 북한은 오는 27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의 급, 일시, 장소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 접촉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적십자회 통지문에서는 다음달 1일 문산에서 남북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하는 한편 오는 12일부터 판문점 적십자 채널(전화)을 다시 개통한다고 알려 왔다.
또 남북경협사무소 북측 소장 명의의 통지문에서는 12일부터 개성 경협사무소에서의 사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전해 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서 천명된 중대 제안과 그 실현을 위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밝힌데 따라 실천적 조치들을 공식 통고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는 남측이 자신들의 제안에 '진정성'을 문제삼은데 대한 대응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북한이 그간 통지문이 아닌 '정부·정당·사회단체 연합성명'이나 '조평통 대변인 담화' 등으로 대화를 제의한 형식에도 문제를 제기해 왔다.
통일부 "상투적 전술"…핵·천안함·연평도 관련 남북 당국간 만남 제안"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이같은 통지문 역시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평화 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 전술의 일환"이라며 비판했다. 통일부는 "북한은 그동안 국면 전환을 위한 목적으로 수십 차례나 이같은 행태를 보여왔다"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통일부는 이어 "남북간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 만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제안한 현안들(당국간 회담이나 적십자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려면 위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남북 당국간 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은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막대한 우리 국민의 희생을 초래하고도 아무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 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 회담만 제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아태 역시 내각이나 당의 공식 기구는 아니며 외곽 기구이기에 이번 제안의 주체도 북한 공식 당국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대화 제의 형식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태는 형식상 비정부기구(NGO) 형태로 돼 있지만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기구로 알려져 있으며 대남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발표한 이후 북한에 이같은 내용을 통지문으로 발송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 입장을 논평이란 형식으로 밝힌 것으로 (통지문을) 갈음하는 것"이라며 "추가로 통지문을 보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의 제안이 북한의 대화 요청에 대한 '역(逆) 제의'가 아니냐는 질문에 "역제의라기 보다는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가 차후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여기에 응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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