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통일부 "북한 대화 제의 '진정성' 없다" 사실상 거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통일부 "북한 대화 제의 '진정성' 없다" 사실상 거절

미중 정상회담 등 국제사회 움직임 가시화 때까지 시간 끌 듯

통일부는 남북 당국 간의 무조건적 대화를 제의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북한이 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이번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북한 스스로가 밝혔듯 5일의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평통 대변인 담화라는 형식, 그리고 담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한 외신 기자는 브리핑 자리에서 "(일단) 대화 재개를 한 후에 진정성 있는 사과 조치가 있을지 없을지 회담장에서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진정성'은 무엇?

천 대변인은 북한이 보여야 할 '진정성'이 어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선 '형식'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북한이 이 담화와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전통문(전화통지문)을 보내오거나 다른 채널 등을 통해서 연락을 취해온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이 전통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담 제의를 해 오면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을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또 '내용'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비핵화 그리고 핵 폐기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남북관계에선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평통 대변인 담화의 내용에는 핵 문제나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다만 이번 담화에는 구체적 사항들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의 태도를 보아 가면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한 정부가 북한에 핵 문제를 대화 의제로 포함시키자는 '역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대응 방향에 대해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되거나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의 이런 신중한 반응은 19일 미중 정상회담과 국제사회의 반응 등을 고려해 분위기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 향후 북한의 태도를 보아 가면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 역시 핵 문제를 남북 간 대화의 의제로 제기하면서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맥락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핵 문제는 북미 간의 사안이며 북미 직접대화 또는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해야지 남북 간의 대화 의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북한이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하면 대화는 또 뭐하러 하나"

전문가들은 통일부가 북한의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며 "이는 대북 전략과 철학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으로, 오히려 남측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조평통에서 대화를 '공식 제의'해 왔고, 판문점 남북적십자통로 재개, 개성지구 경제협력협의사무소 동결 해제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해 왔다"며 "이 이상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가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북핵 문제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주요 의제로 한 향후 대화의 급, 장소, 시기 등을 논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해야 한다"며 "(통일부는) 북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는데, 만약 북한에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하면 대화할 필요가 왜 필요한가. 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화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을 권고하고 있는데, 북한은 권고를 수용하고 있고 남한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북한이 더 평화를 바라는 것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