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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제로' 근처 모스크 건립, 美 전역 이슬람 혐오증으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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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제로' 근처 모스크 건립, 美 전역 이슬람 혐오증으로 번져

공화당 대선주자들 反이슬람 정서 자극…이민자 문제로까지 확대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을 건립하는 계획에 허가 사인은 내려졌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문제가 미국 전역에 무슬림 반대 운동을 촉발시킴과 동시에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슬로건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을 휩쓴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이번 모스크 건립 반대 운동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고,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이주자에 대한 적대감 및 다른 형태의 인종주의와 연계되면서 이런 현상이 고조되지 않을까 종교 지도자와 인권활동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전역에서 "모스크는 안 돼"

미국 내 이슬람 단체들은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붕괴한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의 건물과 부지를 사들이고, 1억 달러 가량을 들여 모스크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 모스크가 종교간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9.11 유가족 협의회나 유대인 종교 단체 등은 "테러 희생자들에게 잔인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그러나 뉴욕시 랜드마크 위원회(기념건축물보존위원회)가 지난 3일 이곳에 원래 있던 건물에 대한 랜드마크 지위 부여안을 부결시키면서 모스크 건립 계획을 사실상 최종 승인했다.

그러자 극우 보수주의 단체인 미국법정의센터(ACLJ)가 모스크 건립안 확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내고, 현장에서는 연일 모스크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잦아들지 않았다.

또한 이 문제는 단순히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스크 반대 운동에 그치지 않고 있다. 미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슬람 혐오증을 배가시키고, 나아가 이민자에 대한 공개적인 증오로 발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테네시주(州)의 머프리스보로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연일 이슬람 센터 건립 반대 시위를 벌였으며, 캘리포니아주의 테메큘라 시, 위스콘신의 셰보이건 등에서도 보수주의 단체와 기독교계 목사들을 중심으로 모스크 건립 반대 시위가 맹렬하게 벌어졌다.

플로리다의 '도브 월드 아웃리치센터' 교회는 오는 9월 11일 이슬람 성서인 코란을 불태우는 행사를 할 계획이다. 이 교회는 이미 앞마당에 '이슬람은 악마'라는 팻말을 세워 놓아 무슬림들들을 격노하게 했다.

교회의 수석 목사 테리 존스는 "이슬람교는 거짓과 속임수, 두려움에 기반을 둔 종교"라며 "만일 이슬람권 나라에서 복음을 전파하거나 기독교로 개종하려고 한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종교의 방식이다"라고 설교하기도 했다.

이슬람 혐오 더욱 노골화

<가디언>은 뉴욕의 랍비들을 포함해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무슬림 때리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 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존스 목사와 같은 시각을 갖고 있을 거라고 한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조지타운대학 '무슬림-기독교인 이해 센터'의 존 에스포지토 소장은 이와 같이 말하면서 "모스크 건립에 대한 논쟁이 9.11 이후 뚜렷해진 무슬림에 대한 공격성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단체는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거기로 날아가는 항공기의 그림, 그리고 '왜 거기에?'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만들어 뉴욕시를 오가는 버스에 싣기도 했다.

북미이슬람협회(ICNA)의 아짐 칸은 이러한 공적인 증오에 대해 "사람들은 이슬람계나 무슬림을 '요괴'(boogeyman)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에스포지토 소장은 역사적으로 무슬림들은 모스크를 세우려는 어느 곳에서나 반대하는 이들과 문제를 겪어 왔지만 그것은 지역적인(local) 문제였다며 "뉴욕 모스크 건립 문제는 지금까지는 지역적인 이슈로 보이던 것을 국제적인(global) 이슈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무슬림에 대한 공공연한 반대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 갑자기 자유롭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무슬림 반대는 점점 정치적인 구호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맨해튼 모스크 건설 계획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무슬림들이 이슬람 법을 미국에서 제정하려 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자유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또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뉴욕 주지사에 출마할 예정인 릭 라지오는 자신의 상대가 될 민주당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에게 맨해튼 모스크 건립 프로젝트의 자금원을 조사하라고 촉구하면서, 이 문제를 쟁점화 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에스포지토 소장은 이러한 '무슬림 때리기'가 비단 무슬림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에스포지토 소장은 무슬림을 공포라고 말하는 것은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와도 연관이 있다면서 "이슬람 혐오증은 단순히 종교 문제가 아니라,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에게 갖는 편견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계에 테러리스트 낙인을 찍는 것과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모는 것은 사회 공포를 조장하는 원인을 소수자에 돌린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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