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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혼자서 카드놀이를 했다"

[해외시각] "'벼랑 끝 전술' 북한, 얻을 것 다 얻고 발 빼"

지난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외신들의 시각이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해외 언론들은 북한이 남측의 사격훈련에 아무런 대응 행동을 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며 오히려 한국이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보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 "도발적 북한"→"남한이 긴장 고조"…세계가 보는 한반도)

그 무렵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미국이 머잖아 북한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우려가 오바마 행정부 내에 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조만간 한국에 북한과 대화하라는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해 "북한이 기습공격을 하면 대반격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보수언론들은 북한과 중국을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는 동안 한반도를 보는 외부의 눈이 이처럼 시나브로 바뀐 것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 에릭 와인가트너(Erich Weingartner)의 칼럼은 이같은 해외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는 지난 26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38 North>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또 다시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와인가트너는 남·북한이 치킨게임(누가 겁쟁이인지 겨루는 상황)을 하고 있다는 데에 반론을 제기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북한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썼다고 분석했다. 양쪽이 전혀 다른 틀로 '게임'을 한 것인데, 그는 북한이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이미 소기의 성과를 챙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와인가트너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대응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인으로서 인권 및 인도주의 지원 전문가인 와인가트너는 1978년부터 북한과 인연을 맺은 후 한반도 상황에 주목해 온 인물이다. 1986년 스위스에서 남북 기독교 대표단이 만났던 일에 관여했고, 1997~99년 북한 대기근 시기 평양에서 세계식량계획(WFP) 산하 구호기관(FALU)의 요원으로 근무했다. (
☞원문보기)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최전방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청와대

벼랑 끝에서 치킨게임을(Playing Chicken at the Brink)

"한국 정부는 그 살 떨리는 치킨게임에서 정말 승리했나?" 캐나다 신문 <글로브 앤 메일>의 베이징 특파원 마크 매키넌은 트위터에 이런 질문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한 주 동안 생각했던 문제다. 한국군은 20일 연평도에서 94분 동안 도발적인(provocative)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무시무시한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한 북한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한 달 전 있었던 한국군의 유사한 훈련에 맞서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퍼부었다. 민간 가옥이 파괴됐고, 두 명의 민간인과 두 명의 군인이 사망했으며,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북 : 우리 영해에 포를 쏘지 마라!
남 : 우리 섬에 포를 쏘지 마라!
북 : 또 다시 포를 쏘면 더 강력히 포격하겠다!
남 : 그래 어디 해 봐라! 덤벼라!

치킨게임은 상대방을 먼저 무릎 꿇게 함으로써 그가 겁쟁이임을 입증하는 대결(contest of wills)이다. 서로를 노려보면서 누가 먼저 눈을 깜박이는지를 겨루는 순진한 방식도 있고, 서로를 향해 차를 몰아 정면충돌 직전 누가 먼저 핸들을 꺾는지 보는 무시무시한 방법도 있다.

치킨게임에서는 어떤 무모하고 자해적인 결과도 감수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쪽이 '승자'가 된다. 혹은 적이 쥐뿔도 없이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는 쪽이 승리한다. 누가 더 똑똑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똑똑한 사람은 치킨 게임 같은 걸 하지 않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는 소련의 후르시초프가 쿠바의 핵미사일 발사대를 철수하기로 하면서 '먼저 눈을 깜박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치킨게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그것은 결코 진정한 의미의 치킨게임이 아니었다!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갖다 놓으려는 것은 자신들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미사일이 유럽 내에 100기 이상 배치된데 대한 대응이었다.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시킨 것은 미국도 유럽에 있는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한 이면협상에 따른 것이었다.

그것은 치킨게임과는 거리가 아주 먼, 잘 준비된(well-orchestrated) 벼랑 끝 전술이었다. 벼랑 끝 전술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아주 위험한 상황에 내모는 것이다. 정부가 그 전술을 쓴다면 그것은 게임이 아니라 정치적인 전술이다. 벼랑 끝 전술에서 '승자'가 있다면 그것은 둘 중에서 더 무모한 자가 아니라 그 전술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쪽이다. 그러나 벼랑 끝 전술에서는 한 쪽이 완전히 '승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벼랑 끝에서 충돌하면 양쪽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힘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은 잃을 게 별로 없는 쪽에 유리하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의 선수가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가 되면서 북한은 강해졌다. 북한 주민들은 전쟁과 파괴(혹은 증시에 미치는 영향)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벼랑 끝 전술은 도전적인 태도와 목표를 향한 일치단결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상대방의 정보를 빼내고, 상대방의 방어력을 실험하며, 적의 말 속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경고는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모호했던 상대방의 태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케 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쯤 되면 마크 매키넌 특파원의 질문에 답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치킨게임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혼자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북한은 지난 주 연평도 훈련에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지난 달 (연평도 포격으로) 이미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다시 집중시켰고, 한국의 선택지 상자는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대응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뿐이었다면, 그것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능력이 없음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1주일 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교착 상황은 그들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더욱 뚜렷이 보여줬다.

북한은 연평도 사격훈련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평양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를 떠나보냈다. 리처드슨 주지사와 북한 인사들의 만남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고위급 회동이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핵시설 복귀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히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1만 2000개의 핵 연료봉(핵무기 8~10개 분량)을 한국에 팔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불법적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LA타임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모호하면서도 단호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사격훈련 다음 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해병대의 엄호 속에서) 경기도 김포에 있는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참석했다. 30m 철제 트리에 장식된 10만 개의 전등은 155m 높이의 애기봉 정상에서 북한을 괴롭혀왔다. 그 '트리'는 비무장지대 근처에 사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었는데, 2003년 남북이 체제 선전물 철거에 합의하면서 켜지지 않았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만약 애기봉 트리를 공격한다면 "포격 원점을 과감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소, 이명박 대통령. 그게 바로 혼자서 하는 치킨게임이에요!

(번역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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